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뇌과학과 만난 음악심리학

글 입력 2019.04.13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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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도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귀가 뜨인다는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는 안 들리던 외국어가 어느 날 갑자기 잘 들리는 날이 온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음악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이야기다. 아무리 낯선 음악이라도 꾸준히, 규칙적으로 시간을 투자해 듣다 보면 귀가 뚫리기 마련이다. 음악을 즐기려면 우선 듣기가 편안해야 하고 그러한 상태에서 우리의 심금을 울리는 요소들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불편한 음악은 방어적인 감정만 자극할 뿐이다.

나는 한때 국악을 배웠던 경험을 통해 한 가지 주관적인 가설을 세우게 되었다. 대중들이 전통 음악을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가 낯섦에서 오는 본능적 자기 보호 때문이라는 가정이다. 내가 바로 그러한 과정을 거친 사람이었기에 나름대로 확신이 있었다.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전공한 친구들과 달리 나는 고등학교에 진학 후 오랜 고민을 거듭하다 본격적으로 레슨을 받았다. 줄곧 대중음악에 심취해 있었고 초등학생 때 잠시 배운 악기 역시 피아노였던 나에게 전통음악은 재미 보단 혼란스러움으로 다가왔다.

노래 실력이 군계일학은 아니어도 평균 이상이라고 자만했던 시기에 음악적으로는 처음 맛본 좌절이었다. 평소 듣던 서양 음악의 규칙에 젖어있던 귀에 국악의 시김새와 발성은 따라 하긴커녕 기억하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였다. 소리는 수리성과 천구성을 좋은 음색으로 평가하는데 공력이 부족한 나는 생목의 상태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이렇듯 전혀 다른 조성과 리듬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데에만 수 년의 시간이 걸렸다. 비록 프로의 수준까진 도달하지 못했으나 어설픔을 덜고 익숙함을 얻게 된 방법은 전적으로 음악 청취와 감상, 연습이었다.

이와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음악은 적응 기간이 주어져야 그 문법을 터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이 시기는 나의 음악적 지평을 넓혀주었으며 오래도록 지니고 있던 관념을 불식시켜준 인생에 있어 가장 주요한 순간 중 하나이다. 즉, 음악 역시 재능보다 부단한 노력과 학습이 필요한 분야라는 점이다.

위의 경험을 뒷받침할 만한 연구가 책에서도 등장한다.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과학자들은 다른 문화의 음악을 처음 접할 때 어려움을 겪는 이유에 관해 연구했다. 그 결과 새로운 언어를 기초부터 익히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생경한 음악 또한 시간을 투자해서 듣기만 해도 음악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성취는 유년기나 청소년기에만 가능한 게 아니다. 우리의 두뇌는 가변적이다. 그러므로 성인이 되어 음악을 습득하는 행위는 뇌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결과에 주목하자.

호기심이 많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개방적이고 유연한 태도를 지닌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다양한 문화권의 음악을 감상하거나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방법은 이러한 사고 발달에 도움이 된다.



뇌에서 벌어지는 현상


몸으로는 이러한 사실을 체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악과 연관된 인간의 심리를 학문적으로 고찰해볼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책에 대한 기대감이 컸고 저자는 예상한바 이상으로 뇌과학과 관련된 전문 용어나 연구 결과들을 자주 인용한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면, 공포영화의 배경음악이 감정에 미치는 영향이다. 영화 속 주인공이 홀로 어두운 길을 걸어갈 때 음산하게 깔리는 음악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두려움을 유발한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실제로 음악이 뇌를 통하여 감정과 상호 작용하기 때문이다. 두뇌 중심부 가까이에 위치한 편도체는 교감신경계 내 활동을 촉발시키는 메시지를 보낸다. 교감신경계는 투쟁 혹은 도피 반응을 포함한 여러 육체 기능을 통제하며, 이로 인해 우리는 위험을 감지한다. 에란 엘다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부정적인 감정을 담은 음악이 영화의 장면을 더욱 무섭게 만든다고 말한다.

이처럼 저자는 음악심리학을 과학적으로 규명하여 신빙성을 높이고 음악이 치료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밝힌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환자들에게 자율신경계 이완과 소통을 돕는 도구로 사용되는 음악의 역할 또한 짚어준다.

책은 지금껏 음악을 통해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변화가 어떤 단계를 거쳐 나타나는지 흥미로운 실험과 연구를 토대로 조명한다. 인간의 생애 주기에 미치는 음악의 긍정적인 효과, 음치와 실음악증의 차이, 사무실에서 듣는 음악과 운동을 할 때 듣는 음악이 생산성과 동기부여에 도움이 되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당신의 궁금증을 해소해줄 뿐만 아니라 음악을 향한 애정이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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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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