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출판저널 509호 - 빛이 번지는 방식으로의 책문화생태계

글 입력 2019.03.2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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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 509호

빛이 번지는 방식으로의 책문화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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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란 생물이 살아가는 세계로, 인간 역시 이 세계에서 배제할 수 없다.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계 속에서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다. 이를 지속 가능한 세계로 만들기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출판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인문학이란 결국 인간의 사유를 풍요롭게 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학문이기에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출판생태란, 인간의 생각을 지닌 출판물을 집필하고 편집하고 배포하는 과정이 모두 담긴 하나의 거대한 생명 굴레이다. 출판저널 509호는 이러한 책의 생태에 관하여 다루고 있다.

 

그 중 가장 눈이 갔던 것은 일본의 책거리 ‘진보초’였다. ‘도시는 반드시 방문자의 요구에 부응해 준다.’는 문장에 걸맞게, 일본의 수많은 책들이 모여들고 세계 각국의 번역본 책도 모일 정도로, 말하자면 없는 책이 없는 도시이다. 이런 곳에서 독자가 원하는 책이 있다면 시장의 상인들이 책을 찾아다 보여주는 시스템은 어떻게 보면 느린 방식이지만 ‘책’이라는 것의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도서 구입은 서점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책이 위치한 곳을 쉽게 찾아내거나, 인터넷에 키워드를 검색해 관련 정보를 담고 있는 책을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진보초에서 책을 찾는 것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한 인간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지식을 토대로 상대가 원하는 책을 찾아 건네는 것은 우리가 책을 읽을 때 원하는 하나의 연결고리, 즉 지식의 이음새가 어떻게 맺어지고 엮여 나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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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러한 진보초의 (말하자면)‘인간 책 검색 방식’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너무나 궁금하다. 인간이 하나의 책을 머릿속에 넣기 위해서는 배경지식과 작가가 제시한 정보가 필요하다. 배경지식을 통해 책을 읽기 전에, 혹은 읽은 이후에 나의 기존 배경지식과 결부하여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 후에는 작가가 제시한 정보들을 통해 다른 책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든다. 이러한 방식이 하나의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고, 그러한 인간들이 모여 사는 곳이 일본에 존재한다는 것이 너무나 부러웠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책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장소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진보초에는 ‘책거리’라는 한국서적 전문 북카페도 존재한다. 여기에는 번역가이자 에이전트인 김승복 씨가 대표로 일을 하고 있다. 한국서적들과 일본에서 번역 출간된 한국. 관련 신간 약 3500종을 진열, 판매하고 있다. 일본의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있어서 이 북카페는 한국어를 접할 수 있고, 한국의 서적이 세계 속에 녹아 들어가 있는 것을 몸소 실감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근래에 한국 문학 번역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본 젊은이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이전에 일본 문화에 푹 빠진 어느 독자에게, 한국의 문학이나 문화가 일본에 비해 10년에 뒤처져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당시에 그는 그런 생각에 대해 확신이 차 있었고, 나에게 강한 어투로 여러 근거를 들이댔다. 나는 번역본이 아닌 원문을 찾아 읽는 그의 자부심을 보며 정말 그럴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니다. 한국의 문학은 급변하는 문화 속에서 일본의 정서와는 완연히 다른 갈래로 나아가고 있으며, 급변하는 문화 속에서 그 자리를 온전하고 굳건하게 다듬어 나가고 있다. ‘동양’이라는 카테고리에 하나로 엮어 무엇이 유사하고 무엇이 다른지, 그리고 다른 부분을 차이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우열을 가리는 것이 얼마나 일차원적인지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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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출판저널은 창간 32주년을 시작하면서 새롭게 연중 특별 기획을 시작했다. 출판사, 서점, 도서관, 지역의 책문화와 관련하여 현장 전문가들의 칼럼과 지속 가능한 책문화생태게를 위한 방안을 공유하고 생각해 보는 기획이다. 이에 나는 책이 출간되는 출판업과 책이 유통되는 도서관에 대한 리뷰에 대해 써 보고자 한다.

