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선의 차이를 이야기하다 - 문화코드로 읽는 지구

도서 <문화코드로 읽는 지구> Review
글 입력 2019.04.09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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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교내 중앙도서관에서 읽었다.
중앙도서관 데스크는
에디터 본인의... 마음의 고향과도 같다.




0. 짤막한 소감문


 

‘문화’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개 한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의식주를, 예술 분야를, 혹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전통적인 풍습을 떠올리곤 한다. 공통점은 한 사회의 구성원 대다수가 향유하는 무언가를 떠올린다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들이 말하는 문화란, 한 개인에 국한되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어느 정도 이상의 공통적인 배경을 공유하고 있어야, 흔히들 이야기하는 ‘문화’를 언급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문화는,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작게는 한자리수 단위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몇 천, 아니 억대로 많아질 수도 있다.

 

본 저서는 문화의 종류를 언급하기 위해 ‘국가’와 ‘지역’이라는 기준을 가져온다. 어떤 대목에서는 개별의 국가들을 ‘지역권’으로 묶어 해당 지역권의 문화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유럽 지역권과 아시아 지역권이라든지.) 또 다른 대목에서는 특정 주제에 관한 개별 국가들 각각의 문화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사실 필자는 상당히 폐쇄적인(?!) 성향의 사람이라, 필자의 영역 바깥의 ‘문화들’에 해박하지 않다. 특히 그 범위가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처럼 전지구적인 차원으로 뻗어나가는 경우엔 더더욱.


그래서 이 책을 읽을 때, 선생님의 말씀을 경청하는 학생의 입장에서 읽었던 것 같다. 그러므로 이번 리뷰의 컨셉은 학창시절 노트정리를 할 때 많이 사용했던 기법 중 하나인, ‘키워드 정리’로 잡아보고자 한다. 흥미로웠던 두 가지 키워드에 관한 필자의 견해를 끄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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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먹었던 마카롱.

정말 실하고 맛있었다.

단 음식을 슬슬 끊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1.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 무엇이 더 바람직한지 논할 수 있는가


    


“크로노스는 1일, 1개월, 1년처럼 객관적으로 흘러가지만, 카이로스는 천천히 가기도 하고 급속히 흐르기도 하며, 때로는 거꾸로도 흐릅니다. 카이로스는 의미를 부여한 주관적인 시간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텨내는 데’ 급급한 사람은 크로노스에 매몰되어 있는 사람이지만 ‘지금 이 순간’의 가치를 찾으며 치열하고 알차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카이로스와 함께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21세기에는 시간의 정확성을 따지는 단일 시간 문화, 크로노스적 시간관보다는 탄력적으로 시간을 운용하는 복합 시간 문화, 카이로스적 시간관을 가진 사람이 주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p64-65)


 

고대 그리스 역사에 관심이 많다 보니, 책을 읽으면서도 특히 이 파트가 흥미로웠다. 시간을 일종의 재화로 생각하여 각 단계마다 진행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놓는 풍습이 있는 ‘단일 시간 문화권’과, 주어진 시간 안에 일을 처리하는 것보다는 그 시간 내에서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를 중시하는 ‘복합 시간 문화권’을 설명하며 언급되는 단어들이다.


고대의 언어를 끌어오며 참신한 예시를 들어준 것은 좋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과연 카이로스가 크로노스보다 바람직하다고 손쉽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주어진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단편적이고 기계적이라 치부될 수 있는가. 저자는 64쪽에서 21세기를 ‘개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감성 경제의 시대’라 표현한다. 과연 그러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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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올리는 김에, 맛있는 디저트 사진을 하나 더.

 단호박 타르트와 아메리카노 조합이다.



