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완벽하게 불완벽한, 매일 매일, 와비사비!

채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글 입력 2019.04.1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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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비 + 사비 = 와비사비



나는 사실 와비사비라는 단어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와비’와 ‘사비’라는 일본어 두 단어가 만나서 만들어진 이 단어는 일본 전통적인 미적 관념 중 하나라 한다. 일본의 미학이라고만 말하기에 와비사비는 사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동양에 공통적으로 널리 퍼진 미의식이며 저자를 포함한 서양인에게도 익숙해진 개념이다.



와비라는 말은 단순함의 미학을 가리킵니다. 덜 완벽지만 검소한 공간과 고요한 정취를 이르는 말이고, 사비는 오래됨의 미학으로 느린 시간과 받아들이는 여유를 뜻합니다. 이 두 단어가 만난 와비사비는 물질적 풍요보다는 다소 부족해 보이지만 남들에게 비쳐지는 삶이 아닌 자신의 본질적인 삶을 추구하며 바쁜 현대인들의 삶에서 새롭게 재조명받고 있는 트랜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완벽을 추구하느라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물질적인 소비에 집착하는 삶 대신에 이미 가진 것, 오래된 것, 익숙한 것에서 아름다움과 가치를 찾는 삶입니다.


 



#완벽하게 불완전한


 

현대 사회는 인터넷으로 언제 어디서든지 타인의 삶을 너무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본다든지, SNS 계정에 올라온 핫한 사진들을 보며 ‘좋아요’를 누르며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나 익숙해졌다. 몇 시간 단위로 연예인들의 화려한 가십거리가 뉴스로 올라오고 알게 모르게 우리는 상대방을 이미지로 판단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시되고 있다.


이제 정말 두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이라는 말도 그럴싸하게 받아들여진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하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버렸다. 와비사비는 타인의 시선을 소비하고 의식하며 완벽해지려고 노력하는 피곤한 현대인들에게 ‘완벽하게 채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라는 말을 전한다.

 

지금 그대로의 나에 만족하기란 사실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남에게로 향하던 시선을 하루아침에 나에게로 돌린다는 일이 단번에 익숙해질 수 있겠냐만 의식적인 노력을 더해간다면 조금씩 개선해 나갈 수는 있다. 나 역시 어느 순간 ‘열심히 살지 않기’를 의식적으로 되 뇌이던 때가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게 나의 와비사비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부모님, 친구, 회사동료로부터 인정받고 싶다고 생각했었던 마음도 가장 본질적인 질문 ‘그래서 그 다음엔 뭐가 있는데?’ 라는 질문 앞에서 무너졌다.


완벽하게 잘해서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보다는 나 스스로를 설득시키고 만족시키는 일에 내 에너지를 쓰기 시작하면서 내 삶에서 와비사비를 느끼는 시간이 늘어났다. 현재에 만족한다는 것이 열심히 살고 싶지 않은 게으른 나를 합리화하는 말은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 저자는 이렇게 답했다.

 


이 말이 꿈이나 목표를 가질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뭔가를 추구하는 것을 부정하는 일도 아닙니다. 이 말은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라는 뜻이며 끝없는 물질적 욕망과 타인의 기대로부터 벗어라나는 의미입니다.



불완전함을 완벽함으로 가는 중간 단계로 보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하다. 와비사비는 그런 불완전한 나 자신을 완전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라고 용기를 주지만 성취할 수 없는 완벽한 목표를 추구하느라 몸과 마음을 아프게 하지는 않는다. 반드시 해야 한다고 여겼던 것들을 내려놓는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나의 현재를, 이 시간을 집중하며 나답게 열심히 사는 것이다.



 

#모든 것은 변한다.


 

와비사비는 우리에게 덧없고 무상한 것이 모든 자연의 본질임을 일깨워준다. 우리는 변화란 피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래야만 과거가 후회되고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아도 이것이 곧 지나가리라는 것을 알고 마음의 동요를 가라앉힐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음도 예쁜 신발과 옷들도 시간이 지나가면서 세월에 바래진다. 억지로 세월을 거스르기 위해서 힘을 쓰는 대신에 이 과정을 음미하며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선택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좋다.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와 피곤으로 무엇을 위하는지도 모르게 시간을 날려 보내고만 있다.


와비사비가 다소 철학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인거 같지만 사실 너무 단순한 삶의 지혜이다. 삶은 계속 불완전하고, 이 불완전함을 완전함으로 바꾸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대신 나에게 중요한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변화하는 것을 음미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져보자. 책 속의 많은 질문들이 이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매일매일, 와비사비

- WABI SABI -



지은이 : 베스 켐프턴

옮긴이 : 박여진

출판사 : 윌북

발행일
2019년 3월 20일

정가 : 13,800원


[최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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