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테스토스테론 렉스 :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는 없다 [도서]

글 입력 2019.04.04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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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이제는 쉽게 페미니즘 관련 책을 볼 수 있다. 아예 매대가 따로 있거나 책장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로 저자도 다양해지고 있다. 나의 시작은 록산 게이의 <나쁜 페미니스트>였고 이후로는 학술적인 책부터 <82년생 김지영>같은 문학까지 다양하게 읽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읽은 책들은 거의 경험담이나 언어적, 심리적, 사회적 구조를 짚는 것이었다. 이번 기회에 과학으로 페미니즘에 대해서 알고 싶었고 추천받은 <테스토스테론 렉스>로 시작해보려 한다.

약 320페이지 정도로 두껍지 않지만 익숙하지 않은 전개와 용어로 다 읽는 데 살짝 시간이 걸렸다. 저자는 과거, 현재, 미래로 장을 나눠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고 있는 ‘결정적인’ 성에 대해 반박한다. 이를 위해 무려 74페이지, 책 전체의 약 23%를 참고 문헌에 할애한다. 이는 페미니즘이 뇌피셜, 정신병, 우기기가 아니라는 것을 조목조목 짚어주기 위한 빅 픽처로 보인다.

<테스토스테론 렉스>는 제목 그대로 남성 호르몬이라고 말해지는 테스토스테론이 남성성에 권위를 부여하는 현상에 대해 말한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말하는 남성성은 생물학적으로 말하는 남성과 관련이 있다. 남성의 ‘그러함’은 호르몬이라는 팩트를 기반으로 사회적인 위상으로 연결된다. 저자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연결을, 이 주장을 지지하는 자들이 말하는 방식을 그대로 역전하여 보여준다.


테스토스테론렉스-표1.jpg

 
Go into <테스토스테론 렉스>



어허, 자손을 남겨야 한다니까

남성성이라는 신화의 첫걸음, ‘베이트먼 실험’은 다음과 같다. 이 연구는 성 선택 이론의 예측을 시험하기 위해 실행되었으며 그 결과 수컷의 생식 성공이 문란함과 비례해 증가한 반면, 암컷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이 말의 뜻은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남자는 씨를 뿌리고 여자는 받는다”와 이어진다. 남자들이 여기저기에 자기 씨를 남기는 것은 생식 성공을 위한 유전자 차원의 위대한 행위라는 것이다.


[크기변환]허튼소리.png
저자의 마음의 소리 (출처 : Medium)


21세기에 다시 시험한 베이트먼 실험은 수많은 오류로 가득했다. 그 중 주목해야 하는 점은 결과도출의 과정이 이미 수컷 쪽에 편향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3분의 2에 달하는 결과물이 수컷이 암컷보다 많은 자식을 낳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 선택 과정을 알아보기 위한 ‘과학적인’ 실험 과정 속에 이미 수컷의 변이 추정치를 부풀리는 등, 씨뿌리기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오류가 포함되어 있었다.

더불어 베이트먼은 총 6번의 실험 중 본인이 원하는 결론에 부합되는 마지막 2번의 실험들을 선별적으로 언급했다. 앞의 4번의 실험은 놀랍게도 암컷도 짝짓기 상대가 늘어날수록 생식횟수가 증가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후손을 남기기 위한 최선의 패턴이 수컷의 문란함과 암컷의 조신함이 아니었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리하여 이 오래된 실험은 몇 십년동안 별다른 검증 없이 학문이라는 빽으로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이 외의 다양한 반론과 오류에 대한 지적은 책에서 조근조근 말해준다.