다원주의가 도래하며 개개인의 취향이 존중되는 시대가 온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를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 일반론으로서 제시할 수는 없다. 해야 할 것이 명확한 체계에서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본인이 무엇을 먼저 끝내야 하는지 자신만의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대한민국의 대학 입시 교육만 살펴보아도 그렇다. 수험생들은 더욱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하여 일 단위로 공부 스케줄을 짠다. 국어 지문과 수학 문제는 얼만큼 풀지, 영어 지문 독해 연습은 얼마만큼 할 것인지. 수능 날짜는 매년 11월 중순으로 고정되어 있기에 수험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다. 그 안에서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 입시 말고도 우리 사회에서 크로노스적 시간관을 요구하는 곳들은 기업, 은행, 공공기관 등...무수히도 많다. 필자는 크로노스적 시간관이 기본적인 틀이 되어 그 안에 카이로스적 시간관이 섞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동시에, 그러한 과정 속에서 인간관계를 맺고, 의미 있는 경험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낀다. 어떤 시간관이 바람직한지 우열을 따지기보다는 두 가지의 시간관을 한 곳에 모아야 하지 않을까.



 

2. ‘행복’도 문화의 일종일까?


 

책에서는 흥미롭게도 행복에 관한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그것도 한국인의 불행을 주요 키워드로 삼으면서 말이다! 행복에 대한 필자의 이야기들은 평소에도 내가 자주 접했던 내용이라 친숙하게 다가왔다. 다만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개개인의 행복까지도 문화라는 범주 안에 넣을 수 있는 것일까. ‘행복의 경향성’을 정할 수 있을까.

 


“한국 국민 10명 중 7명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9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행복에 대해 물은 결과 ‘불행하다(매우 불행+조금 불행)’는 답변이 73.4퍼센트에 달했다고 합니다. 왜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 걸까요?” (p71)



저자는 OECD에서 발표한 통계 자료를 근거로 한국인의 대부분은 행복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왜 행복하지 않은지 이유를 알아보고자 한다. 필자는 이 부근에서 책장을 넘기지 못한 채 몇 십 분을 고민했다. 과연 행복을 공동체의 차원에서 정의할 수 있는 것인지 말이다. 일반적으로 행복이란, 특히 본 저서에서 이야기하는 행복이란 더욱이도 ‘감정 상태’의 일종이다. ‘우울하다, 피곤하다, 절망스럽다, 기쁘다’와 같이 일시적인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단어이다. 그러므로 이 상태가 지속되는 정도나 어떤 때에 이 상태에 돌입하는지는 지극히 주관적이지 않겠는가.


필자는 감정 상태로서의 행복에 경향성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나는 시험을 망쳐서 우울할 수도 있지만 내 옆의 누군가는 방금 먹은 스프가 굉장히 맛있어서 행복할 수도 있다. 그래서 방종과 자제의 문화를 기술할 때, 행복이라는 주제를 빼고 단독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이것과는 별개로 개개인의 삶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삶을 대비시키며 해당 문화권의 특징을 기술한 대목은 참신하고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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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디저트를 먹을 때 '행복하다.'

그렇지만 과제를 하거나 시험을 준비할 때는 고통스럽다.

행복은 주관적인 감정의 상태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3. 시선의 차이를 기술하다


 

고민해볼 거리가 많은 도서였다. 앞서 제시한 두 개의 키워드 이외에도,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았다. 할랄 음식과 코셔 음식의 특징들, 음주 문화, 세계의 공휴일 등. 이런 내용까지 다루는구나, 싶을 정도로 저자는 다양한 키워드 안에서 수많은 문화들을 언급한다. 어떤 문제, 혹은 어떤 키워드를 바라보는 '시선들'의 차이를 섬세하게 분석하고 있었다. 이토록 섬세하게 분석하기 위해서는 '문화'라는 큰 분야에 대한 커다란 애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저자의 전문성과 애정이 묻어나는 글이라 평할 수 있겠다. 자신이 떠올릴 수 있는 세계의 크기를 늘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혹은 이 세상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해당 도서를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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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김세원


고려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하고 21년간 <동아일보> 기자와 파리 주재 유럽 특파원을 지냈다. 한국 최초의 로이터 저널리스트 펠로로 프랑스 보르도정치대학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뉴욕주립대학에서 기술경영학 석사, 고려대학교에서 국제통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가톨릭대학교 글로벌인문경영 융복합전공 부교수,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는 글로벌 문화브랜딩연구소장 겸 아트인사이트의 고문으로 정부 기관과 기업, 개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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