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직은 아쉽다 [공연]

<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를 보고.
글 입력 2019.03.3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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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프리뷰를 읽고 나선 리뷰를 작성할 때 극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볼 요량이었다. 자연 대 반 자연, 생명 대 기계, 아름다움 대 추함 간의 대립이라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소재는 익숙한 만큼 쓰고 싶은 말도 많을 거라 생각했다.


정작 공연을 보고 난 후 지금, 다른 것에 대해 말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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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속 ‘밀양림’이라는 세계는 각종 첨단 기술로 둘러 쌓여 결국엔 인간이 기계에게 지배받을 위험에 도달하게 된다. 이는 각종 영화, 소설, 뉴스(미디어)들이 주장하는 (평소 지겨우리만큼 들어온)우리가 대비하고 경계해야 할 미래의 모습과 유사하다.


시놉시스만으로 ‘밀양림’을 머릿속에 손쉽게 그려낼 수 있던 것도 그 이유에서다. 화려한 CG기술과 제한 없는 상상력으로 그려왔던 세계를 해당 극은 과연 어떤 형태로 무대 위에 풀어냈을지 공연을 보기 전부터 궁금했다.


국내최초 SF뮤지컬이라는 타이틀에서 오는 기대감과 미디어아트만으로 장르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함께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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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극의 스토리보단 다른 것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공연이 지닌 핵심 주제라든지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이라든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잘 알겠지만 이것들에 포커스가 맞춰지기보다는 그 주변을 이루고 있는 표현법들에 초점이 이동했다.


미래세계속 인물들의 분장은 흡사 어린이 연극을 떠올리게 했다. 특히 주인공 유울모의 오색찬란한 머리와 차림새가 그러했다. 예외적으로 식물에게 잠식되어 가는 미아보라의 모습은 그럴싸하게 구현해냈다고 생각한다. 제작자가 의도한 키치함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어린이 연극수준의 키치함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관람객이 그들을 보고 의도된 키치함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변화를 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다양한 영상장치를 활용한SF콘텐츠 요소의 구현은 가장 기대했던 만큼 실망감도 적지 않았다. 그저 백스크린에 몇 가지 영상물들을 트는 것이 전부였는데, 미디어아트를 더 획기적이고 다양하게 활용했을 거라 예상했던 생각이 빗나가서 그러했다. 오히려 예상이 된 정도라 아쉬웠다. 이것이 하나의 무대에서 여러 장소를 표현해야하는 연극 특성상 극적인 장면전환에는 도움이 됐을지언정 SF콘텐츠 구현에는 그다지 효과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미래의 첨단기기들은 투명하며 인간의 손가락으로 작동한다는 설정은 연출의 편의성을 더함과 동시에 보는 이로 하여금 혼란을 느끼게 하였다. 배우들이 손가락을 톡톡 움직이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구나 하고 넘겨야 했다. 이런 면에서 연극이라는 장르적 한계가 현저히 느껴졌다.


연극은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객들이 실시간으로 감상하는 구조이다 보니 현란한 과학 기술로 가득 찬 SF장르를 실현시키기엔 아직 어려움이 존재했다. 과학기술이 더 발전한 미래엔 증강현실(AR)을 접목시켜 제작하면 어느 정도의 한계의 벽을 넘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는 SF극임과 동시에 뮤지컬극이기도 하여 공연 사이사이에 노래를 부르는 씬들이 있다. 이때 음향기술 탓인지 배우 개개인의 역량부족으로 인한 탓인지 종종 대사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알아듣기 힘들 때가 있었다. 뮤지컬극에서 가사전달이 되지 않는 것은 극의 몰입감을 깨기도 쉽기 때문에 가사를 알 수 있는 가사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참으로 아쉬운 공연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들의 도전적인 시도까지 폄하할 의도는 추후에도 없다. 오히려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나간다는 점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개인적으로 이번 극을 시작점으로 이들이 계속해서 해당 분야에 부딪혀보고 발전된 콘텐츠들을 창출해내길 바라는 바다. 그러다보면 두 장르간의 시너지가 발휘할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다만, 아직까진 이미 우리들에게 익숙한 소재인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익숙치 않은 채널인 뮤지컬극으로 풀어냄에 있어서 더 고민해볼 필요성이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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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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