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피해자다움'의 신화 속에 감춰진 고통스러운 진실, 7번 국도

글 입력 2019.04.10 15:3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19-04-03 11;46;13.jpg
 

[Preview]

'피해자다움'의 신화 속에 감춰진

고통스러운 진실

7번 국도


'피해자'


사회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피해자들을 만나왔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군 의문사 사건' '세월호'....

이 중 세월호는 국민 모두에게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당시 대학교에 입학한지도 얼마 안되었고, 그래서 나로서는 고등학생이 수학여행을 갔다가 일어난 사건을 상상하기가 쉬웠다. 사건의 발생부터 수습까지 재앙의 당사자들이 할 수 있는게 없었다는 것이 특히 그랬다.


당시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이어나가던 사회운동을 관뒀다. 사건의 참혹함 자체도 떨쳐내기도 어려웠지만 내가 더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재앙이 휩쓸고 나간 뒤 몰아치는 정치 사회적 여파였다. 당시 내가 본 사회는, 옳고 그름을 떠나 집단별로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피해자들의 사회적 움직임은 자발성과 비자발성이 섞여있는 것이었다. 많은 영상매체에서 피해자의 고된 싸움은 하나의 신화로 표현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외로운 사회운동을 이어가는 이들을 볼 때마다, 그 안에 겹겹히 쌓여있을 갈등과 고통을 상상하곤 했다. '피해자 다움'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그들이 사회적 영웅으로 부상되길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과정에 존재하는 피해자들의 갈등, 피해 당사자 뿐만 아니라 그 가족, 그 가족의 사이 등까지 여러 층위에 존재하는 갈등을 외면하고 '피해자'라는 그룹으로 묶지는 않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피해자 다움'은 피해자의 폐부를 찌르는 또다른 칼날이 되기에 충분하다.


7번국도_연습사진_(c)이강물 (12).jpg
 


시놉시스

강원도 속초, 7번국도 위. 동훈의 택시에 군복을 입은 주영이 오른다. 그는 얼마 전 공장에서 일하다 죽은 초등학교 동창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그 동창의 죽음을 두고, 주영은 안 좋은 소리만 늘어놓는다. 이 낯선 군인 아저씨의 말을 듣고 있는 동훈은 바로 그 죽은 초등학교 동창의 엄마다.

동훈은 오늘도 경기도 수원의 공장 앞 1인 시위를 위해 집을 나선다. 하지만 남편인 민재는 동훈을 막아서고, 시위에 함께했던 용선은 피켓을 내려놓는다.

주영이 동훈의 택시에 다시 오른다. 이 낯선 택시 기사님은 주영에게 말한다. 이제 시위 나가는 것을 그만뒀다고. 때가 됐나 보다고.



연극은 앞서 언급한 '삼성 백혈병 사건'과 '군 의문사'를 다룬다. 공연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가상이지만, 그들이 마주하는 죽음은 사시로가 가깝다. 작품은 사건의 무게를 증폭하거나 대책 없이 삶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고, 인물 사이의 갈등, 충돌, 변화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우리의 신화대로 피해자들은 서로 연결되기도 하지만, 그 연결의 순간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사건의 양상과 본질이 다를뿐더러, 피해자들을 쉽게 연결 시켜 무책임하게 삶을 아름답게 그리거나 사건의 무게를 증폭시키지 않는다.

<7번국도>는 각기 다른 5명의 등장인물 사이의 갈등과 충돌, 변화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피해집단 사이의 균열을 슬프거나 아름답게 보지 않는다. 이를 통해 당사자 사이의 문제를 당사자만의 문제로 한정시키지 않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임을 투영한다.


통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전형성을 탈피해 나가는 것, 즉 우리가 그리고 연극이 피해자를 직시할 수 있는지를 다시 질문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어렵지만, 필요한 과정이다. 이번 연극을 통해 관객들은 피해자를 다시 온전히 바라볼 기회가 있을 것이다.


7번국도_연습사진_(c)이강물 (1).jpg
 


이 작품은 배해률 작가의 첫 번째 장학희곡이며, 극작가를 겸하고 있는 구자혜 연출가가 지난 해 <사물함>(작 김지현)에 이어 다른 작가와 호흡을 맞춘 두 번째 작품이다. 구자혜 연출가와 여기는 당연히, 극장은 <킬링타임> <윤리의 감각> <가해자 탐구_부록: 사과문작성가이드>에서 가해자의 시선으로 사회적 참사의 본질을 파헤치려는 시도를 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다시 그 시선을 피해자에게로 돌린다. 배우 권은혜, 박수진, 이리, 전박찬, 최요한이 출연한다.

한편, 공연이 개막하는 17일(수)과 막을 내리는 28일(일)에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문자와 수어(수화)통역,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이 제공되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로 진행된다. 지체장애인을 위한 휠체어석은 모든 회차에서 예매가 가능하다. 문자통역을 위한 자막이 무대 중앙에 설치되며 수어(수화)통역사는 무대 위에 위치해, 전 좌석에서 통역을 볼 수 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배우의 호흡과 움직임을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전 구역의 첫 번째 열을 우선적으로 제공한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예매처 홈페이지 또는 문자로 예매할 수 있으며,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은 전화(02-758-2150)로 하면 된다.

한편, 공연 개막에 맞춰 희곡집도 발간된다. 남산예술센터와 이음출판사가 협력해 2016년부터 출판하고 있는 이음희곡선 <7번국도>는 공연기간 중 남산예술센터와 각종 도서판매처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오는 20일(토) 공연을 마친 후에는 관객과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과의 대화’를, 오는 28일(일) 오전 12시에는 남산예술센터의 역사와 무대 뒤를 엿볼 수 있는 ‘극장 투어’도 마련했다.



7번국도_포스터_최종_190312.jpg





7번국도
- 남산예술센터 2019 시즌프로그램 -


일자 : 2019.04.17 ~ 04.28

시간
화, 수, 목, 금 19시 30분
토, 일 15시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서울특별시

주관
서울문화재단
여기는 당연히, 극장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90분



 

KakaoTalk_20180723_235535454_(1).jpg
 


[손진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