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행] 사랑의 다채로운 변주 : Cosmic Boy [Can I Love ?]

Cosmic Boy [Can I Love ?] 앨범 리뷰
글 입력 2019.03.2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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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달 정도가 지났지만 아직도 어제 같은 2018년도, 힙합 씬에서 가장 뜨겁게 주목 받았던 크루가 있었다. WYBH(우주비행), ‘Would you 비행’과 함께 비행하지 않겠느냐고 묻는 그 사람들이다. 프로듀서, DJ들의 모임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딱히 경계를 두지는 않는다. 단지 좋아하는 것이 같다는 이유 하나로 모여 가장 트렌디한 활동들을 해오고 있는 크루로, 2018 한국 힙합 어워즈에서 올해의 레이블 후보로도 올라 놀라움을 샀다.


우주비행의 비행에 공헌한 사람을 한 명으로 딱히 꼽기는 어렵지만 (기리보이의 영향이 다소 큰 것은 사실이지만) 멤버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다채로운 음악으로 우주비행의 색을 만드는 데에 영향을 미친 프로듀서가 있다. ‘Can I Cosmic’ 시그니처 사운드의 주인공, 코스믹 보이다.



Cosmic

1. 우주의 2. 장대한, 어마어마한



랩 네임만큼이나 활동하고 있는 코스믹 보이가 첫 번째 정규 앨범 [Can I Love ?]를 발매했다. 전 EP 앨범 [Can I Cosmic], 그리고 그만의 시그니처 사운드와 사랑(Love)이 합쳐진 듯한 이름의 이번 앨범은 전체적으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발매 후 듣자마자 ‘이건 명반이다’라고 동네방네 소문 내며 다닌 것은 물론 릴리즈 파티에 갈까 한참 고민도 했었기에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들어 보길 바라며 이번 앨범에 대해 조금 더 뜯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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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리스트를 순서대로 들으면서

해당 리뷰를 읽으면 더욱 좋습니다.

개인적인 취향과 분석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1. Love (Feat. Fis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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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YBH 소속 프로듀서인 fisher와 함께 한 곡, ‘Love’가 앨범을 열었다. 사랑이 주제인 이번 앨범, ‘Can I Love?’라는 앨범명에 맞게도 웅장한 베이스에 부드러운 선율이 얹어져 사랑의 느낌을 자아낸다. 쿵-하며 낮은 음이 곡의 처음을 여는데, 가슴에 묵직한 느낌을 주어 다음에 이어지는 피아노 음들이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연주가 아름다워서일까. 어느 사랑 시나리오의 백그라운드 뮤직으로 깔릴 듯한, 그런 곡이다.


가사가 있는 곡이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기승전결이 뚜렷이 들린다. 미래적인 비트를 자주 찍어내거나 이펙트를 사용하는 코스믹 보이의 감성이 듬뿍 포함되어 절정에 들어서며 자연스레 사랑의 흐름이 느껴진다. 사랑이라는 아주 복잡스러운 감정을 음악의 형태로 그대로 옮겨온 것만 같다. 사랑을 느껴 본지 꽤 오래된 나임에도 자연스레 설렘을 느끼게 해주는, 사랑에 인공 호흡을 해주는 앨범의 첫 트랙이었다.

 



2. Can I Love? (Feat. 유라 & Meego)



▲ Cosmic Boy (코스믹보이) - Can I Love ? (Feat. 유라(youra), Meego) / [DF LIVE]

(출처 : dingo freestyle)



많고 많은 그림자 중에

그저 하나일 뿐이야

너와 난 똑같아


웃음 속엔 짙은 이야기를 품은

결말 속에 나를 던져놔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Can I Love ?’는 얼마 전 방영을 마친 <더 팬>에서 독특한 음색으로 한창 이슈였던 유라와 숨겨진 보컬 보석, 미고가 장식해주었다. 기리보이가 유라의 노래를 매번 인스타스토리에 올리던데, 아마 우주비행의 픽으로 거듭난 보컬 유라는 그녀만의 음색으로 곡 전체를 집어 삼킨다. 두 목소리의 조화는 이루 말할 것이 없는 덕분에 이 노래는 보컬 맛집이 분명하다!


음색 뿐만 아니라 비트, 멜로디와의 조합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퍽 황홀한 느낌을 선사한다. 통통 튀면서도 몽환적인 멜로디는 어느 무지개 빛 다리를 건너는 것만 같다. 감각 속에 몸을 맡기라는 가사가 있던데 감각들을 조근조근 일깨워주는 마법을 부리기도 한다. 더욱이나 개인적으로 이 노래는 인트로가 참 좋다. 몽환적인 멜로디로 시작해 힘 빼고 부르는 듯한 유라의 음색이 어우러지는 파트는 무심코 기억날 정도다. 보통 노래 앞 파트를 듣고 플레이리스트에 함께 할 것인지에 대해 결정하는데 “이번 앨범 미쳤다.”라고 호들갑을 떨게 만든 장본인은 이번 곡의 인트로와 첫 도입부가 아니였을까 싶다.


