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일 양국의 아이돌 소비방식의 차이 [기타]

-아이돌 오피니언 02, 일본 아이돌이 어색한 이유
글 입력 2019.03.17 18:2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지난 오피니언에서는 <프로듀스101>를 주제로 일본에서 건너온 ‘국민 프로듀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일본에서는 이제 끝난 콘텐츠라 불리고 있는 ‘아이돌 투표제’가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우리의 입맛에 맞게 변형되고 생각보다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이러한 결과 값을 찾던 그 과정에서 <도쿄 아이돌스>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났다.


다소 충격적인 일본 아이돌 산업의 민낯을 보여주는 이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니, 지난 <프로듀스48>에서 일본 아이돌과 한국 아이돌의 극명한 실력 차이의 원인을 알게 됐다. 그래서 이번 오피니언에서는 한일 양국 간의 아이돌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를 다뤄보려고 한다.


 

일괄편집_2017110923317284466_1.jpg
▲도쿄 아이돌스(2017) 포스터 (출처 : 넷플릭스)

 


일본은 1980년대의 거품 경제 시기를 지나자 갑작스럽게 심각한 경제 불황을 겪는다. 취업시장 역시 거품 경제의 붕괴에 큰 충격을 받았는데, 당시 에코 베이비붐(1971~1974) 세대였던 청춘들은 바늘 구멍같은 일자리 난에 절망했고 그들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계기를 만든다. 에코 베이비붐 세대의 상당수는 나이가 들어서도 제대로 된 직장에 취직하지 못하고 비정규직으로 전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당시 일본의 사회적 특성은 수면 아래에 있던 아이돌 문화에 호황을 밝혔다. 이는 주로 일본 남성들에게 영향을 많이 끼쳤는데, 그들을 괴롭혔던 인색한 인간관계와 연애조차 시도하기 힘든 사회 속에서 ‘팬을 즐겁게 만들자’라는 취지를 내 걸은 아이돌의 발랄한 힘이 그들을 위로해 준 것이다.

 

결국 일본의 아이돌 시장은 각박한 현실의 도피처로써 개척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일본의 아이돌은 ‘가수’와는 다른 차원의 영역으로 성장했고 실력과 콘텐츠로서의 질보다는 사람들은 행복하게 만드는 에너지에 힘을 쏟는 양상을 가진다.

 

이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악수회’이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경제 분석가인 ‘사카이 마사요시’의 말을 빌리면 본래 악수는 아이돌 문화에서 금지 항목에 해당했지만, 어느 순간 악수가 허용되었다고 한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는 성적으로 다가올 인식이 다분하지만, 아이돌로서도 팬으로서도 그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지점이기에 악수회의 도입은 굉장히 머리를 잘 쓴 경우라고 말한다.


 

일괄편집_dd.jpg

 


위와 같은 말을 들었을 때, 일본 아이돌 시장은 한국 보편의 시선에서는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문화임은 분명하다. 물론 우리나라 또한 팬 사인회를 열어 가수와 팬이 소통하고 악수도 하는 창구는 마련되어 있지만, 일본처럼 본격적인 악수만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노골적인 상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악수회가 급속도로 일본 전역에 퍼지게 된 계기는 일본의 아이돌 그룹 AKB48이 CD 싱글에 악수회 참가권을 넣음으로써 100만 장의 판매량을 올리고 나서부터이다. 초창기 일본 일각에서는 이를 저렴한 상법이라 비난의 목소리가 일었지만, 그런데도 결국 성공하는 AKB48의 모습에 악수회는 일본 사회의 한 문화로 자리 잡는다.

 

일본은 극단적인 스킨쉽 전략을 펼치며 아이돌 시장을 성장시켰다. 그리고 그 안에 내포한 불순한 의도에 보편적 국민은 거부감을 표했지만, 타도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일본의 아이돌 소비자들은 사회적 시선과 관계없이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고립되고 흔히 말하는 오타쿠 문화로 나아간다. 그러나 이 사회가 고립된다고 해서 절대 그 규모가 축소되는 양상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응집시킴으로써 구매력을 증가시키고 수입 측면에서는 더욱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한국의 아이돌 문화는 어떠한가? 한국은 철저한 경쟁사회에 기반을 둬서 그런지 실력이 없는 아이돌은 비난 받는다. 더불어 사회적 시선에 어긋나는 행위에 대해서 절대 용납하지 않으며 때로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질타를 보내기도 한다. 더욱 엄격한 잣대로 공인을 대하는 한국 사회의 특징 때문에 한국 아이돌 문화는 보다 윤리적으로 나아가고 콘텐츠 면에서도 성장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일괄편집_0000323885_001_20180616134128783.jpg
▲<프로듀스 48> 배윤정 안무가


일본에서 아이돌 문화가 10년 동안 자리 잡으면서 현재 일본의 아이돌 문화의 주 소비층은 40~50세를 중심으로 선도되고 있다. 그들의 공격적인 구매력으로 아직은 그 세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새로운 세대의 유입이 줄어들고 있어 일각에선 오와 콘(オワコン)이라 불리며 끝난 콘텐츠라며 야유를 받기도 한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아이돌 산업은 내수적으로 탄탄한 팬덤을 보유함과 동시에 전 세계적으로도 그 위엄을 떨치고 있다. 이에는 뛰어난 콘텐츠와 실력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를 이를 향유하는 세대 또한 트렌디함을 주도하는 젊은 층이기 때문이다.

 

결국, 두 나라에서 ‘아이돌’이란 명사의 쓰임은 발음만 같을 뿐이지 내포된 의미는 다른 ‘다의어’의 차원에서 보아야 한다. 서로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그 쓰임이 너무나도 명백히 다르다. 그렇기에 우리가 일본 아이돌에게 느끼는 어색함은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정말, 다른 존재이기 때문이다.

 




정일송.jpg
 

 



[정일송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아트인사이트 (ART insight)
E-Mail : artinsight@naver.com    |    등록번호 : 경기 자 60044
Copyright ⓒ 2013-2019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