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에 음악이 필요한 이유 - 음악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음악이다

글 입력 2019.04.14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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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친구가 정적을 좋아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친구는 아무 소리가 나지 않으면 무섭거나 불안한 감정이 든다고 했다. 나는 어떤 면에서는 동의했다. 정적을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내가 있는 공간이 소리로 채워지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대답했다. 침묵보다는 말소리, 말소리보다는 음악이 있는 게 좋다. 요즘 나는 방 안에 혼자 있을 때가 많다.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아무도 없는 집 안의 정적을 걷어내고 음악을 켜는 것이다. 보통 귀가 길에도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지만, 스피커로 듣는 것이 확실히 더 좋다. 선곡도 좀 더 신중하게 한다. 잡히는 대로 틀었던 귀가길 음악과 달리 그 때의 기분에 가장 적합한 곡을 고르고, 씻고 누워 음악을 들으면 잠깐일지라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보면 세상은 음악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출퇴근길 버스 안에 탄 사람들만 해도 거의 모두가 이어폰을 끼고 있고, 주변에서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한 번 안 써봤거나 코인노래방 안 가봤다는 사람 찾기 어렵다. 모든 드라마,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는 어김없이 진중한 음악이 흐른다. 특히 우리가 쓰는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이름, 상태 메세지 외에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그게 음악이다. 음악은 일종의 자기 표현의 수단의 기능까지 하는 것이다. 물론 세상 모든 사람이 음악을 즐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의 침묵이 자기주장을 하기도 전에 음악은 그 빈자리를 메워버리는 것 같다. 음악이 대체 뭐길래 이렇게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걸까?

<음악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음악이다>는 왜 우리가 이토록 음악을 필요로 하는지, 음악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명료하게 설명한다. 1부에서는 유년기, 청소년기를 거쳐 음악이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있어 얼마나 지대한 역할을 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2부는 어른이 된 후의 삶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과 음악의 관계, 음악이 우리의 여가생활을 얼마나 다채롭게 하는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3부는 밀접하게 연관된 우리의 기억과 음악의 관계와, 음악이 우리의 정신적, 신체적인 문제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논의한다. 각 장마다 다양한 실험과 사례가 근거로 제시되어 있어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음악의 작용이 어떤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거쳐 일어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기분이 좋아지는 음악과 나빠지는 음악을 알게 되면, 그 다음에는 음악을 가지고 감정을 실험하기 시작한다. 음악은 우리의 개인적, 사회적 정체성을 반영하고 심지어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보탬이 되는 듯 보인다.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이 독특한 생애주기의 음악은 향수에 젖어 무거워지고, 다수의 사람은 결국 그 음악을 자기 인생 최고의 음악으로 여기게 된다.”

- 음악이 흐르는 동안, 당신은 음악이다, 78p

나는 특히 음악과 친구가 되기 시작한 시기였던 청소년기의 음악과, 음악과 기억에 대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음악은 그 생김새부터 사람의 감정과 닮아 있다. 예를 들면 행복한 음악의 특징은 빠르고 음정이 높고 소리가 큰 반면 슬픈 음악은 반대라는 것이다. 이처럼 감정과 밀접한 음악은 감정적 대응에 행동적, 인식적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영향을 준다. 특히 인식적 측면에서 음악은 경험을 되새기고, 그 의미들을 우리의 마음과 연결 지으며 미래를 기약하는 법을 터득하는 데 유용한 생각과 기억을 자극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소녀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소년들은 우울한 감정을 배출하기 위해 음악을 듣는 식이다.

내 기억을 돌이켜 보면, 중학생이었던 때까지는 음악을 듣는 것에 목적이 없었거나, 있었어도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중학생 때 가장 두드러졌던 현상은 ‘아이돌 팬덤’이었는데, 이 책의 관점에서 보니 내 청소년기의 집단 정체성 형성에 우리나라 아이돌이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언급된 ‘음악 엘리트’랑은 좀 다른 느낌이지만, 쉬는 시간 교실에 모여 샤이니와 투 피엠의 신곡을 불렀던, 흥겨움이 절정에 이르고 마음이 하나가 되었던 순간 같은 것들이 나의 청소년기 집단적 정체성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 나에겐 그 음악들이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필수적으로 외울 수밖에 없었던, 그 밖의 다른 선택지가 있는지도 몰랐던 애국가 같은 존재였던 것 같다.

나는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야 음악을 통해 감정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터득했고, 그러면서 집단과 분리된 개인적 정체성에 음악이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 때 들었던 음악들은 한 개 이상의 기억과 강렬하게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면 야자 끝나고 집에 오면서 들었던 여행 스케치의 ‘별이 진다네’, 논술학원에서 집에 오는 버스에서 들었던 뮤즈의 6집 같은 음악들은 지금 들어도 그 때의 날씨나 들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책의 2장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는데, 2007년 야나타 연구팀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음악이 환기시키는 삶의 기억에 반응하는 두뇌 특징을 연구했다. 연구팀은 그 과정에서 뇌의 전두 피질이 가장 중요하고 좋아하는 청소년기 추억에 더욱 강력하게 반응하며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즉 음악을 통해 개인의 기억을 활성화시키는 이 같은 독특한 두뇌 반응이 청소년들만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우리가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인 청소년기가, 역시 음악에 도 가장 강력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두뇌는 평생에 걸쳐 변하고 음악과 기억의 연결 또한 청소년기가 지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8장에서는 두뇌가 손상되더라도 그 연결이 쉽게 끊어지지 않는 이유를 제시한다. 저자의 의견에 따르면 애초에 우리가 음악을 기억하는 체계는 생각의 처리 방식에서 일반적 지식과 다르다. 특히 음악을 배운 사람들은 어느 정도 숙련이 되면 음악을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은 ‘습관’, 즉 자동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든다. 또한 음악은 감정적 반응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이는 종종 반사적인 조건 반응의 형태를 띄며 이는 두뇌 일부가 손상되더라도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사실 처음에 책의 표지와 제목만 봤을 때는 서정적인 내용일 것 같아서, 실험과 사례로 가득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책을 통해 음악이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책을 읽는 내내, 저자가 음악을 얼마나 사랑하는 사람인지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음악 자체에 대한 지식과 음악의 잠재성에 대한 생각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음악에는 우리가 탐구해야 할 미지의 영역이 많이 남아있을 것이다. 책을 통해 그에 한 발짝 더 다가갔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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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예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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