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모델] 최진재

글 입력 2019.03.3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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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싶은 꿈 많은 스물 여섯 살 최진재라고 해."

엄청나게 에너지가 많은 친구이다. 나랑 많이 닮기도 했다. 모아니면 도, 극단적이면서 완벽주의 강박인 성격까지. 다만 다른 점은 행동으로 끝을 본 친구이다.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거의 살다시피 공부하고, 또 스무살 되자마자 무작정 배낭여행으로 해외를 갔다. 갔다와서는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면서 미친듯이 살았다. 경제적 자유를 목표로 트레이딩도 배우고, 무언가 하고자 하면 끝까지 해내는 존경스러운 친구였다. 나는 진재에 비해 그만큼의 행동력이 없었다. 다만 더 많이 고민하고 메여있었을 뿐. 그래서 더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친구였다.

활발하고 외향적인 성격답게 같이 수다를 떨다가 앗차, 하고 나중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엄청 좋아하는 친구여서, 그리는 것도, 그림을 보는 것도 엄청 사랑하는 모습이 잘 보였다.

똘망똘망 바라보는 모습. 전 그림들은 눈을 너무 많이 그려서 이번에는 전체적인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고생해서 찾아온 예쁜 카페 테이블에 앉아있는 내 친구. 전체적인 실루엣이 예뻤다. 분위기를 강조하고 싶어서 눈 코 입을 생략했다. 그리고 형형색색깔로 채워나갔다. 실제로는 남색의 옷이지만 내게는 알록달록하게 느껴졌다. 우리와의 수다가 영향을 끼치기라도 한듯. 얼굴은 노란색, 머리카락은 녹색과 파란색 등 푸른색 계열로 느껴졌다.

그림을 보고 즐기면서, 또 다음 대화내용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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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특별히 의미있는 신체 부위는 누구나 있다. 그림은 외면만을 나타내고 인터뷰는 내면을 담을 수 있으니까 은연중이라도 상대를 알 수 있는 신체를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어떤 부위를 그려줬으면 하는지 물어보니까 '손'이라고 대답했다. 왜 '손'인지 이유를 물어보았다.


"손을 그려줬으면 좋겠어. 내 외모 중에서 가장 예쁜거 같아. 손보고 고생 하나도 안한 손이란 말을 많이 들어. 물건 많이 들고 고생 많이한 내가? 손한테 미안하면서도 고맙고. 그래. 사람들이 내 손보고 피아노치는 손이래. 피아노는 고급진 느낌인데, 나랑 안어울리는 거 아닌가? 나는 내 손이 가장 험하게 다루는 곳 중 하나거든. 데이기도 많이 데이고. 커피 쏟기도 하고, 박스를 엄청 접기도 하고. 가장 고생시킨 곳인데. 손만 보면 사람들이 예쁘다고 해주니까. 막 키운 거 치고는.. 예쁘다고 많이 들어서, 그려줬으면 해."

손이 정말 고왔다. 이렇게 예쁜 손은 그림이 아니라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손모델 처럼 정말 예뻤다. 이렇게 예쁜 손을 그리면.. 내 그림은 곱고 예쁘게 그대로 나오지는 않는데.. 내가 다 아쉽고 괜히 미안했다. 예쁘게 그릴 수가 없어서.


그나마 손이 잘 보였으면 해서 펜으로 그렸다. 컨투어드로잉을 하고나서 색칠을 할까말까 고민했다. 색칠하면 이 느낌이 사라질까봐. 사실 더 가는 선으로 그리고 싶었지만 펜이 많이 없어서.. 아쉬워서색칠도 했다. 느껴지는 대로 그림을 그리는데 사람마다 느껴지는 고유의 색이 각자 다 달라서 그리는 나도 참 신기했다.

진재는 노란색이었다. 에메랄드와 녹색도 살짝 섞인 노란색. 전체적으로 이런 밝고 높은 톤의 난색이 떠올랐다. 그리다보니 너무 신나서 멈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더 많이 그리면 그림 느낌이 너무 흐려질까봐 중간에 겨우 멈췄다.

"낯선 그림 같아. 접해보지 못했던 그림. 내 손이.. 이 그림에서 손에 초록색이 들어가서 너무 좋아. 옛날에는 어디 하나 에쁘다해주니 기분이 좋았다? 근데 지금은 내 새끼들한테 참 미안하다 싶더라고. 여전히 지금도 사람들 앞에선 내 손 이쁘다고 자랑하지만, 속으론 사실 고생 제일 마니 했는데.. 라고 생각해."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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