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출판저널 509호 - 서점의 미래

풀무질 은종복 대표의 이야기
글 입력 2019.03.24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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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출판저널 509호에선 3·1운동 100주년 기념 출판 이야기, 책 문화 생태계의 대안과 모색 등에 대해 다뤘다. 출판에 대해 쓴 중요한 이야기들 속에서 내게 가장 깊은 여운을 안긴 주제는 풀무질 서점의 운영을 그만둔 은종복 대표(이하 은 대표)의 글이었다. 이번 509호를 읽지 않았다면, 몰랐을 이야기였기 때문일까.



25년 책방 인생의 마무리를 담담하게 말하다

이 글의 첫 문장은 ‘그날 아침 나는 책방 25년 세월을 마감하는 결정을 했다’였다. 이 문장이 뇌리에 박힌 건 내 주변에도 끝내 문을 닫고 마는 서점들이 많아서였다.

일 년 전 내가 아주 꼬꼬마 시절이었을 때부터 들렀던 서점이 하루아침에 없어진 것을 알고 아쉬웠던 적이 있다. 단골손님이 아니었던 나도 이렇게나 아쉬운데, 매일 아침 서점의 문을 열기 위해 바삐 움직이던 대표님은 얼마나 아쉬울까 하고 잠깐이나마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풀무질을 25년간 이끌었던 은 대표의 이야기가 내 주변의 일처럼 와 닿았다.

은 대표는 1993년 대학로 근처에서 책방을 열었고, 이후 이십대부터 오십대까지를 책방과 함께했다고 한다. 글의 문체에는 담담함이 느껴졌으나, 내용에서는 그간의 마음고생이 매우 심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토록 힘들었으니, 책방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은 날에 아내와 부둥켜 울었을 것이다. 필자가 힘들어도 지켰던 책방을 더 하지 않기로 생각한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위한 걱정 없는 은퇴가 아니었다. 필자는, 계속되는 운영 적자로 인해 빚이 쌓여가는 안타까운 서점의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대형서점의 성장과 온라인 서점의 등장을 생각해보면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인문 서적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 및 수요의 감소도 어느 정도 원인이 됐을 것이다.

이러한 난관에 직면한 서점이 과연 풀무질뿐이겠는가. 1990년대 초만 해도 대학가 곳곳에 등장했던 인문사회 서점들이 2000년대에 들어 하나둘씩 자취를 감춘 것을 보면, 풀무질은 꽤 오래 버틴 편이다. 학문을 공유하고자 했던 순수한 마음과 책방을 위해 성실하게 움직인 걸음들을 생각한다면, 그 앞에 놓인 현실들이 더욱 냉정하게 비친다.



우리는 여전히 풀무질을 사랑한다

다행히도 풀무질은 인수하겠다고 나선 20대 청년들의 등장으로 폐업 위기에서 벗어났다. 은 대표가 풀무질을 폐업할 것이라고 알리자마자 앞다퉈 보도한 여러 매체 덕분이기도 하다. 이를 보도한 덕에 많은 사람이 소식을 접한 후 풀무질을 지키자고 주장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인문사회 서점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네 서점 한 곳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련만, 이토록 많은 이들이 풀무질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에게 풀무질은 공부하고 배우는 일 자체가 너무나 행복했던, 그때의 대학 시절이 깃든 곳이었다. 이곳은 오로지 학문 자체에만 몰두할 수 있었던, 어쩌면 현재는 찾기 어려운 향수들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그렇다면 추억거리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단순한 아쉬움만으로 풀무질을 지키고자 하는 것일까? 대학에서의 인문학을 가치 높이 평가하고 지탱하는 하나의 축이 영영 사라질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 뉴스 기사에 따르면, 앞으로 풀무질은 온라인 콘텐츠를 이용한 홍보 방법을 통해 많은 사람의 방문을 장려할 계획이다. 새로운 대표들이 현재 모두 이십대인 만큼 책방과 젊은 세대들의 더욱 활발한 소통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아직 인문사회 책방이 마주한 벽을 뛰어넘은 것은 아니지만, 그 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새로운 대표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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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채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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