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이 꿈꾸는 '영원의 당신'은 무엇인가요 [도서]

순간의 나와 영원의 당신
글 입력 2019.04.18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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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궁리했다. 행복은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일까. 행복하고자 직면한 모든 일이 불안과 좌절, 의구심으로 되돌아왔을 때, 나는 침전했다. 어둠을 헤매다 마주친 나의 손을 잡고 연민의 눈물을 글썽이며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기 시작한다.


시시각각 떠오르는 감정을 사진기를 대신하여 글로써 찍어내려 부단히 애썼다. 피사체는 ‘찰칵’ 소리에 담기고, 마음 가득 일어나는 고요한 비명은 ‘슥삭’이는 글로나마 자취를 남긴다.


그것은 순간의 찰나 속에서 영원히 박제된 시간으로 존재할 것이다. 이 책을 펼친 당신은 행복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답을 알고 있을까. 당신의 마음에는 어떤 색의 분진이 가득 일고 있을까.


이 책에는 순간의 ‘나’와 영원의 ‘당신’이 함께 존재한다. 발가벗은 나의 언어가 비로소 발가벗은 당신의 마음에 안착하길 바라며


- 책의 들어가는 인사말



동네 서점에서 책을 뒤집던 나는 이 글을 보고 당장 두 권을 구매했다. 한 권은 곧 생일을 맞이하는 친구의 선물로, 다른 한 권은 행복이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인지 헤매는 나 자신을 위해.


사실 나는 에세이나 수필집보다는 소설에 익숙한 사람이다. 평소에 소설만 편식하는 습관 때문이었는지 에세이에는 선뜻 손이 잘 가지 않았다. 이 책을 만났던 몇 년 전 그날은 방황까지는 아니지만 마음이 싱숭생숭해 무작정 밖으로 나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다니던 날이었다.


그날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지라도 인생과 행복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야기를 자주 나누던 친구의 생일이 곧 다가오는 때이기도 했다. 소설만 편식하던 내가 책 뒤편에 쓰여 있는 구절들에 이끌려 에세이를 선뜻 구매했던 이유는 아직도 알 수 없다. 다만 그때의 내가 이 책의 문체와 내용들을 필요로 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원래도 나는 책을 살 때 이것저것 따지는 편이며 정말 오랫동안 두고두고 볼 것인가 등의 사소한 고민들을 쌓아 올린 후 구매를 결정한다. 그렇기에 그때의 내 감각들이 순간적으로 이 책을 원했던 것은 아직도 신기하다. 이 책과의 인연은 그 날로 시작되었다.


이 책을 끝까지 읽는 데는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일주일 동안 이 책을 읽었다. 일상생활 속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거나,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와 같이 짬이 날 때 읽어야 책의 글들이 살아 움직여 나에게 다가왔다. 책 속 대부분의 글들은 일상생활 속 상념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은 없는 그런 스스로에 대한 질문들과 관련되어 있다.


나는 그런 것들을 사랑하기에 일상생활 속에서 이 책을 읽고 싶었다. 나라는 사람은 쓸데없는 고민들과 상념들이 빠지면 내가 아니기에 다시 한번 충동(?) 구매를 한 나 자신을 칭찬하며 일주일 동안 이 책과 함께했다.


에세이는 1. 순간의 나, 2. 그리고 각성, 3. 영원의 당신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틈틈이 읽으면서 나에 대해 다시 질문하는 순간이 많아졌다. 나는 누구인지, 나는 왜 불안하고 걱정이 많은 것인지, 무엇이 그렇게 버겁다가도 덧없게 느껴지는지, 그리고 나는 왜 그 모든 것들을 놓지 못하는지.


글을 다 읽고 다시 한번 작가님의 인사말 페이지를 펼치고 읽어보았다. 다행히 그땐 집이라 혼자였는데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울컥했다.



늘 궁리했다. 행복하고자 직면한 모든 일이 불안과 좌절, 의구심으로 되돌아왔을 때, 나는 침전했다.



순간의 ‘당신’의 글에 영원의 ‘내’가 울었다. 아직 어리고 인생이 어떻다 말할 정도로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내 인생에서만큼은 가장 나이가 많은 나이기에 어린, 과거의 나 그리고 그때 당시 현재의 나 모두가 울었다. 저 문장이 2n 년 밖에 살지 않은 내 짧은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 울었다.


행복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사람이라면 다들 그러겠지만. 땡전 한 푼 없이 길거리에 나앉게 생길 위험에 처한 것도 아닌데 나는 뭐가 그렇게 힘드냐며 스스로를 다그친 적이 많았다.


