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금 음악을 듣는 당신께 / 음악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음악이다

음악의 일상 생활을 살펴보세요 :)
글 입력 2019.04.10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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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할 책으로 말하자면 음악 심리학에 대한 기본서라 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음악이 우리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를 다각도로 분석해 정리한 정보전달서다. 나는 음악에 대해 무딘 편이다. 좋게 말하면 모든 걸 편견없이 받아들일 정도로 순수하고 개방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줏대가 없다.


음악 모음을 찾아 자동 스트리밍을 하고 10년 넘게 쌓아온 선곡리스트를 반복한다. 10년이 넘었다고 해서 선곡 리스트가 방대한 것도 아니다. 그저 늘 듣던 것들을 들을 뿐이다. 업데이트가 1년에 한 두곡 될까말까한 음악에 관해선 '초'아날로그적 사람이다.


쓰고 보니 민망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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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이런 나일지라도 음악에 대한 궁금증은 있었다. 내 선곡리스트는 왜 그리 업데이트가 느린 것이며, 왜 나는 음악의 제목과 아티스트에 개의치 않는 둔한 신경을 가지게 되었는 지, 애기 시절 피아노 학원에서 탈출해 태권도장으로 달려가던 과거가 음악에 관한 관심에 연관이 있는지 등등. 유튜브나 스트리밍이 유행하지 않았다면 사라졌을 지도 모르는, 내 일상에 음악이 흐르는 순간들은 어찌 구성되고 돌아가는 지 알고 싶었다.

(아, 그리고 표지와 제목이 너무 좋았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어린 시절' 음악과 접하는 순간들에 대해 유년기와 청소년기로 나누어 설명하고 2부에서는 '어른의 음악'을 다룬다. 어른의 음악은 일과 취미 생활에 음악이 끼치는 영향과 음악에 따른 두뇌 변화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3부 '시간을 초월한 음악'에서는 '기억'이란 단어를 재정의하여 기억에 음악이 미치는 영향을, 더불어 음악의 치유 기능까지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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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나 내용 설명을 간단히 읽어보면 감이 오지만 이 책은 감상적이라기보단 실증적인 연구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술된다. 올해 들어 읽은 책들이 대부분 산문집이나 소설이다 보니 처음 책을 집어들었을 때는 많이 버벅댔다. 이 수많은 실험 결과들을 다 읽어나가야하나 고민하다가 소제목을 보고 취사선택하며 모자이크 방식으로 읽어 나갔다.

이 책은 친절하게도 큰 목차 아래 작은 챕터들이 있고 그 속에 다시 소제목들이 주제별로 나누어져 있다. 나는 성질이 급했기에 현재의 나와 가장 가까운 2부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앞서 언급한 내 음악 생활에 대한 소소한 궁금증을 조금씩 풀어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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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를 자주 듣는 편이 아니다.

•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를 하면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 음악이 흐르면 좋지만 딱히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다.

• 음악을 들을 때는 음악만 듣는 것이 좋다.


앞서 언급한 나의 무딘 음악신경은 정확하게 위의 요소들과 일치했다. 마찬가지로 나에게 라디오나 음악은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며, ASMR을 즐겨 듣지만 공부를 할 때나 잠을 잘 때는 소리를 꺼야한다. 더불어 음악을 듣는 일도 그 자체로 감상을 요하는 행위여서 다른 일을 하면서 배경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 그 자체로 감상하고 싶어한다. 그러면서도 아티스트나 제목에 무신경한 모순을 보인다.


나의 이 요상한 음악 소비 행태는 정확히 내 성향과 닮아있었다. 업무 수행능력과 각성수준을 기준으로 삼는 여키스 도슨 법칙이 하나 등장하는데, 이 법칙에 근거해 일하는데 효율적인 음악에 대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성격'이라는 변수가 등장한다. 내향성과 외향성이 그 기준이 되는데 내향적인 사람은 이미 일의 몰입 절정 단계에 외향적인 사람보다 빨리 진입해 있어 보다 덜 자극적인 요소들을 추구한다고 한다.


즉 어떤 일을 수행할 때 음악을 듣기보단 조용한 환경에서, 듣더라도 차분하고 덜 자극적인 요소들을 이용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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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각각의 변수나 실험 결과에 내 일상의 음악적 경험을 더하면 조금 독특한 생각들이 펼쳐진다. 나는 저학년때보다 지금 더 음악을 자주 듣고 음악을 만나는 시간도 많아졌다. 성격, 업무 수행력, 음악이라는 변인만 두면 내 성격이 달라진걸까 하는 의문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책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구성된다. 실험 설계의 배경과 설계 과정, 결과에 대한 요약을 활용해 실질적 데이터를 제공하고 'fact'를 기반으로 감상이 아닌 인과관계를 저술한다. 다분히 정보 전달 성격이 강한 서적이다. 애초에 음악 심리 실험이라는 분야 자체가 생소해서 읽으면서도 신기한 부분이 많았는데, 음악도 일종의 언어처럼 공통의 체계(랑그)가 있기에 다른 문화권의 음악이 초반에 낯설수있다는 사실이나 여러 문화권에 거주해 두 언어가 가능한 bilingual brain처럼 두 문화권의 음악을 동시에 이해하는 bimusical brain이 있다는 건 특이했다.

보통 음악은 언어를 초월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라 칭하지만 그 역시 각각의 문화적 층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달까.

*

이 책을 전반적으로 낯설게 느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느낌은 정확하게 심리학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비슷할 것이다. 심리학이 수치를 다루는 지 모르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이 책은 정확히 심리학의 특성에 기반을 둔다. 그러면서도 중간 중간 우리 삶에 음악이 흐르는 순간들과 실증 데이터를 연관시킨다. 그리곤 감각적인 언어로 '변인'을 정의한다.

기억이 이야기, 기술, 생각의 집합 그 이상의 존재이며, 시간의 얇은 층 위로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존재라니. 조작적 정의를 아주 감각적으로 한다.(물론 실험에선 저러면 큰일 나겠지만) 한 가지 아쉬운 건 곳곳에 번역체 투가 남아있는 점이다. 막상 읽을 때는 거슬리진 않았지만 심리학 용어라던가 이론을 설명할 때 특유의 길고 긴 영어 수식어를 그대로 번역한 부분들이 보인다.

큰 허점은 아니지만 학술서적보다는 더 진입장벽이 낮은 책이니 조금 더 부드러운 어감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내게 필요한 것은

음악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무척이나 알고 싶어하는 친구에게

권할 수 있는 책이었다.

'바로 그 노래that song'를 듣던

그 완벽한 저녁의 순간을

다시 돌아보는 사람들 말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한나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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