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때 그 시절로 나를 데려가는 그 노래 [음악]

글 입력 2019.03.24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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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노래를 틀어 놓고 생활한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음악 하나로 필름 속 한 장면이 되는 듯한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하루에 수십 곡의 노래를 듣지만, 그중 유난히 어떤 노래들을 들으면 전주만 흘러나와도 눈앞에 영상을 재생한 듯 추억이 되살아나곤 한다. 서로 닮지는 않았지만 내 추억 속 배경음악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지극히 사적인 노래들, 오늘은 그때 그 시절로 나를 데려가는 그 노래들을 하나씩 소개하고자 한다.




악동뮤지션 – 200%


 



2014년 4월에 발매된 악동뮤지션의 데뷔 앨범 타이틀곡이다. 특별한 일화가 얽힌 것은 아니지만 길을 걸으며 이 노래를 들으면 아직도 그때 맡은 계절의 냄새가 나는 듯하다. 열일곱 살 새 학기, 적응 안 된 새 교복, 발뒤꿈치를 깨무는 산지 얼마 안 된 컨버스화, 하굣길 정류장에서 만난 모르는 아이가 건네준 축구공 모양 초콜릿, 초록색 마을버스, 아파트 담벼락에 피는 개나리까지. 이 노래가 떠올리게 하는 것들은 전부 다 푸릇푸릇하고 몽글몽글한 것들뿐이다.




김예림 – Rain






Rain 추억이 아직 없어요
난 고작 스무 살 여자뿐이어서
Rain 이어폰 속의 비 노래를 부르는 가수
그녀는 뭐 그리 슬픈지 왜 그리 울먹이는 건지


나는 비 오는 날 산책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스무 살 때는 집에 가는 길에 비가 내리면 들어가지 않고 몇 번이고 아파트 단지 안을 맴돌며 이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비 오는 날에도 물줄기를 쏟아내는 분수대를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다. 작은 물줄기와 웅덩이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이 노래를 들으면 들뜨는 것도 우울한 것도 아닌 묘한 기분이 들었다.




Olivia – Love Fool






이 노래는 내가 포르투로 여행을 갔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노래이다. 여행지를 기억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주로 그때 들었던 음악을 통해 기억에 남기는 편이다. 어느 나라에 가는지에 따라 듣는 노래 장르도 달라지는데, 포르투에서는 날씨가 변덕스러웠던 탓인지 발랄한 노래보다는 잔잔한 분위기의 노래를 주로 들었다.


루이스 다리 위에서 도우루 강을 내려다보며 여러 곡을 랜덤으로 틀어놓고 듣다가 이 노래가 너무 좋아서 반복 재생으로 질릴 때까지 들은 기억이 있다. 한창 장기 여행에 지쳐서 뭘 해도 즐겁지 않고 걷는 것도 지겹고 무슨 노래를 들어도 질리던 때였는데, 해 질 무렵 이 노래가 딱 흘러나오는 순간 갑자기 신선한 공기를 마신 듯 순식간에 행복해졌던 게 아직까지 생생하다.






도입부만 들어도 그날의 분위기가 생생하게 떠오르는 특별한 노래는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 시절 모든 것이 즐겁고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그때의 노래를 우연히 다시 듣게 되면 나도 모르게 아련한 추억 속으로 빠져들고 만다.


새롭고 들뜨던 3월도 어느덧 마지막 주가 되었다. 낯선 것들이 서서히 단조로운 일상이 되어가는 요즘, 오랜만에 짧은 멜로디 안에 담긴 추억들을 꺼내 듣는 것은 어떨까?



[이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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