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삶을 포기하고 싶은 그대에게 바치는 책 [도서]

내가 죽기 일주일 전
글 입력 2019.03.19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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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황금가지
 


『내가 죽기 일주일 전』

여대생 ‘희완’에게 6년 전 사망한 첫사랑 ‘람우’가 살아 돌아온다. 람우는 재회한 희완에게 일주일 후 죽을 예정이니 자신의 이름을 3번 부르면 편하게 죽게 해주겠다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말을 건넨다.

희완은 이에 대해 어이없는 반응을 보이지만 죽었던 람우를 다시 보게 돼, 그동안 묵혀 두었던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람우와 같이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며, 죽기 전의 일주일을 함께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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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황금가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만약 당신이 저승사자로부터 일주일 후 죽게 될 것이라고 선고받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창창할 것만 같던 나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실감하지 못한 채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게 될까, 아님 저승사자의 다리를 붙잡고 살려달라고 애원하게 될까? 어쩌면 결국 모든 것을 체념하고 일주일 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 먹고 싶은 음식 등을 정리해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 희완은 참 이상하다. 마치 남의 일처럼 죽음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한창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대학생인데, 삶에 대한 어떤 아쉬움도 없어 보인다. 사실 그녀는 오랜 친구였던 람우의 죽음 이후 죽지 못해 살아왔다. 아니, 언제 죽을지 시기를 엿보며 살아왔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희완에게 람우는 단순히 친구를 넘어 ‘삶의 전부’였다. 그래서 그녀에게 주어진 일주일은 죽기 전의 시간이 아닌, 람우와의 소중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에게 람우와 같은 존재가 누구인지 물어본다. 즉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사실 나를 살기 싫게 만드는 것들은 떠올리기 쉬웠다. 화나고 슬펐던 기억이나 얼마 남지 않은 통장 잔액, 매정하게 날아오는 불합격 통보 문자 등. 이러한 것들은 늘 내 삶을 무기력하게 갉아 먹는 벌레들 같았다. 그런데도 나는 어디서 어떤 힘을 얻어 와서 이렇게도 열심히 사는가. 생각해보니 나를 살게 만드는 무언가는 그리 거창하지도, 멀리 있지도 않았다. 이는 당장 다음 주에 잡힌 저녁 약속에서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기대일수도, 또 다가오는 월급 날짜일 수도 있다.

어쩌면 내 곁에서 숨을 쉬고 있는 가족이나 친구를 보며 함께 호흡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이를 소중히 여겨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람우와의 짧지만, 행복했던 일주일을 기억하며 살기 위해 노력하는 희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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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원천은 하나의 선물이 아닐까?

이 책은 희완이가 행복해지는 결말로 끝을 본다. 무기력하고 삶을 다 내려놓으려고 했던 희완이가 다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람우와 다시 만났기 때문이 아니다. 그녀는 람우와 실천했던 버킷리스트를 통해 추억을, 실천하지 못한 버킷리스트를 통해 목표를 선물 받았다. 또한 람우의 죽음으로 뒤덮였던 두 사람의 행복했던 지난 나날들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결국 희완에게 삶의 원천은 람우와 함께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시간을 더듬으며 열심히 살다보니 어느새 그녀 옆엔 엄마와 동생이라는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그녀에게 있어 그들은, 또 다른 삶의 원천으로 작용할 것이다. 어쩌면 람우와의 일주일과 더불어 또 하나의 선물인 셈이다. 그녀가 죽어 가는 채로 있었다면 받지 못했을. 이에 이 책의 마무리 이후에도 희완이는 흔들리지 않고 열심히 살 것이다. 자신이 받은 선물을 소중히 간직하며, 그리고 앞으로 받을 선물들을 기대하며 말이다.


[황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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