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영화] 봄을 맞이하며 보기 좋은 영화

글 입력 2019.04.0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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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단지에는 목련 나무가 많다. 어렸을 적 떨어진 목련 꽃잎들이 소꿉놀이 단골 재료로 사용될때부터 그 나무들과 쭉 함께했다. 그래서 나는 봄이 오고 있다는 걸 마치 작은 새들이 앉아 있는 듯한 목련 나무의 봉오리를 보고 알아차리는 편인데, 이제 슬슬 봉오리가 펴지고 있는 걸 보니 봄이 또 오긴 하나 보다.


선명한 봄을 기다리면서 보기 좋은 영화 세 편을 골라보았다. 좋은 날에 보면 하루의 완벽한 마침표가 될 법한 기분 좋은 영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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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Attila Marcel


2013 프랑스

감독: 실뱅 쇼메

출연: 귀욤 고익스, 앤 르 니

장르: 코미디, 드라마 | 개봉: 2014.07.24

상영시간: 106분 | 전체 관람가

    


알 수 없는 악몽에 시달리는 폴(귀욤 고익스)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그 꿈을 악몽으로 만드는 사람은 꿈 마지막에 등장하는 그의 아빠다. 꿈이 보여주는 것처럼 아빠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폴은 2살 때 엄마, 아빠를 여의고 이모 두 분의 손에서 키워졌는데, 이모들의 바람에 따라 피아노를 치며 대회 입상을 몇 년째 준비하고 있는 실어증에 걸린 청년이다.


같은 아파트 4층에 사는 프루스트 부인(앤르니)은 비밀스런 정원을 가꾸며 홍차와 마들렌을 만들어 그곳에 오는 사람들의 기억을 불러오는 미스테리한 여인이다. 폴은 우연히 그 집을 방문하게 되고 자신이 아기 때의 엄마와 아빠에 대한 기억을 불러오게 되면서 단편적인 기억들이 완전해지고 그들의 죽음에 대한 비밀도 알게 된다.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유사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어떤 땐 진정제가, 때론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 영화 시작 때 등장하는 프랑스 작가 마르셸 프루스트의 이 말처럼 영화 속 폴에게 어린시절 기억은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의 앙상블이다.


심벌즈 하나의 연주는 귀가 힘들지라도 그것이 많은 악기들의 소리와 합쳐지면 좋은 음악이 되는 것처럼 나쁜 기억도 좋은 기억과 함께라면, 그래서 프루스트 부인의 말처럼 ‘나쁜 추억은 행복의 홍수 아래 가라앉게’ 한다면 우리는 언제든 다시 일어나 연주할 수 있다. 영화 후반부 자의인지 사고인지 손가락을 다친 폴이 피아노 대신 우쿠렐레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는 언제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게 우리가 이 봄을 기다리는 이유이다.

  

+) 극 중 주인공이 피아노를 치기도 하고, 음악은 추억을 좋아한다는 프루스트 부인의 말에 따라 기억을 찾을 때마다 트는 음악 덕분에 영화 속에는 좋은 음악들로 가득하다. (ost 앨범이 옛날에 절판됐다는 슬픈 소식)





- 봄기운 조금 더 -


 

*

<플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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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 사랑 얘기는 진부하지만 어쩔 수 없기도 하다. 피어오르는 꽃들이, 따듯해지는 바람이 괜히 마음을 들뜨게 하니까. 등학생 때 이사를 온 브라이스는 이사 온 당일부터 이웃집 소녀 줄리의 마음속에 들어온다. 그 후로 중학생이 될 때까지 줄리는 브라이스를 공공연하게 짝사랑하고 브라이스는 이에 꽤나 거부감을 느낀다. 그러다 감정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플립>은 마냥 두 중학생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자기라는 나무를 키워가는 아이들의 이야기기도 하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에 대해, 잘못을 사과하는 방식에 대해 모두 서툰 아이들로 인해 그들 자신이라는 나무엔 언제나 따듯한 햇빛만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바람과 빗방울들이 그 나무를 더 견고하고 튼튼하게 크게 해준다.

 

+) 개인적으로 키스신이 없어서 좋았다.

 


**

<일루셔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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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파리, 성행하던 뮤직홀이 점차 사라지는 무렵 그와 함께 일루셔니스트, 즉 마술사의 존재도 뒷방 늙은이 신세에 몰린다. 영화 속 나이 든 일루셔니스트(이름은 안 나온다)도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며 몇 없는 관객들(그마저도 다음 무대를 기다리는 관객들) 앞에서 마술공연을 펼친다. 그러다 스코틀랜드의 어느 작은 시골 극장에 갔다가 거기서 일하는 소녀 앨리스를 만난다. 앨리스는 마술사를 따라 도시로 오게 되고 그들은 같이 지내게 된다.


프랑스 영화감독 자크타티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스토리와 더불어 서정적인 그림채와 채색이 돋보인다. 어느 영상에서 감독 실뱅 쇼메가 이 작품을 직접 손으로 그려서 이어 붙이는 작업을 하는 장면을 봤는데 컴퓨터를 최소화하는 그의 작업 스타일이, 그림과 이야기들을 탄생시키는 그의 손이 마치 영화 속 마술사의 모습과도 같았다.


조금 씁쓸한 앤딩마저도 아름답게 보이는, 그 당시 현실을 너무나 잘 보여주는 마술 같은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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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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