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당신은 어떤 사람을 믿는가 [공연]

도원결의, 그리고 삼고초려가 담긴 <적벽> preview
글 입력 2019.03.1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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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가 아닌 누군가를 아무 의심 없이 믿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른다.

 

베스트 프렌드란, 한 치 의심 없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 그렇다면 당신에게 그런 소중한 존재는 과연 몇 명 정도 존재하는가. 당신은 아버지, 어머니에게도 비밀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피가 섞이지 않은 존재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비밀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하지만 피가 섞였다고 사람을 믿을 수는 없다. 자기 자식을 팔아넘기고 멀쩡히 살아가는 부모도 존재하며, 부모에게 등진 채 살아가는 자식들도 버젓이 살아간다.

 

어떤 존재에게 비밀이 없을 수도 있고, 제한적으로 비밀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사람마다 비밀이 깊이는 다르고, 입이 ‘싸고 비싼’ 정도도 다른가. 나의 비밀을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비밀이 누구나 알아도 상관없거나, 아니면 상대방이 절대 말하지 않을 것을 확신하거나, 또는 비밀이라고 하면서 불쌍하고 기구한 사연을 가진 자신을 제발 알아달라고 하는 정서적인 매달림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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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보다 보면 수많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등장하다. 누군가는 범죄자의 가족일 수도, 피해자의 가족일 수도, 피해자의 친구이기도 하고, 피해자 본인이기도 하다. 그럼 사람의 비밀이란 결국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라고 생각해보면 그다지 비밀이랄 것도 없지만, 우리가 평범한 사람인 척하며 살아가기에 생기는 것이다. 당연히 정말 ‘평범한’ 사람도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어떻게 인생이 그렇게 무난하게 흘러갈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도 살면서 사고를 당하고, 이상한 일을 겪고, 사람들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봤다.

 

비밀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행동일지도 모른다. 태어날 때부터 고독하고 외로웠던 인간이 더는 외로워지지 않기 위해, 누군가를 믿거나, 누군가에게 믿어달라고 외치는 그 조용한 행위는 사람을 미칠듯한 고독함에서 벗어나게 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속인다는 것은 아주 외롭다는 뜻이다. 그 외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을 숨기고 싶어하는 이해할 수 없는 사고 뒤에, 사람들은 한없이 외로워진다. 그 외로움을 떨쳐내리라 하면 할수록 자신에게 달라붙어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벗어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는 모습에서, 그 사람 둘의 수많은 의도를 제쳐놓고서라도 그들은 어떤 하나의 공통된 목적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된다. 아무리 계산적인 사람이라도, 누구를 이용하려는 사람이더라도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은 공통된 욕구일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함께할 사람으로 어떤 사람을 고르는가? 사람들은 어떻게 어울릴 사람을 고르는 걸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맞는 사람을 고른다. 조금씩 어울려 다니다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반에서 단체로 어울려 다니게 된다. 점점 사람을 가리지 않게 되다가, 대학교에 오면 다시 적당한 사람들과 어울린다. 그러면서도 ‘대학친구는 진짜 친구가 아니다’라는 말을 내뱉기도 한다. 신뢰하고 싶지만, 배신당할 것을 걱정하며 오히려 자신이 신뢰하지 않는 결과를 낳는다. 실제로 배신을 당하기도 한다. 그 배신의 원천은 친구보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너보다 나를 소중히 여겨달라’고 애원할 수는 없으니 멀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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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서는 ‘너보다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나온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읽었다.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람은 복숭아꽃이 핀 동산에서 형제의 의를 맺는다. 나는 그 어렸을 때부터 관우가 좋았다. 초록색 의복을 입고, 붉은 대추 같은 피부를 보고 있자면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떤 일에도 꼿꼿하고, 팔에 화살이 꽂혀도 눈 깜짝하지 않고 바둑을 두는 그의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그런 한결같음이 부러웠고, 동경했던 것 같다.

 

장비는 성질대로 모든 걸 다 하는 사람이다. 술을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화가 나면 화를 내는 사람. 속에 쌓여있는 건 없지만, 모두가 무서워하는 그런 사람. 유비는 곧은 사람이었다. 인자하고 옳은 일을 위해 애쓰는, 어떻게 보면 가장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세 형제 중에 맏형을 맡게 된다. 그들은 한나라를 세우고, ‘삼고초려’로 제갈공명을 책사로 불리게 되어 조조의 위나라와 주유의 오나라에 대항한다. 그 이야기를 다룬 <적벽>에서는 도원결의와 함께 삼국지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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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무협지나 삼국지 같은 글을 읽고 있으면 종종 자기 뜻을 죽을 때까지 관철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정말 맞아 죽을 때까지 맞아도 절대 자기 군의 비밀을 발설하지 않는다. 물론 그 비밀을 발설해도 죽는 결말은 똑같을 거란 걸 생각해보면 별 대단한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단 한 번도 망설이지 않고 눈을 똑바로 뜨고 적군을 노려보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오른다.

 

그 정도의 강한 신뢰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신뢰를 한 사람에게서 오는 건가, 아니면 신뢰를 주는 사람에게서 오는 건가.

 

월급이 적고, 힘든 일이어도 자기와 뜻이 맞는 사무소로 가는 선배가 있었다. 매일 야근을 하고, 새벽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들어오면서도, 후배들을 보기 위해 회식에 참여해서 쓰러져있는 선배였다. 그 선배는 과대표도 하고, 성적도 늘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데도, 그 길을 선택했다. 아마 그 선배는 삼국지 시대에 살았더라면 관우 같은 사람이 아니었을까.

 

똑같이 성적이 우수하고, 과대를 하더라도 다른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도, 과연 사람을 결과만 보고 판단한다고 할 수 있을까? 누군가는 인생이 결말 위주라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전혀 아니다. 하기 싫은데도 억지로 하고 좋은 결과를 받은 사람의 인생은 허망하고 공허할 것이다. 그는 계속해서 도망치고 싶을 것이다. 누군가의 부러움을 받는 사람일지라도,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에겐 공허함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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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
- 2019 정동극장 기획공연 -


일자 : 2019.03.22 ~ 05.12

시간
수-토 8시
일 3시
월/화 쉼

장소 : 정동극장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30,000원

주최/제작
(재)정동극장

관람연령
8세 이상

공연시간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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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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