 

자연과 생태 출판사 파트에서는 책에 대한 긴장감을 놓지 않기 위해 사장 대신 ‘편집장’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대표의 칼럼에 대해 다룬다. 좋아하는 분야에서, 세월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주제와, 남에게도 이로운 방식으로 책을 출판한다는 그의 사업관에 따라 그가 작은 출판사를 꾸려 살아남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일을 했는지 살펴볼 수 있게 해 준다. 시류를 타지 않는 주제,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커지는 소재, 유니크한지, 현장을 놓지 않는 저자인가는 그가 소규모의 출판사를 어떻게 존재감 있는 출판사로 키워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전문성 있는 소재를 다룬다는 것은 분명 대형 출판사에서는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출판업을 꿈꾸는 사업자들이 한 번쯤은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칼럼이었다.

 

책이라고 하면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바로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모든 책들이 모인 곳으로 누구나 책을 빌려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도서관은 하나의 딜레마처럼 느껴졌다. 내가 문학을 하며 느꼈던 출판 시장에 대해 솔직히 말해보자면, 사람들이 책을 정말 잘 안 사 읽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수요가 떨어지면 공급 역시 떨어진다. 출판사도 독자들이 사 주지 않는 책을 출간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책을 찍어냈는데 유통이 불가하게 된다면 그것은 출판사의 적자부담으로 남을 것이고, 다음 책을 찍어내는 데에 방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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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와 문학 습작을 한다는 친구들끼리 하는 말이 있다. “나는 책은 웬만하면 사서 봐.” 그 한 마디 속에는 출판사와 우리의 미래가 담겨 있음을 모두가 알고 있다. 책을 원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고, 비록 책을 냈다 하면 몇 쇄를 찍는 스타 작가가 아니더라도, 더 다양한 양상의 책을 보고 싶기에 한 권이라도 더 사서 보는 것이다. 그것이 그들에게, 그리고 나아가서는 우리에게 돌아와 힘이 될 것을 알고 있다.

 

그런 나에게 한때 도서관의 존재는 어쩌면 이러한 책의 유통을 방해하는 존재로 여겨질 때도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자료를 제공할 수 있고, 사람들이 책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해 주는 마케팅적인 측면이 분명 존재하겠지만, 사람들이 모두 책을 사서 보지 않고 빌려서 본다면, 이는 출판업계에 큰 타격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꾸준히 책을 소비하고 있고 도서관 역시 다양한 양상으로 독자에게 책을 홍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또한 천만의 시민들에게 모르는 것을 쉽게 배우고 지역 사회의 지식문화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서관을 꾸리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을 것이다. 도서관은 그래서 책의 유통과는 별개로 교육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근래의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작가와 독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한 편, 지속가능한 책문화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완전도서정가제나 납품률 조정을 통해 지역서점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또, 서울도서관은 저자-출판사-서점-도서관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중소 출판사와 저자 및 도서를 알리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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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역시 마찬가지다. 독자들이 책을 사기 이전에 북카페에서 책을 접할 수 있게 하고, 작가와 독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낭독회나, 중고 도서를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책에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한다. 독자들은 매대 맨 앞에 있는 책에 당연히 눈이 갈 수 밖에 없다. 표지도 큰 몫을 하는데, 근래의 트랜드는 예쁜 표지와 더불어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감성 에세이가 유행을 선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보다 숨겨진 다양한 종류의 책을 홍보하기 위해 매대에 선전하는 책의 기준을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는 등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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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내가 가졌던 걱정은 출판 및 유통업계 종사자들도 함께 하던 고민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책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렇듯 책문화생태계는 우리가 앞으로 끌고 함께 나아가야 할 하나의 과제일 것이다.

 

나는 생물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인간 또한 생물의 한 종으로서, 하나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번짐’이라고 생각한다. 출판저널 509호를 통해 살펴본, ‘책이 인간에게 다가서는 방법’은 빛의 번짐과 관련이 있다. 인간이 향유하는 빛이 각자의 자리에서 번지고 그 빛이 맞닿는 곳에 더욱 투명한 빛이 번져가는 것. 책은 이런 방식으로 우리에게 더욱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이정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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