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뮤지컬 '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

글 입력 2019.04.03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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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VIEW ***
뮤지컬 <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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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밀양림은 과일조차 썩지 않는 최첨단 자연환경을 가진 세계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지만 사람이 운영하지 않는 곳. 밀양림. 유물모는 바깥세상에서 밀양림으로 돌아왔다. 바깥세상은 잿빛으로 가득한 곳이지만, '생명'이 있는 곳이다. 유울모는 바깥세상을 계속 회상하게 된다.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미아보라. 그녀에게서 '바깥세상'을 느낀 유울모는 사라진 그녀를 쫓기 시작하고, 밀양림을 파괴하려는 자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파괴하려는 공안부! 우리는 어디에서 살아갈 것인가.


뮤지컬이 시작되기 전, 극장에 입장하자마자 보인 신비로운 분위기의 무대 장치들로 한껏 기대를 했던 것 같다. 생전 처음 접해보는 장르인 SF뮤지컬이었기 때문이다. 극장의 불이 꺼진 뒤 극이 시작됐고, <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는 뮤지컬을 보기 전 내가 예상했던 상상과는 조금은 다른 뮤지컬이었다.

극은 오염된 '지구'(바깥세상)에서 밀양림으로 다시 들어오는 주인공 유울모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극 중에서는 유울모가 어떤 이유로 밀양림에서 바깥세상으로 갔는지, 왜 다시 밀양림으로 돌아오는지 딱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제서야 입장 전 빽빽하게 적힌 두페이지의 해설을 받을 이유를 알게 되었다. 해외지사를 감시하기 위해 바깥세상으로 나갔던 유울모는 외부 세계의 추악함에 충격받고 다시 밀양림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었다. 쾌적하고 깨끗한 밀양림으로 돌아와 예전처럼 살 줄 알았던 유울모에게 자꾸 바깥세상에서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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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윗집에 살고 있다는 미아보라를 만나게 된다. 미아보라에 대한 설정이 매우 참신하다고 생각했는데, 미아보라는 지구의 자연이 인체에 이식되어 점점 자연으로 몸이 굳어져가는 인체 테라포밍을 시술받은 인물이다. 현재의 우리에게는 긍정적인 가치로 느껴지는 자연이 누군가를 억압할 수 있는 장치로 이용될 정도로 부정적인 가치로 다뤘다는 점에서 밀양림이 지향하는 모습과 미래 세계의 모습이 쉽게 이해되었던 것 같다.

미아보라를 만난 이후로 유울모는 바깥세상의 기억을 점점 더 떠올리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난해했는데 유울모는 바깥세상의 기억 중 자신과 결혼해 밀양림에 들어오고 싶어했던 여성을 만난 기억을 집중적으로 떠올린다. 밀양림의 모순을 느낀 유울모와 밀양림을 동경했던 여성. 두 인물은 대비되는 인물이긴 하지만 자연에 대한 유울모의 동경이나 욕망을 드러내기엔 바깥세상의 여성은 별로 적합하지 않은게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설집의 '주제나 맥락보다는 혼돈의 한 단면을 거친 그대로 보여주는 게 진실에 좀 더 가깝지 않을까'라는 구절을 보니 굳이 맥락을 이해하려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겠다는 생각이 든다.

밀양림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뮤지컬은 절정으로 달려간다. 알고보니 밀양림은 밀양림을 관리하는 인공지능인 '판'에 의해 모두가 감시당하고 지배받는 곳이었다. 거울을 소유할 수 없는 세상, 섹스마저도 원격으로 하는 모습, 매번 바뀌는 집들의 위치로 서로 소통할 수 없는 모습등을 보면서 조지 오웰의 '1984'가 떠오르기도 했다.

판과 사투를 벌이던 미아보라와 유울모는 판은 없애거나 파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화면이나 기계가 부서지더라도 어디에든 존재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아보라는 자연의 일부로 변하고, 극의 마지막 유울모는 다시 밀양림에 도착하는 비행기에서 내린다. 아마 판은 사라지지 않고 다시 밀양림을 건설해 관리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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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 시대를 생각하게 만드는 뮤지컬이었다. 자연을 등한시하고 기술 발전에 의존하는 삶은 현재 나의 모습과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디스토피아 세계관에서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해준 점도 좋았다.

극도로 발전한 기술사회 속에서 단절된 인간의 모습은 디스토피아 세계를 다룬 많은 작품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만 <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는 인체 테라포밍, 밀양림 사과, 애드리브 칵테일 등 다양한 소재들을 보여주면서 세계관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만들었다.

다만 뮤지컬 장르의 특성상 노래로 극이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약간 이해하기 난해했던 부분들도 있었던 것 같다. 해설집을 보면 연출자의 의도라는 것이 이해가 되지만 추가 설명없이 극을 관람하는 관객들은 인물의 감정선이나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조금 어려워할 것 같기도 하다.

아쉬운 부분도 몇몇 있었지만 <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나>는 SF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문을 연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좀 더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를 다루는 뮤지컬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희망해본다.


[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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