책을 읽으면서 안 것은, 나는 내 인생이 싫은 게 아니었다. 다만 좀 짠했던 것이다. 자기 연민에 빠져서 스스로를 동정하는 그런 ‘찌질한’ 인간이 나라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서 평소에 나 자신도 속이면서 부정했던 것 같다.- ~했던 것 같다는 말 자체에 아직 일말의 부정이 남아있다.- 어딘가 어설프고, 부족하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무엇인가가 빠진 듯한 인생. 열심히는 하는 것 같은데 잘하는 건 아닌. 그게 내 인생인 것 같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했던 것 같다. 그 무의식 아래의 생각을 이 책이 끄집어 내주었다. 그래서 울컥하지 않았나 싶다.


현재로 돌아와서,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내 인생이 크게 무엇을 잘하는 것은 아닌, 다만 무엇 인가 하려고 버둥대는 미운 오리 새끼 같다고 종종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새 조금 변한 나는 지금의 미운 오리 새끼 같은 내가 만족스럽다. 그게 영원할지는 모르겠다. 원래 사람 생각이라는 게 때에 따라왔다 갔다 하는 것이니까. 중요한 것은 노력하는 내 모습에만 집중하고 감사할 줄 아는 습관이 어느 정도 생긴 것 같다.



밥을 먹거나 일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차를 마시거나 우리는 늘 무언가를 ‘하느라’ 시간을 쓴다. 그 중 ‘시간’을 시간답게 오롯이 쓰는 건 얼마만큼 일까.


시간 자체만을 소비할 수 있는 그때가 오면 별이 쏟아지는 곳에 누워 곧 과거가 될 이 시간을 눈물로 게워내고 싶다.


- P.48, 항상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



아직도 아등바등하며 버티고 감내해야 할 일들이 수없이 많겠지만 이 책을 처음 읽으면서 위의 글을 읽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아등바등하며 알차게 살려고 노력했다는 그 시간들은 정말 나를 위한 것들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좋은 기업에 입사하고 싶어서, 물론 내가 원하는 직업이지만 좀 더 나은 직업을 갖기 위해, 불안감을 원천으로 한 열정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얼마나 값질 것인가와 같은 고민을 했다.


경험하는 것에 있어 가치를 매길 순 없지만, 나 스스로에게 먼저 묻고 싶었다. 내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쓰면서 정말 밀도 있게 보내는 방법으로 보내는 것인지. 원하기보다는 불안하고 싶지 않아서 언젠가 스펙에 도움이 되겠지 하며 나도 모르는 엄청난 내 인생의 기회비용을 날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마치 나는 좋은 기업에 가기 위해 주객전도가 된 인생을 사는 것 같았다. 열정은 좋은데 방향이 틀려버린 노력일지도 모르겠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 많은 생각들을 하고 나니 ‘내려놓기’가 조금은 쉬워졌다. 이것저것 해보더라도 시간을 시간답게, 나를 나답게 보낼 수 있는 경험들을 하자. 아니면 그만두자. 아무것도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즐기자. 하다 보니 지금의 내가 좋아졌다.


그리고 그 많은 생각을 갖게 했던 이 책을 얼마 전 다시 꺼내보게 되었다. 그새 변한 내가 같은 책을 다시 읽을 때는 과거에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들이 발견된다.



학력이 아닌 ‘심력’을 키우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 마음의 능력은 줄지어 등수를 매길 수 없고 타인과 비교할 수조차 없으니.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세상. (중략) 어떻게 하면 정당하게 내것을 가지고 남까지 돌볼 수 있을까 궁리하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한다. 그 가운데 ‘심력’을 길러내는 주체가 내가 될 수 있기를 오늘도 간절함에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


- P.38, ‘심력’ 중에서



과연 현재 나의 심력은 어떨까? 앞으로의 나는 또다시 침전할 수 있고 전진하려 노력하다 수없이 밀려나는 퇴보를 겪을 수도 있다. 사실 그런 경험은 한 번만 겪으면 다행일 정도로 크고 작게,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조금씩 변한 순간의 ‘나’들이 무수히 모여 영원의 ‘나’를 만들어 갈 것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영원의 ‘나’가 ‘심력’을 중시하는 사회의 일원이 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하길 소망한다. 퇴보와 진보를 반복하며 변한 무수히 많은 ‘나’가 점층적으로 쌓여 만들어 낼 영원의 ‘나’가 기대된다.


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순간의 나와 영원의 당신’은 인생에서 숨을 고르고 싶을 때마다 꺼내보게 되는 책이다. 누군가 숨을 고르고 스스로의 인생을 돌아보는 것을 필요로 한다면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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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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