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새로움과 소통으로 반짝였던 - 장 하오천 Piano

금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 클래식 나우!'
글 입력 2019.04.18 15:0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함께 호흡할 수 있었던 장 하오천의 독주회


17.jpg
 

사실 이번 기회를 접하기 전에 ‘장 하오천’이라는 피아니스트에 대해 거의 알지 못했다. 연주회에 가기 전 그에 대한 정보들을 접하면서 그가 섬세한 연주로 유명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기대하며 연주회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장 하오천의 연주회는 내가 예상한 추상적인 이미지를 넘어서 그 이상의 것을 내게 선사해주었다.

먼저 클래식을 즐겨 듣지만, 꼭 연주회에 참석하려 하는 이유는 ‘함께 호흡하는 듯한’, 그 느낌이 매 순간 짜릿하게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작년에 갔던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바르샤바 필하모닉의 협연 공연도,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말 공연도 내 뇌리에 강력하게 남은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이 숨죽일 땐 그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과 내가 함께 숨을 죽이고, 그들이 폭발해낼 땐 나 또한 격한 감정을 전달받는 그 기분,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 기분은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공연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내가 접했던 호흡과 조금은 결이 달랐지만, 섬세하고 그래서 집중할 수밖에 없는 그의 선율과 교류하는 느낌이 들어서 가냘픈 듯한 그 감정에 쉽게 이입할 수 있었다.



색다른 프로그램 구성, 그리고 깊어지는 생각



Program

Claude Debussy 3 Images for Piano, Set 2, L.120 (111)
클로드 드뷔시 피아노를 위한 3개의 영상 제 2집, L.120 (111)
1곡 Clothes a travers les feuilles (잎새를 스치는 종소리)
2곡 Et la descend sur le temple qui fut (황폐한 사원에 걸린 달)
3곡 Poissons d’or (금빛 물고기)

Robert Schumann Humoreske for Piano in B-flat Major, Op. 20
로베르트 슈만 피아노를 위한 유모레스크 b플랫장조, Op. 20

Intermission

Pierre Boulez Piano Sonata No.1
피에르 불레즈 피아노 소나타 제1번

Franz Liszt Piano Sonata in b minor, S.178
프란츠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b단조, S.178


지금까지의 피아노 연주회와 가장 크게 달랐던 것은 연주자가 2부 시작 전, 프로그램을 이렇게 구성하게 된 이유에 대해 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곳에 오기 전 ‘피에르 불레즈’의 이름을 보고 낯설다고 생각했지만, 그가 이 프로그램에 포함된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장 하오천은 통역사와 함께 2부 시작에 등장해서 그가 관객들이 익숙하지 않을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의 곡을 ‘리스트’의 곡과 함께 2부에 배치했는지에 대해 언급했다.

그가 말한 이유는 명료하고도 도전적이었다. 따로 멜로디가 존재하지 않는 불레즈의 소나타는 클래식을 자주 듣는 사람들에게도 익숙하지 않을 것이고 일반적인 연주회에서 거의 연주되지 않는다. (이에 그는 자신이 연주하는 불레즈의 소나타가 아마 금호아트홀에서 연주되는 첫 번째 불레즈의 곡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리고 그 뒤에 연주되는 리스트의 곡은 대중적으로 유명한 곡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리스트의 이 곡도 처음 발표되었을 때 당시 매우 파격적이고 아방가르드 했기에 처음부터 사람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현대음악인 불레즈의 곡과 당시에는 파격적이었지만 지금은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곡이 된 리스트의 곡을 함께 들으면서 둘의 연결지점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이 젊은 연주자가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담은 의미 있는 도전을 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새로운 것을 소개하는 것은 그만큼 어떠한 반응이 돌아올지에 대한 확신과 예측을 할 수 없는 것인데도, 클래식에 대한 관객들의 시선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대범함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나 또한 불레즈의 음악에 대해 전혀 모르는 곡으로써 접했다면 느끼지 못했을 독특함과 그만의 매력을 분명히 느꼈기 때문에 장 하오천의 구성과 설명이 설득적이면서도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나아가 장 하오천의 생각처럼 훗날 불레즈의 곡이 지금의 리스트의 곡처럼 대중적으로 많이 연주되는 곡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감성과 생각을 함께 자극했던 목요일 밤


13.jpg
 

섬세한 그림을 그려나가는 듯한 드뷔시의 곡으로 시작한 장 하오천의 연주회는 2부를 거치면서 클래식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에 대한 배움을 선사하면서 끝이 났다. 장 하오천 특유의 섬세함과 그의 도전적인 생각이 모두 뚜렷하게 드러났고, 그래서 그만의 색채가 뚜렷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클래식 공연을 하면서 관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의미를 모두 담고 있었던 공연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의 공연에 많은 팬들이 열렬한 환호를 보내주었을 것이다. 환한 미소와 함께 프로그램을 끝낸 뒤 앵콜곡을 3개나 연주한 그는 관객들에게 최고의 목요일 밤을 선물했다.


[김윤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