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아프리카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도서]

글 입력 2019.03.31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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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매력이란 무엇일까? 처음 아프리카 댄스 그룹 (포니케) 무대를 보았을 때 당시 계절이 11월로 늦가을에 접어든 추운 날씨였지만 그 무대 만큼은 뜨거운 아프리카의 초원의 열기 같았다. 매우 아프리카스럽고 매력적인 리듬을 가지고 있었던 젬베의 소리 안에서 아프리카 문양이 그려진 원색의 티셔츠를 입고 이글대는 태양 같은 에너지를 발산하는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그 순간만큼은 내가 대한민국 서울이 아닌 아프리카 사파리에 있는 느낌이었다. 그 무대를 보고나서야 아프리카가 그 어느 나라보다 뜨거운 매력과 에너지가 넘치는 대륙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후 서아프리카 전통 무용 수업을 수강하면서 아프리카 음악 속에는 클래식 음악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색다른 리듬이 있고 그들의 춤에는 유럽의 클래식 무용과는 매우 다른 움직임이 존재하며 춤과 관련된 전설이나 유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프리카에 대해 처음으로 진정하게 알게 된 순간이었다. 이전까지 만해도 미디어에 씌워진 프레임 혹은 백인들이 흑인들을 바라보는 프레임에 씌워져 진짜 아프리카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들이 가진 다채로운 문화와 전통이 굶주린 사람들과 유니세프 혹은 현대 문명을 거부하고 살아가는 부족들의 모습이라는 프레임에 씌워졌던 것이다.


아프리카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춤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읽은 책 속에서는 우리보다 더 긴 시간동안 겪은 식민지 지배라는 아픔의 역사가 있었다.

 


“막강한 유럽 세력에 맞선 저항의 문서들에서 수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예의 바른 말투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매우 인상적이다. 그에 반해 유럽 사람들은 자주 '야만인들에 대한' 경멸감에서 오히려 원시적이고 평범한 말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를 야만인이라고 부르며 무시한 유럽 세력들 하지만 그에 반해 마지막 순간까지 얘의 바른 말투를 유지한 아프리카 사람들, 과연 이 상황에서 누가 과연 진정한 야만인일까? 아프리카의 수많은 인종, 국가, 왕국 그리고 부족들은 평화롭게 지내지는 않았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인정받았다. 하지만 자신들이 더 발전된 문명을 가졌다는 문화 사대주의로 인해 유럽 인들은 아프리카를 완전히 짓밟았다.

 


“이 왕국은 이 지역에서 반투어를 쓰는 사람들이 만든 정치 체제로 일찍이 그 어떤 나라도 경험한 적이 없는 문화적 발전을 가능케 하였다. 폭력을 전혀 쓰지 않고도 결혼의 전통을 개혁하고 더 능률 적인 농업 방식을 도입하였다. 원시림 속으로 강의 물줄기를 나뭇가지 모양으로 이리저리 끌어들여 마치 오늘날의 고속도로처럼 의사 소통을 하고, 물자, 지식, 예술을 교환하는데 이용하였다. 그렇다, 예술 말이다. 쿠바(콩고 공화국보다 훨씬 오래전 옛날에 있었던 아프리카 쿠바족 왕국)의 왕은 극히 섬세하게 만든 가면과 장신구 같은 예술을 발전시킨 것을 특별히 자랑스럽게 여겼다. 내 고향에서 누가 ‘야만인’으로 행동했단 말인가?”


- 장-클로드 쿠바 Jean-Claude Kuba

 

아프리카에서도 문명화된 기술과 문화가 있었고 평화를 추구했으며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하지만 유럽 열강들에 의해 이들의 공동체는 무너졌고 그들의 생활 방식을 무시한 채 국경선이 그어졌으며 이들의 문화와 역사는 유럽인들의 시각에 의해 왜곡되고 훼손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럽 국가들은 식민지 나라를 독립시키면서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도록 꼭두각시 정권을 만드는 경우가 있었으며 가장 부패한 정치가들에게 권력을 넘겨주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진정으로 독립할 기회조차 말살시킨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유럽인들이 반쪽짜리 독립을 시킨 후 아프리카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 일을 처리할 능력조차 없다고 비웃었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망가뜨려 놓고 선심 쓰듯 반쪽짜리 독립을 시킨 후 조롱하는 그 행동은 지금도 종종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를 예시로 들고 싶다. 에볼라 바이러스 발병 이후 취재한 다큐멘터리에서 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 속 아프리카 현지 사람들은 인터뷰에서는 에볼라 바이러스란 존재하지 않는 미신적인 존재라고 말했고 취재하는 외신 기자들은 이들이 원숭이를 즐겨 먹으며 장례를 치를 때 시신을 만지는 전통과 위생적이지 못한 환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을 전달하는 듯 말했지만 이들의 말투에는 그들이 야만스럽다는 어투가 깔려 있었다.


우리는 언제쯤 백인들이 가진 시선에서 벗어나 진정한 아프리카의 모습을 보게 될까? 미디어와 국제 기주는 굶주린 아프리카 사람들의 모습만을 보여주며 기부를 호소한다. 그들은 일하려는 의지도 없고 문명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잘살고 더 많이 배운 문명인들이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아프리카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면 절대 그런 호소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를 배부르게 먹이고도 남을 만큼 충분히 먹을 것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의 구호단체들이 너무 조금 너무 늦게 내놓는 것을 양철그릇에 받으려고 끝도 없이 길게 줄서서 지나가는 바싹 야윈 인간들의 모습을 매일 본다. 우리는 언제나 배우게 될까, 이 지구상의 인간들은 언제쯤이나 일어나 외치게 될까, 이제 충분하다고...... 인간이 신의 형상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에 무한히 가치가 있는 존자라는 것을 우리는 언제나 배우게 될까, 그리고 인간을 그보다 못한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신을 모독하는 일이며, 이런 모독이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 자신에게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언제나 배우게 될까?”


 

다행이도 인기 방송인 샘 오취리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대해 알게 되었으나 아직까지는 서양인들이 씌워 놓은 프레임에서 벗어나기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리적으로 체감상으로도 우리에겐 너무 먼 아프리카이지만 이들을 서양인들의 시각에서 보지 않았으면 한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여타 다른 나라의 모든 민족과 마찬가지로 문명을 이루었으며 결코 동정을 받을 이유도 필요도 없다. 책에 나온 글귀처럼 인간은 신의 형상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에 무한히 가지가 있는 존재이다.



[장세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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