흥미롭게도 아름다운 내용을 노래하고 있지는 않다. 묘하게 멜로디와 가사에서 슬픈 느낌을 전달 받았다면 그 감은 틀리지 않았다. 사랑할 수 있을까. 의문으로 곡의 제목을 삼은 만큼 사랑의 부재, 혹은 사라짐에 대해 이야기한다. 사랑과 일시적인 감정을 혼돈한 건지 혹은 금방 휘발해 버리기라도 한 건지. 어떤 사이였는지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단지 스쳐가는 인연들에 웃어 보일 수 없는 그런 상황을 연출한다.




3. About time (Feat.기리보이&TH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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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마와 기리보이가 함께 한 곡이라면 믿고 들어볼 수 있도록 하자. 꽤 자주 합을 맞춰온 그들은 오묘하게 음색에서의 합의점을 갖는다. 기리보이의 ‘빈집’, ‘관종’, 우주비행의 다른 멤버인 김승민의 ‘ISLAND’ 등 둘이 합을 맞춘 노래를 매번 듣게 되는 것은 그 합의점이 분명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름이 함께 올라가 있는 곡을 보면 이제 이름만으로도 기대심이 피어난다.


참 뻔하게 느껴지는 가사일지도 모른다. 헤어진 연인과 우연히 마주친 순간과 떠오르는 옛 기억. 너와 함께 했던 장소, 너가 좋아했던 곳, 너의 습관. 사랑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도 있는 이별을 겪고, 이후 감당하게 되는 당연한 수순 중 하나이다. 그래서인지 이상하게 굉장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마주친 이 남자의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먼저 가라고 말하는 표정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무서울 정도로 현실적인 가사와 분위기를 담아냈기에 가능한 것일테다.


말하는 듯하면서 무심함을 툭 뱉어 내는 기리보이의 랩은 유독 이런 곡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 같지만, 별 일 아니라는 듯 먼저 가라고 말하는 그이지만 아무렇지 않은 것이 아님을 듣는 사람들은 알고 있다. 먼저 가는 사람의 뒤에는 화자가 계속 서있을 테고 그들의 추억은 비로소 하늘 아래서 번져만 간다.



살이 쪄서 먼저 가

얼굴 부어서 먼저 가


 

사담이지만, 기리보이의 근황을 보면 예전에 비해 살이 오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도 자신의 늘어난 살에 대해 인정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 살이 오른 후 그의 가사에는 음식과 자신의 살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얼마 전 인스타 라이브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게 제일 행복해서 살찐 것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오히려 가사의 소재로 유용하게 사용하는 듯하다(최근 IMJMWDP 컴필레이션 곡에서도 음식, 살에 관해 아무 말이나 하는 기리보이만의 랩을 보여주기도 했다)

 



4. 주입식 교육 (Feat. 죠지&최엘비&Coogie)



▲Cosmic Boy - 주입식 교육 (Brainwashed) (Feat. 죠지, 최엘비, Coogie) (Official Audio)

(출처 : STONESHIP)



왜 너와 내 마음의 거리를 구해야만 해?

왜 넘치게 사랑을 부어야만 해?

사랑이 전보다 부족한 날엔

왜 부족한 양을 꼭 따져 봐야 해?


너가 낸 문제들에 난 무조건 1번

네 말이 맞아로 찍으면 이유를 설명하래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말은 사랑에게 잘 어울리는 말일 테다. 사랑에 답은 없다고 하지 않는가. 연인 간 예의가 존재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모든 연애는 정해진 바 없이 두 사람이 맞춰가는 과정이다. 머리가 마음을 앞서는 사랑이 진실된 사랑을 나누게끔 해줄지는 과연 의문이다. 껍데기로만 보인다는 가사처럼 되진 않을까. 차라리 수학의 공식 같이 딱 떨어지는 답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끔 앞서기도 하지만 말이다.


사랑을 하는 데에 있어서는 여러가지 방법론이 있다. 그리고 추구하는 방법들을 통해 각각 형성된 사랑에 대한 가치관은 서로 다를 경우가 더 많다. ‘주입식 교육’은 이렇게 다른 것들의 충돌에 대해 노래한다. 주입식 교육과도 같았던 연애, 학교와 다를 것 없었던 여자친구. 드디어 졸업하는 듯 하지만 주입식 교육의 폐해답게 곧 그녀의 빈자리에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낀다.


제목부터 가사들이 창의적인 동시에 공감 덩어리들인 덕에 고개를 끄덕이며 들을 수 있는 곡이다. 사실 이런 주제는 많이들 다루지 않는가. 흔히 몇 개의 선지를 주며 연애를 시뮬레이션 해보는 게임이 많다지만 이렇게 공감해본 적이 있었나. 단순한 말다툼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연애의 한 과정을 주입식 교육이라고 비유한 점이 재밌어서 꽤나 유쾌하게 들었다.

