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공간의 진화, 포용 공간 혁명 [도서]

글 입력 2019.03.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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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공간의 변화는 사회 변화와 그 흐름을 같이 한다. 오늘날 공간의 형태가 과거의 모습과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와 사람들의 가치관이 격동적인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주거 공간을 쉬운 예로 들어볼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주거 공간은 자연을 빌려 인간이 삶을 영위한다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자연의 재료와 산의 형세, 바람, 빛 등을 고려하여 지어졌다. 자연친화적인 재료와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한 공간 구성이 그 특징이었다. 그러나 근대화를 거치면서 현대의 주거공간은 인구밀도가 높은 사회 환경을 반영해 지어진 수직적이고 구획이 분명한 아파트 형태의 주거가 90%를 차지하게 되었다.

 

열린 공간이 중요해지는 것은 이렇게 사회가 변화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아니, 아주 큰 관련이 있다. 저자는 공간의 진화가 어떤 이유에서 개방성과 포용성의 양상을 띠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의 답을 15세기부터 현재까지에 걸쳐 풀어낸다. 단기적인 논의가 아니라 몇 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사회구조와 연결 지어 공간이 변화해온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생각해보지 못했던 역사의 어느 부분과 공간의 혁명이 맞닿아 있음을 깨달으며 희열을 느꼈던 순간이 많았다. 필자 또한 공간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이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화두로 거론되는 ‘공유 공간’, ‘복합 공간’에 대해 가지고 있던 궁금증을 이 책을 통해 많이 해결하고, 또 생각해볼 수 있었다.

      

 

 

공유 공간을 넘어선 포용 공간에 관한 이야기



크기변환_Ikea-Space-10-Innovation-Lab_Alastair-Philip-Wiper_dezeen_1568_4.jpg▲ 이케아 코워킹 리빙랩

 

공공청사인 주민 센터가 달라졌다. 이름도 바꾸고, 공간도 달라졌다. 동장실이나 기능실이 줄어들거나 압축되어 다른 곳으로 옮겨졌고,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 넓어졌다. 민원 카운터로 나누어진 민원인과 공무원 공간의 이분법적 구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민원 카운터의 경계는 사라졌거나 흐려졌고, 공공 공간의 혁신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것은 몇몇 공간에서 드러나는 형태가 아니다. 현재 우리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현상을 받아들이고 적용하려고만 했지,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 경제, 정치적 배경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면 공간의 진화와 혁신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더 넓은 의미에서 현대 공간의 진화를 만들어내는 결정적인 힘과 계기는 무엇일까?

 

 

 

Ch 1. 공간의 경계가 무너졌다



책의 도입부는 상당히 흥미롭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프리드먼의 말을 인용하여 세계화 1.0은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에서, 세계화 2.0은 1929년 대공황과 제 1·2차 세계 대전에서, 세계화 3.0은 2000년 이후 디지털 혁명과 함께 개인이나 소집단이 협동과 경쟁의 주역으로 등장하여 오늘날의 세상이 더욱 수평적으로 평평해졌다고 말한다. 과거의 ‘Up-Down’ 형식의 조직 체계가 ‘Bottom-up’ 형식으로 분산 및 재편되며 공간의 형태도 추상적으로나 구상적으로 수평성을 많이 띠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사례는 다음 세 개의 챕터를 통해 자세히 서술된다.

 

 


Ch 2. 열린 공간 혁명이 시작되다



크기변환_로이드커피하우스.jpg▲ 로이드 커피하우스

 


앞의 차례에서 공간의 수평성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본격적으로 근대와 현대에 걸쳐 공간 혁명에 이야기하는 것이 두 번째 챕터이다. 해상 무역을 통해 큰 이익을 얻고 성장한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는 역사상 최초의 다국적 회사로 17세기의 네덜란드를 세계 최대의 해운국으로 성장시킨다. 이후 뉴욕 만에 서인도 회사가 설립되었으나, 영국과의 전쟁에서 실패한 네덜란드는 맨해튼 섬을 영국에 넘겨주었고 이는 곧 뉴욕의 시작이 되었다.


한편, 영국에서는 영국 동인도회사를 설립하고 차를 주요 품목으로 무역을 진행하며 식음료가 맥주인 ‘에일 하우스 alehouse’의 음주문화에서 ‘커피하우스 coffeehouse’ 문화로의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영국 시내에는 많은 커피하우스가 생겨났다. 커피하우스가 다양한 사람들의 정보 및 이념 교환이 이루어지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공간 장치이자 새로운 공간 플랫폼이 된 것이다.

