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과거의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 [공연예술]

연극 <비클래스>
글 입력 2019.04.1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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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다 보면 사랑했던 극이 떠나는 순간이 오고,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는 순간이 오고, 예전의 사랑이 돌아오기도, 영영 떠나버려 하염없이 울게 되는 순간도 있다. 그리고 가끔은 사랑했던 극이 돌아왔지만 더는 사랑하지 않게 되는 때가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배우나 연출이 바뀌었다는 직접적인 이유도 있지만 유독 서러운 때는 상황적인 요소가 변했을 때다.


예전의 나와는 생각이 바뀌어 그때의 감정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하는 경우. 그때의 내가 아니어서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은 참 슬픈 일이다. 필자에게 연극 <비클래스>가 그렇다.




01. 진부하지만 그래서 더 와 닿는



입시와 경쟁교육에 상처받은 아이들, 성적지상주의에 슬퍼하는 청춘. 사실 드라마든, 소설이든, 영화든 웬만한 장르에서 꽤 많이 등장하는 소재다. 한국에서 입시 경쟁을 치른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이 서사를 보고 과거의 자신에 대입하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보편적인 소재이기에 필자 역시 작년에 이 극을 접했을 때 큰 위로를 받았다.


<비클래스>의 다섯 인물은 보편적이지만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기에 더 매력적이다. 네 명의 학생과 한 명의 교사가 'A클래스‘가 아닌 'B클래스’에서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면 옛 생각에 공감되기도 하고, 마음이 아려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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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그 진부함이 와 닿기엔 너무 멀어져 버렸다

필자 역시 <비클래스>처럼 고등학교 때 A와 B로 나뉘어 있는 환경에 놓여있었다. 다만 우리는 A클래스가 소수였고, 그를 ‘심화반’이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불러주었다. 애매한 성적 때문에 심화반에 들어갔다 나오는 것을 반복했고, 연극 속 인물처럼 A클래스를 동경하며 위로 올라갈 수 있기를 바랐다.

나와 너무나도 똑 닮은 극 중 아이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극을 보면서 인물에 이입하는 것은 동시에 과거의 나 자신을 위로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슬프게도 1년이 지난 지금은 작년보다 1년 더 입시와는 멀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멀어진 거리만큼 감정도 멀어지게 되었다. 배우가 바뀐 탓도, 극장이 바뀐 탓도, 사소한 연출이나 대사가 바뀐 탓도 있겠지만, 기본적인 감정선은 비슷했다. 슬픈 점은 그 감정에서 멀어져 버린 관객에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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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아무리 필자가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어렴풋한 감정선은 따라갈 수 있기에, 여전히 이 극을 추천하고 싶다. 시기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입시 경쟁을 겪은 우리에게 하나의 위로를 건네는 서사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따뜻하기 때문이다.

한창 예민하고 못난 시절의 인물들은 점차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어른으로 성장해나가며 때로는 부딪히기도, 때로는 울기도 한다. 사실 이 극은 ‘성공하든 그렇지 않든, 어쨌든 자신의 길을 찾아 다들 오래오래 행복했습니다.’라는 하이틴 드라마의 형식에 반하는 내용이다. 우리는 인물의 ‘마지막’은 보지 못한 채 스스로 그 서사를 채워나가야 한다. 우정과 자신의 미래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물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 과정은 알려주지만, 그에 따른 결과는 불분명하다.

그들이 서로 이해하고 화해를 하는지, 끝내 만나지 못하는지, 행복한 결말은 인물의 소망일 뿐인지 그 모든 것은 극에 직접적으로 제시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그런 서사를 관객이 스스로 채워가면서 자신의 경험을 상기하게 되고, 예전의 자신과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섯 인물 중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있을 것이다. 그 인물에 이입하며 과거의 자신을 만나게 되는 건 여러모로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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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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