 

개인적으로 곡에 참여한 죠지, 최엘비, 쿠기 세 아티스트들의 곡들을 모두 즐겨 듣는다. 개성이 모두들 무척 다른데, 보컬로서 한창 상승세를 걷고 있는 죠지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물론이며 정확한 딕션과 묵직함, 리드미컬함을 보여주는 최엘비의 랩은 노래의 맛을 살려준다. 하지만 사실 이번 곡에서는 쿠기의 음색을 빼놓고 말하기 어렵다. 그가 없었더라면 허전함을 느꼈겠다 싶을 정도로 감초 같은 역할을 해주는 동시에 곡의 깔끔한 마무리를 지어준다.

 



5. 내가 싫어하는 생각들과 닮아가는 중 (Feat. OL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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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굴 닮았길래 가끔 너무 싫어

너는 누굴 닮았길래 내가 되고 싶어

내가 되고픈 게 누구길래 너무 싫어

너무 싫어 난 가끔 내가 싫어하는 것과

난 지금 닮아가는 중



좋아하는 것만 하고 좋아하는 생각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 세상이다. 욕심이 많았던 어렸을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배울 수 있는 과에 들어왔을 때의 내 모습과는 조금 상반된 지금의 모습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이제야 깨닫는 중이다. 아직 학생인 나도 이런 생각을 하는데 일에 뛰어든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현실과 타협점을 찾고 내가 싫어하는 일, 행동을 하고 싫어하는 모습과 닮아가는 나를 보며 나 자신에 대해 싫증을 느낄 수도 있다.


가사 중 ‘Beat는 내 Brother “Can I Cosmic”’ 이라는 파트가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코스믹 보이의 최근 생각이 들어 있는 가사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의 생각만 투영된 가사는 아니라고 보인다. 최근의 나도 그렇기에. 처음 들은 후 한참 나의 생각을 엉크러뜨린 것처럼 아마 현실과 타협을 진행 중인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가져다 주는 곡이다.


이번 앨범의 피쳐링 진을 쭉 보다 보면 OLNL(오르내림)과 함께 한 곡들이 많은데, 두 사람은 예전부터 음악 면에서 꽤 오래 호흡을 맞춰온 사이이다. 마음이 잘 맞는 덕분인지 오르내림 특유의 목소리와 싱잉랩, 오토튠은 이번 앨범의 매력을 대폭 상승시켜준다. 서로 공격하는 경향이 있지만 친하기도 한 그들은 ‘areyouchildish’로 듀오를 결성해 몇 개월 전부터 함께 앨범을 내고있다. 몇몇 곡들의 피쳐링에는 ‘areyouchildish’가 적혀 있는데 오르내림의 목소리가 들리지 했던 의문점이 해소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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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트랙 중 가장 자주 듣는 5개 곡들에 대해 조금 자세히 말해보았다. 이외에도 ‘내가 결혼하면 축가는 이 노래’, ‘What’s your’, ‘무인도’, 보너스 트랙인 ‘소화불량’까지 알차게 앨범을 채우고 있다. 프로듀싱 앨범인만큼 키드밀리, 카더가든, 유라, 죠지, 쿠기 등 최근 트렌디한 피쳐링진들이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전 앨범 [Can I Cosmic] 트랙 중 ‘동서남북’을 지금까지 흥겹게 듣는데, 그 때와는 또다른 감정선들을 보여주며 그의 색다른 면모를 이번 앨범, [Can I Love ?]에서 맘껏 뽐냈다.


덕행의 시리즈에서 다루었던 사랑에 관련한 많은 이야기들을 보면 결코 단편적인 감정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지니 매거진에서 진행되었던 코스믹 보이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 또한 여러가지 형태의 사랑이 변주됨을 이번 앨범에 고스란히 담고자 했다.



“사랑을 하면 단면적으로 비춰지는 만나서 설레이고 헤어져서 슬픈 그런 감정도 있겠지만 내가 사랑을 해보니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게 되서 부딪치는 이상한 감정들도 많았다. 그래서 그런 것들도 같이 담고 싶었다.”


- 코스믹 보이 인터뷰 中



괜히 마음이 붕 뜨고 사랑이 슬금슬금 찾아오곤 하는 봄이 벌써 코앞이다. 사랑의 계절을 맞이하기 전 비록 2월 중순에 발표된 앨범이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이 관통하고 있는 코스믹 보이의 앨범, [Can I Love ?]를 트랙 순서대로 들어 보길 바란다. 혹은 코스믹 보이가 추천해준 것처럼 트랙을 거꾸로 들어보는 것도 좋다. 사랑의 다양한 형태와 모습들을,그리고 각각의 목소리와 멜로디, 비트로 전해지는 다채로운 사랑을 느끼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미지 출처 : 지니 매거진 Cosmic Boy 첫 정규앨범 [Can I Lo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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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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