문란함과 경쟁은 수컷만의 특색이 아니며
남자의 성적 행동들을 ‘자연성’이라는 말로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세계는 진화론도 이분법도 아니라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성을 결정하고
에스트로겐은 여성성을 결정한다.
남성적 뇌와 여성적 뇌는 따로 있다.”
[크기변환]염색체.jpeg
정말 그럴까? 성차라는 것은 자연적으로 선택된 혹은 결정된 것이므로 페미니즘 같은 것은 못가진 자들의 발악인 것일까? 성(Sex)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먼저 성 결정에 있어서 XX와 XY의 차이는 Y의 존재유무에 달린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의 과학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Y 염색체뿐만 아니라 X 염색체의 몇몇 유전자, 그리고 다른 염색체에 있는 수십 가지 유전자가 성 결정 과정에 참여한다.

그렇다면 남자란 무엇일까? 텔아비브 대학교, 막스 플랑크 연구소, 취리히 대학교는 1400개가 넘는 인간 뇌 이미지를 분석해보았다. 그 결과 성차가 큰 부위를 리스트로 뽑아 보았을 때조차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았으며 오히려 ‘남성 극단’ 구역에 여성이 자유롭게 포진해 있었음을 밝혔다. 각 극단에만 머무는 성(여, 남)은 0-8퍼센트로 극소수에 불과했다.

특징들의 모자이크로서의 성, 따라서 상황과 맥락에 따라 호르몬은 변하며 ‘일하는 남성, 돌보는 여성’ 신화는 인간 사회가 만들어낸 허상일 뿐인 것이다. 인간은 다른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유전자를 물려준다. 더불어 인간이 세상에 나와 만나게 되는 모든 것, 물리적 환경부터 사회적 구조 역시 유산의 일환이다. 테스토스테론이 남성을 만들지 않고 여성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남자는,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다.



농담에 베이다

페미니즘 과학서라고 해서 딱딱하거나 재미없을 거라는 생각이 혹시 들었다면 제고해주었으면 한다. 저자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책에서 다룰 소재 선택부터 비유적인 표현까지, 보면서 숨죽여 웃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유머는 독자의 성별에 상관없이 마음을 느슨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백 명의 자식 만들기’라는 남성의 자랑스러운 생식 능력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해 시작했던 것이 사회적으로 가해지는 성적 이중 짓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웃음으로 가볍게 들어갔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가볍지 않다.

같은 행동이나 말에 대해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위험(Risk)들은 남성의 것에 비해 무겁다. 엉덩이가 가벼운 여자는 있어도 고추가(혹은 비슷한 성적 부위) 가벼운 남자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권력적인 멋진 남성은 있지만 그런 캐릭터의 여성은 잘 없다. 이 생각은 후반부에 백인남성효과로 이어진다.


백인 남성들이 세상이 덜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어쩌면 그네들이 위험을 너무 많이 창조하고 관리하며 통제할 뿐 아니라 위험에서 많은 이익을 얻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성과 비백인 남성이 세계를 더 위험한 곳으로 인식하는 것도 어쩌면 그들이 여러 면에서 취약하며 기술적, 제도적 혜택을 덜 받는 데다 권력과 통제력 또한 더 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p.139


‘왜 이렇게 유난이지?’라는 생각은 그의 세상에서 당연하다. 세상은 그에게 다정하고 안전하고 기회평등하고 친절하다. 이 시각에서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틀리다. 혹은 마음 한 편으로는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당장 내 앞에 닥친 나의 위험 앞에서는 사소하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에게 있는 위험인식 레이더는 저마다 다른 반사파를 측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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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세상은 안전합니다.



우리는 성의 신화를 부술 수 있을까

이 세상에는 남성과 여성이 있다. 생식 기관의 차이를 넘어 온갖 것들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신화가 있다. 이 신화 안에서 간성(intersex)은 없는 존재가 되고 사람들은 ‘성’에 갇힌다.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행동하고 말한다. 누구도 실체를 알 수 없는, ‘원래 그래’라는 아무 것도 아닌 가벼운 말 아래 사람들이 눌려 있다.

나는 남자답지 않은가?
나는 여자답지 않나?

글쎄,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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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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