[PRESS] 신이 깃든 인간, 인간화된 신

글 입력 2019.03.15 13:3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인간화된 신_입체표지.jpg



[PRESS]
신이 깃든 인간, 인간화된 신


필자는 신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정확히는 신으로 표현되는 초월에 대한 관심이 있다. 신에 관심이 있다해서, 신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에 대한 고민에만 빠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다소 시대 착오적이다. 그러한 고민은 사고를 발전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겠지만, 실제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종교는 때로 사후세계에 대해서 논하지만, 우리가 더 집중해서 보아야할 것은 종교가 우리에게 갖는 의의다. 우리는 모두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런 이유 중 하나로 종교를 선택하기도 한다. 그리고 개인의 삶이라는 단어 뭉치 자체가 죽음 이후를 논하지 않는다. 오직 믿음만으로 유지될 뿐만 아니라 더 적은 관련성이 있는 사후세계보다 발붙이고 살아가는 이 실제 세계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렇듯 신의 존재는 입증할 수 없지만, 종교인들의 믿음이나 신념은 입증할 수 있다. 우리는 교회나 절을 멀리 찾아가지 않아도 볼 수 있다. 스스로를 신도라 자처하는 이들은 신의 뜻에 따라 행동하고, 그 과정에서 적절한 영상기기가 있다면 뇌의 뉴런 간에도 명백한 실제 신호를 보내고 있다. 뭐가 되었건 이런 맥락에서 우리 일상 속 '신'은 존재한다. 필자는 그리고 이 '신'이 결코 종교인에게만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즉 신은 무신론자 안에도 명백히 존재한다. 필자 생각에는, 신이란 세상의 설명할 수 없는 압박감과 경이로움 틈새에서 탄생한 '영웅'이다. 그 존재는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기에 우리를 닮았고, 물질 세계의 광활한 모호성을 설명하기 위해 태어났기에 위대하다. 우리 안에 들어 앉은 이 영웅은 우리를 고취시키고, 때로는 육체와 정신에 거대한 변화를 준다. 아이러니하지만 영웅을 만들어낸 것 또한 그 자신이기에, 신은 곧 나 자신이다. 우리는 이토록 아름다운 존재이지만, 신이 나라고 해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자연 세계의 경이로움은 모든 사물에 깃들어있기 때문이다.


IE001912126_STD.jpg
미켈란젤로, '최후의 심판'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그리고 이런 필자의 평소 생각을 역사적 근거와 다양한 사회학/인지심리학적 이론을 끌어와 속 시원히 풀어낸 책이 바로 <인간화된 신>이다. 이 책은 신에 대한 치열한 연구를 이어왔던 저자 레자 아슬란의 고민의 흔적이기도 하다. 레자 아슬란은 이슬람 가정에서 자랐고 어린 시절 신이 마법적인 힘을 지닌 할아버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십 대에 기독교로 개종해서는 신을 완벽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예수 그리스도는 신격화한 인간이었다. 그 후 신이라는 개념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고 확장된 개념의 신을 추구하던 저자는 이슬람교의 급진적인 성상 파괴주의, 즉 신은 인간을 비롯해 그 어떤 것의 이미지로도 표현될 수 없다는 믿음에 이끌려 다시 이슬람교로 돌아갔다. 무슬림이 된 저자는 이슬람교의 신비주의자 수피가 되어 ‘신은 모든 것’이고 ‘모든 것은 신’이라는 범신론자가 되었다. 책의 흐름도 그의 인생과 비슷하다. 저자는 초반 종교의 탄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신이 인격화되는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결국 하나의 유일신 신앙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 논한다. 이 모든 과정의 끝에는 '우리가 곧 신이다'라는 범신론적 주장에 도달한다.

<인간화된 신>은 마지막 결론에 닿기 위해 우리에게 익숙한 '기독교'의 역사나 논쟁에서 멈추지 않고 종교의 탄생과 역사에 대해 다룬다.책의 초반에 저자는 '종교적 충동'에 대해서 논의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종교의 탄생과 유지가 곧 우리가 '믿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종교적 충동에 대해서 책은 흥미로운 이론들을 차례대로 나열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일부 공유하고 싶다. 초기 인류가 문화와 지역에 상관없이 동굴에 주술사를 그리고 숭배의 흔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언어와 같이 종교적 특성이 언어와같이 뇌에 내재적으로 각인되어있기 때문이다. 종교적 상징은 후기 구석기 시대에 주로 발견되었지만, 사실 '종교적 사고'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알기는 어렵다. 종교적 충동에 대해서 흥미로운 다양한 주장이 있었다. 타울러는 꿈을 경험한 인간이 영혼과 몸을 분리하여 생각하게 되었고, 이것이 종교적 상상력을 자극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뒤르켐은 사회적 결속-즉 사회적 구성물을 존속하기 위한 실재로 보았다. 하지만 아슬란이 봤을때 종교는 이질적인 사람들을 통합시킬 힘또한 가지고 있지만 갈등으로 몰아놓고 분열시키는 힘도 가지고 있다.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종교는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모호한 공간에 위치했다. 융은 종교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해 영혼과 같은 전통적인 종교적 개념을 심리학적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했지만, 프로이트는 종교를 일종의 신경증으로 생각했다. 종교는 보이지 않고 불가능한 것들에 대한 믿음을 조장하고 충동적이고 강박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정신장애였다. 이는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 주장한 마르크스와 비슷하다. 하지만 종교는 위안만 주지 않는다. 과학적 입증은 없지만 종교는 불안과 죄책감의 영속화를 요구한다. 인류학자 클리퍼드 거츠는 "아마도 종교는 인간에게 기운을 복돋워주는 만큼 인간을 혼란으로 빠뜨렸을 것이다". 도덕적 기준을 제시하는 종교의 역할도 반박되었다. 도덕적 잣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은 50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였고, 후에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종교적 믿음과 도덕성에 대한 영향력은 다른 사회적 관습의 영향과 비교해 뚜렷하지 않았다. 사실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의 신과 같은 경우 도덕적이지 않지 않은가.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막스뮐러는 자연의 미스테리가 종교적 상상력을 자극했다는 주장이다. 로버트 매럿은 미스테리에 대한 경외심을 초자연주의로 소개했다. 게임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 '마나'가 이에 적합한 설명을 제공한다. 마나는 비인격적이고 실체가 없는 초자연적인 힘으로, 생명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곳에 존재하는 보편적 영혼이자 힘이다.


