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출판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가까웠던 책에 비해 멀게만 느껴졌던 출판의 이야기
글 입력 2019.03.23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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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의 첫인상은 표지에서 정해진다. 출판저널 509호는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여 표지에 독립선언서를 넣었다. 그래서 출판저널을 이번 기회에 처음 접하게 된 나로선 사실 역사 잡지인 줄 알았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독립선언서 또한 출판이라 볼 수 있고, 그러므로 출판의 역사를 함께했다고 말하기에 충분하다 여겨졌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면서 출판 정신을 다시 생각해보게끔 하는 것은 대한민국 대표 출판매거진의 적절한 역할이었다고 느꼈다.

‘출판생태계의 발전은 인류의 발전’이란 이문학씨의 칼럼에서는 ‘출판생태계’라는 낯설고도 생소한 용어가 눈에 띄었다. 본래 ‘생태계’란 단어는 자연과학이나 생물 과목에서나 들을법한 용어가 아닌가.


'출판생태계'란 쉽게 말해, 출판과 관련된 모든 요소들, 즉 저자, 출판사, 독자 그리고 이들을 연결시키는 서점과 도서관 그리고 관련 제도 등의 유기적 관계 또는 울타리인 것이다.

'출판생태계'라는 단어는 아직 일반화된 용어는 아니다. 그러나 출판생태계를 '출판을 둘러싼 환경' 또는 '책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라고 전제할 때, 출판생태계의 발전은 인간의 삶을 더욱 풍족하게 함은 물론 인류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 출판저널 509호 11p

 
위와 같은 설명을 읽고 나니 출판생태계라는 용어가 이제는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간단히 말해 ‘책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라는 뜻이다. 자연스레 출판생태계가 살아야 인류의 발전, 문화의 발전이란 말에 동의하게 되었다. 책을 사랑하는 나였지만 출판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게 아닌가, 라는 안일함을 깨달았다. 책과 출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출판으로 먹고살기는 어렵다.’라는 말은 사실 우스갯소리도 아니고, 현실적인 말이다. 실제로 나의 친가 어른들 대부분은 출판업계에 종사하셨다. 작은할아버지는 약 40년을 넘게 서점을 운영하셨고, 큰아버지, 고모, 아버지께선 출판사에서 근무하셨다. 그러나 전부 현재는 다른 직업이신 것을 보면 출판 일이 경제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녹록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 확실하다. 그래도 아버지는 출판이 참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이었다고 회상하신다. 그러나 지갑이 가벼워질수록 가장의 마음은 무거워지셨을 것이다.

25년간 책방 풀무질을 운영해오신 은종복 대표 또한 책방을 닫으면서 느끼신 감정도 이런 감정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출판저널 509호에서 가장 일반적이면서도 가깝게 느껴지는 인물, 은종복 대표님의 글을 읽을 때는 대학가 앞 서점 책방 아저씨의 하소연을 함께 들어주는 기분이었다. 사실 나도 책방 특유의 냄새와 분위기를 좋아해 책방을 방문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정작 책 구매는 대형 동네 서점이 아닌 대형 서점을 이용했다. 책의 종류가 더 많고, 가격이 싸다는 이유였다.

그런데도 동네 서점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개성이다. 책을 진열해놓는 순서가 정해져 있는 대형 서점과 달리 동네 서점은 진열에서 훨씬 자유롭다. 베스트셀러로만 이루어진 진열대와는 달리, 동네 서점에서는 서점 주인, 직원만의 관점과 시야로 책을 정리해놓는 그 서점 특유의 진열 방식이 존재한다. 이는 대형 서점에서 찾을 수 없는,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이는 동네 서점과 더불어 여러 출판사가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획일화되지 않은 여러 관점과 시선, 그것은 바로 다양성이다.

이렇게나 출판업이 어려운 시대. 이러한 시류에서 자연과 생태 출판사 조영권 대표는 출판사가 ‘책’을 만들고 판매한다기보다는 ‘콘텐츠’를 다루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출판의 미래는 그렇게 어둡지 않다고 말한다. 가치 있는 콘텐츠를 종이로도, 리더기로도, 웹으로도 선보일 수 있는 게 출판이라고 생각한다면, 출판은 더 이상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이번 호의 특집 좌담에서도 달라지는 트렌드에 출판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서 논의했다. 종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자꾸 줄고, 팟캐스트, 유튜브 같은 오디오, 영상 플랫폼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것은 실시간적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생각을 전환해보면, 이러한 뉴미디어들을 통해 책의 수요를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뉴미디어에서 핫한 반응을 얻은 콘텐츠라면, 그것을 책으로 내는 것이 수월해진다. 뉴미디어가 출판의 아주 좋은 테스트베드가 되는 것이다.

책과 출판의 이야기로 가득 담긴 잡지 한 권을 읽어보니, 출판업계가 얼마나 많은 고심을 하고 있는지가 느껴졌다. 잡지를 읽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 읽기 때문에 잡지의 20%만 읽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이 정보들이 내게 다 필요했는지, 관심이 있던 주제라 흥미로웠는지 몰라도 대략 60%는 읽은 것 같다. 막연히 하고 싶었던 독서모임을 어떤 방식으로 시작하고 진행해나가야 하는지도 자세히 알려주었고, 단순히 책을 넘어서서 출판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리뷰를 마무리하면서 ‘문화가 죽으면 나라도 죽는다’는 풀무질 은종복 대표님의 말을 조금 빌리겠다.

문화가 살아야 나라도, 나도 산다. 적어도 난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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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 509호
- Publishing & Reading Network -

출간 : 피알엔코리아(주)

분야
문예/교양지

규격
182*257*20mm

쪽 수 : 240쪽

발행일
2019년 02월 25일

정가 : 24,000원

ISSN
1227-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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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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