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회의 어두운 면을 불태울 것인가. 연극 <하거도>

글 입력 2019.03.16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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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사회의 어두운 면을 불태울 것인가
연극 <하거도>


"끝내 하거도를 불태우는 하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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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거도'란 인물이 보여주는 사회의 암흑

연극 <하거도>는 재판 형식을 따른다. 재판을 통해 300여 명을 죽인 살인자 '하거도'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에게 죽임을 당한 영혼들도 배심원, 방청객으로 등장하고, 그들 중 어느 사람은 검사가, 어느 사람은 판사가 된다. 이제 관객들도 하거도도, 하거도에게 목숨을 잃은 이들도 과거로 돌아갈 준비가 다 되었다.

과거, 하거도란 섬은 '발전소'라고 불리는 곳을 만들기 위해 정착민들을 모두 다 내쫓고 대중들에게 무인도로 알려졌다. 무인도로 알려진 이후, 국가사업으로 인해 돈을 잘 벌 수 있는 곳,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유토피아가 된 섬 '하거도'에는 무인도로 알려진 시기 속 어두운 면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유토피아가 된 섬 '하거도'엔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로 인해 가려져 있던 '발전소'의 진실이 수면 위로 오르는 시체처럼 떠오른다.

과거, 섬 '하거도'에 살던 정착민들을 찾아온 군인들은 모든 주민들을 내쫓았으며 범죄자들 수용소였던 곳 '발전소'를 만든다. 한참 동안 그곳은 무인도처럼 보인다. 그리고 어느 날, 쫓겨난 정착민 중 모자가 살 곳이 없어 다시 돌아왔고, 그곳에서 일하던 발전소 사람들을 대상으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한다. 어느 날, 하거도의 아빠는 군인에게 끌려가고 임신 중이던 하거도의 엄마는 도움을 요청하다가 택시 기사에 의해 하거도에서 운영되던 성매매 업소에 팔려간다.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는 엄마에 의해 여행 중이던 한 부부에게 입양 갔다가 파양당해 다시 하거도에 돌아오게 된다. 이미 하거도의 엄마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로, 이름도 제대로 지어지지 않은 채 결국, 아이의 이름은 '하거도'가 되었다. 성매매 업소에서 머물던 '하거도'는 섬 하거도에 있던 '발전소'로 들어가게 된다. 이 이야기 자체만으로 '하거도'라는 인물에게 얽혀있는  비극은 참혹하다. 이에 더해 발전소 내부의 상황은 비인권적인 수용시설이었으며, 섬 하거도가 유토피아가 되면서 그 시설을 없애기 위한 정치세력의 음모로 배급되던 음식이 끊기게 되고, 배고픔에 사람들이 죽어나가며 갇혀있던 사람들은 서로를 물어뜯어 잡아먹기 시작한다.

이렇듯 '하거도'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사회적 문제는 무시무시하게 많다.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에 이렇게 많은 비극이 같이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파양, 성매매, 정부의 부패, 비인권적 수용시설 등 이러한 사회적 문제의 타깃은 아이 '하거도'가 아니었으나, 결국 그의 인생을 망쳐버리고 만다. 사회적 문제라는 것이 이렇다. 타깃을 누구 하나로 특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그 피해자가 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러한 사회적 문제, 가려진 어두운 면에 시선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극 중에 등장하는 부패한 관리들의 모습은 무책임하며, 진실을 속이기에 급급하고 사람들에게 최대한 비난받지 않을 방향으로 말을 바꾸기 일쑤다. 극의 특성상 과하게 표현되는 부분이나, 어떻게 이렇게 모든 문제들이 모여 있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최근 뉴스들을 보면 과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사회의 가려진 부분에 대해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줘야 할 것이다. 수면 위로 올라온 문제들이 화재로 인한 사고로 증거가 소멸되는 연극 <하거도>의 결말처럼 사라져서는 안된다.

앞으로는 이러한 비극적인 연극을 보고 나서 이게 현실에서 가능한 일이겠어라고 넘길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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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과거, 재판, 발전소, 모든 것을 표현하기 위한 시도들

본 연극은 자극적인 소재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극이었다. 다뤄야 할 이야기도 많았고, 시간대도 몇십 년을 왔다 갔다 했으며, 장소 역시 계속 변화했다. 그래서 조금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다뤄지는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지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

또한 자극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자극적인 장면까지 모두 보여줘야 했을까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하지만 그렇게 다양한 시공간과 소재를 묘사하는 연출의 방식은 관객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을 정도로 이해가 잘 되게 설계되어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본 연극의 맨 첫 장면이다. 섬 하거도의 현재 모습을 그 섬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의 전화 통화로 설명한다. 그 섬에 대한 내레이션이 없어도 현실 상황에 대해 인상적으로 전달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발전소 내 구성 자체도 매력적이었다. 각자 사이즈가 다른 네모난 철제 틀을 사용하여 그곳에 갇힌 사람들, 발전소가 가진 억압, 비인권적인 측면을 잘 보여줬으며, 조금은 불안정해 보이는 철제 틀에 올라서는 인물들을 보며 그 공간의 불안정성을 느낄 수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발전소가 되기도, 재판장이 되기도, 성매매 업소가 되기도 하는 장소의 활용이 눈에 보였다. 공연을 보는 내내, 그러한 변화들로 인해 꽤 긴 공연 시간임에도 몰입감 있게 집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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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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