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신의 컬쳐에세이 - 뤽상부르그

글 입력 2014.07.25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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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7  22


뤽상부르그 공원을 걸으며
Jardin du Luxembourg



파리에서 오랫만에 소르본느 학생들이 주로 머무는 곳에 있게 되었다


남불에서 샤갈 성서 미술관, 마그 미술관, 레제 미술관, 발로리스와 앙티브의 피카소 미술관을 짧은 시간에 보고 리용을 들리고는, 인상 깊었던 언덕 위 성당을 보러 항구 도시 마르세이유로 갔다

지갑 조심하라는 말을 수 없이 듣고 실제로 백을 옆구리에 꽉 끼어 조심을 했고 주위에 사람도 별로 없었는데 항구를 걷다가 백 속의 돈지갑을 모두 털렸다

혀를 내두를 세기적 기술이었고 얼굴은 달아 올랐다

 

언덕 위에서, 깎아지른 듯한 추억의 지중해 바다를 못보고 곧바로 파리로 왔다

짜여진 스케줄이 있어 집으로 갈 수도 없었다

 

호텔을 캔슬하고 예전에 머물던 대학 기숙사 근처 숙소를 찾으니 영어를 잘 하던 지적인 할머니는 노쇠했고 그 아들이 맞는다

EU 국가 간에 비자 없이 다니게 되고부터 루마니아에서 온 소매치기들이 파리에 드글드글이니 조심하라고 한다

이미 털린 후였다

 

위도가 높은 프랑스는 5월 6월, 아침 7도 낮에 14, 5도에 히터가 없어 추웠고

먹는 것 등 모든 것이 당장 제약을 받아 한심했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학생처럼 젊은 기분에 학구열이 솟아나고 시내 한복판 좋은 동네여서 안전히 걸어다닐 수 있고 무엇보다 바로 옆에 뤽상부르그 공원이 있다

 

작은 나라 룩셈부르그 Luxembrug 와 같은 스펠링으로 프랑스 식으론 뤽상부르그라고 부른다

세계적인 도시가 되는 조건은 그 도심에 시민을 위한 대단한 스케일의 공원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가 여러 해 누려온 뉴욕의 센트랄 파크,  와싱톤 시내의 여유로운 내쇼날 몰과 런던의 하이드 파크처럼 파리 시내에도 엄청나게 큰 공간의 아름다운 공원이 있는 것이다

 

크고 잘 자란 나무들, 깎두기처럼 네모나게 잘려져 언제 보아도 독특한 마로니에 긴 가로수길, 겨자빛 나무로 짠 커다란 화분 안에 심어 보기 좋은 나무들, 큰 연못에 떠다니는 오리 떼, 갖가지 파스텔 색의 아름다운 꽃밭들, 동상들, 거기에 박물관, 미술관, 아이들 놀이터, 노인들이 빼땅끄라는 철공을 던지고 많은 사람이 그 녹빛 환경에 어울리는 자연색의 철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햇볕을 쪼인다

 

가까이에서 온 소르본느 남녀 대학생들이 담화와 토론을 하는 모습이 건전하고 싱싱해 보여 세계 무대에서 어깨를 겨루게 될 우리나라 청년들 생각을 했다

 

공원 미술관에서는 나폴레옹의 부인 조세핀의 초상화 전시가 열리고 있고

아담한 공연장이 보이니 공연도 있을 것이다

 

그런 좋은 공원들을 보면 나라가 저들의 국민과 세계인을 위해 그리 지어 준 것이 고맙고 여러 사람과 함께 즐기는 것이 넓은 정원에 담을 쌓고 혼자 즐기는 것보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 삶에서 한국에 돌아와서는 집 옆의 사직 공원을 다시 걷고 있다

오래 살아온 한옥의 정원이 길로 다 잘려나가고는 더 자주 가게 된다

 

세기적 그런 도심의 공원들과 규모나 내용면에서 공원을 가꾸고 나무와 구석구석 살피는 안목에서 차이가 있고, 기와로 죽 연결되던 광화문의 한옥들을 부수고 공원 문턱까지 최근 하이라이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슬프나,

어려서 동네 사람들이 모여 흑백 영화를 보던 추억이 있고 이젠 사라졌으나 그 문 바로 옆 5백살도 넘었을 느티나무 아름드리를 아침마다 손으로 만지며 학교로 갔고 그리운 아버지와 산책했던 추억이 내 가슴에 있어 늘 새로운 곳이다

 

잘 짜여진 "뤽상부르그를 걸으며" 다른 공간 다른 시간대의 기억들을 떠올렸다

 

부족해도 마음 속에 각인된, 고향이란 그런 것인가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있을 것이다

 

            시대에 따라 사라져 가기도 하지만

            두 눈으로 보았던

            그 기억의 영은 지금도 거기에 살아있을 것이다

 

            우리 가슴에 있다면

 


2.png▲ 마로니에 나무를 네모 반듯하게 깎은 공원의 가로수 - 2014 5 16

 

3.png▲ 오랜만에 나온 햇빛에 파리지엔들이 공원에 쏟아져 나왔다

4.png▲ 공원에서 담화 토론을 하는 부근의 소르본느 대학생들

5.png▲ 프랑스에서 노인들이 즐기는 뻬땅뜨 볼 게임

6.png▲ 드넓은 공원 안의 박물관, 그 앞으로 꽃정원과 큰 연못이 펼쳐진다

7.png▲ 공원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나폴레옹 부인 '조세핀'의 초상화 전시

8.png▲ 많은 파리지엔들이 나와서 햇빛을 누리다 - 2014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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