lascaux-bulls.jpg
라스코 벽화


그렇다면 어떻게 종교가 탄생했는가?3장에서는 인지심리학적 근거를 가져왔다. 책은 초기 인류가 나무의 홈을 짐승으로 착각한 사건으로 3장을 시작한다. 이런 인류의 인지성향은 지나치게 보일 수 있지만 생존에는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을 HADD(과민성 매개탐지 장치)라고 한다. 최근 인지연구는 종교적 충동을 무엇보다 신경학적 현상이라는 전제하에 진행된다. 하지만 종교적 충동이 복잡한 전기화학적 반응의 한 기능이라 하더라도 믿음의 정당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인지과학자 마이클 J.머리는"자연선택으로 선택된 정신적 도구들에서 우리의 종교적 믿음이 생겨난 것이 사실이더라도 그 사실 자체가 그 도구들에게서 생겨난 믿음의 정당성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있다. 하여튼 초기인류의 인지편향은 마음이론으로 이어진다. 마음이론은 자신을 생각할 때 사용하는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는 경우에도 우리 자신을 기본 표본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는 것도 마음이론의 영향이라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신들은 점차 우리의 모습을 닮아가고, 정치적 의도와 사상의 발전으로 유일신 이론으로 합쳐져간다. 우리가 처음부터 하나라고 생각했던 신은 여러 역사를 통해 하나로 뭉쳐온 것이다. 책은 그 과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한다. 후반부 책은 쌓아온 증거를 멋드러진 문장으로 완결시킨다. 이 수많은 일신론적 실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이 분할되지 않는 존재라면, 신을 비롯해 어떤 것도 생겨날 수 없다"라는 주장에 마주하게 된다. 그렇다면 창조자와 창조는 항구적이고 구분되지 않으며 분리되지 않는 본질을 정확하게 똑같이 공유해야한다. 달리 말하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신의 존재에 한몫하는 조건에서만 존재하는 뜻이 된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신은 모든 존재의 총합이어야한다. 이런 꺠달음 속에서 바야지드는 벌떡 일어나 이렇게 외쳤다."나에게 영광을! 더없이 위대하지 않은가?"

이렇듯 책은 힌두교, 불교, 도교, 유대교, 베단타학파 등 모든 종교뿐만 아니라, 물론 철학이나 과학을 통해서도 범신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 장에 이어서는 “모든 것이 하나이고 하나가 모든 것이다”라는 근본 진리는 변하지 않으며 그 ‘하나’는 신이라고 칭하는 것이지만 인격화한 신이 아니라 ‘탈인간화한’ 신, 물리적 형체가 없는 신으로 이름도 없고 영적인 실재도 없고 인격도 없는 순수한 존재 자체라 주장했다.

아슬란은 신의 존재를 믿어도 좋고 믿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신을 정의해보고, 어느 쪽을 선택하든 신화 속의 조상 아담과 하와를 본받아 금지된 과일을 먹어보라 권한다. 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으며, 범신론적 관점에서는 내가 곧 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화된 신> 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세상에 존재하는 ‘삼라만상’을 정의하고 규정하는 도구로서의 ‘신’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일생일대의 역작이다. 독자들은 신에 대한 통념에 도전하는 도발적 메시지를 통해 인류의 역사와 미래에 관한 통찰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그 모든 자유가 당신에게 열려있다. 왜냐면 당신이 신이기 때문이다.




KakaoTalk_20180723_235535454_(1).jpg




인간화된 신_상세이미지.jpg
 


레자 아슬란 지음

강주헌 옮김

분야: 인문 | 150*215

324쪽| 값 18,000원

2019. 2. 25. 발행

ISBN 978-89-8407-913-7 03200





[손진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E-Mail : artinsight@naver.com    |    등록번호 : 경기 자 60044
Copyright ⓒ 2013-2019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