 

이후 산업혁명을 맞이하면서 증기기관의 발명되자, 대중교통의 중심지였던 역사驛舍를 중심으로 상업 및 숙박 시설이 등장하여 고객에게 새로운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대적 건축물들이 탄생한다. 백화점, 호텔, 미술관, 도심 속 공원 등이 그 예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자본이 모여들었고, 석유 및 철강 산업으로 거대 자본을 형성한 이들의 투자로 대중문화시설은 더 활성화된다. 15세기 이후 세계가 ‘해상무역 – 커피하우스 – 산업혁명 – 대중문화시설’로 연결되며 또 다른 새로운 열린 공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Ch 3. 포용의 뮤지엄이 만들어지다


 

크기변환_콜룸바뮤지엄.jpg▲ 콜룸바 뮤지엄

 


현대 문화 공간의 진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는 문화와 비문화 요소의 결합이다. 뮤지엄이 ‘소비주의와 시대정신, 그리고 숍 디자인을 적절하게 어우르면서 색다른 경험을 유도하는 장치로 변화하고 있다. 이는 다원화되는 현대인들의 사회적 요구에 맞추어 뮤지엄 기능이 상호 융합, 복합 현상으로 늘어나는 것이고, 공간 진화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현대적 공간의 개별적 다양성과 개방성이 늘어나는 열린 공간 체제 확대의 일면이라 할 수 있다.


- p.99


   

대중문화시설의 하나로 저자가 집중하는 것은 다름 아닌 ‘뮤지엄’ 공간이다. 현대의 뮤지엄은 단일한 기능이 아닌 복합적인 기능을 갖춘 문화공간인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지어진 뮤지엄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찾아보기가 더 어렵다. 상업공간과 결합되는 자본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명품 비즈니스가 새로운 개념의 공간 인프라로서 뮤지엄을 선택하고 있다.


공공적 관점에서는 도시재생과 지역 활성화를 위한 정책 수단이자 ‘장소 브랜딩’의 거점으로 뮤지엄이 활용되는 사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샤울 라거’, ‘콜룸바 뮤지엄’, ‘폰다지오네 프라다’, ‘유스하라 우든 브리지 뮤지엄’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되겠다. 이 뮤지엄들의 이야기를 통해 뮤지엄이라는 공간을 통해 얼마나 많은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가치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는지 보다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기존 스쳐가며 보았던 공간들과 건축가들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와 가까이 맞닿아 있음을 실감하며, 더욱 장기적이고 깊이 있는 관점으로 뮤지엄의 가치와 미래를 바라보아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크기변환_유스하라 우든브리지 뮤지엄.jpg▲ 유스하라 우든 브리지 뮤지엄

 


 

Ch 4. 열린 포용 공간이 핵심이다



열린 공간의 많은 사례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 책에서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는 ‘열린 공간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다. 탈물질화와 탈국가화가 지속되는 사회에서, 상업 공간과 공공 공간 모두는 매력 있는 ‘장소 브랜딩’을 통해 핵심 가치와 정신을 구축하여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장소의 잠재적 욕망과 가능성을 상품화해 장소의  매력을 증가시키는 것 이외에, 특정 장소의 브랜딩 아이덴티티를 위해 핵심 가치와 핵심 정신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경험하는 열린 공간은 상업성과 공공성을 가리지 않고 도처에 분포해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개방성과 포용성은 단순히 물리적인 의미로서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으며 복합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새로운 장소로서의 가능성이라는 의미까지 내포하고 있다. 최근의 화두라고 생각했던 장소의 복합성과 다원성은 사실 오랜 시간 동안 공간이 변화한 결과였으며 그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다양한 공간으로 구현되어 왔다. 다소 어려웠지만 그 뿌리를 통해 열린 공간의 미래까지 생각해보며, 나는 이 책을 책장에 꽂아두고 언제든 펼쳐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크기변환_다케오 시립 도서관.jpg▲ 다케오 시립 도서관

 

 

공간과 개인과 사회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내가 사는 집이 나와 닮아있는 것처럼 공간과 사람, 환경은 불가분의 관계를 형성한다. 개방성과 포용성이 앞으로의 공간이 보여줄 핵심가치인 것처럼,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계속 공부하는 학생이자 한 사람으로서 나는 건축과 예술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를 갖고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보려 한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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