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늘은 사랑 노래 대신, 이 노래 어떤가요? [음악]

글 입력 2019.04.19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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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도 여러 형태가 존재한다. 혈육 간의 사랑, 애착 있는 사물에 대한 사랑, 혹은 자연을 찬미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사랑처럼 많은 갈래로 나뉜다. 이렇듯 사랑은 이성과의 관계에서만 발견 가능한 유별나고 독보적인 감정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듣는 노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이성 교제, 혹은 이별이나 짝사랑에서 분출되는 감각의 변화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이 느끼는 수백 가지의 복잡 미묘한 감성을 사랑으로만 표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이를테면 반복적인 일상의 무료함이라던가, 늦은 저녁 불어오는 미풍에 기분 좋은 미소가 떠오르는 순간의 감정처럼.

때문에 건조한 삶에 생기를 더하고 싶은 날,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딜 용기가 필요할 때, 한바탕 펑펑 울고 싶을 때면 자연스럽게 음악을 찾고 그 속에서 위안을 얻는다. 그렇기에 사랑 대신, 삶과 자아탐색이 담긴 곡을 소개해보려 한다. 총 6곡으로 지치고 울적한 상태에 갇힌 이들의 기운을 복돋아줄 수 있는 노래가 되길 기원한다.



1. Alessia Cara- Scars To Your Beautiful




No better you than the you that you are 

No better life than the life we're living

No better time for your shine, you're a star


화장과 하이힐, 몸을 노출하는 의상을 입은 채 우리는 모두 그 자체로 아름답다 말하는 것은 기만에 가깝다. 이것이 바로 알레시아 카라의 용기와 진정성이 빛나는 이유다. 그는 자신의 몸을 감싼 드레스와 귀걸이를 벗어던지고 티슈로는 화장을 지운다. 다른 날보다 더욱 공들여 치장한 뮤지션들이 모인 시상식에서는 극히 드문 퍼포먼스다.

물론 이 노래만으로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 굶주림도 참을 수 있다고 결의를 다짐하는 여성의 자기 학대와 혐오를 종식 시키긴 어려운 일이다. 다만 알레시아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한 번쯤 깊이 사색해보길 권한다. 당신은 아름다움에 집착할 필요 없는, 그 자체로 충분한 사람이라는 사실 말이다.



2. Andreya Triana - Woman




I can love my self more than anyone else. 

I am fire and The world's got to know.


다른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가사는 듣는 이로 하여금 과거를 반추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특히 여성은 스스로를 사랑하고 자신의 믿음에 충실하기보다 타인의 감정을 우선시하도록 자란다. 남성 중심 사회는 여성에게 늘 상냥함과 도덕성을 갖출 의무가 있듯이 압박한다. 이러한 사고를 내면화한 여성은 완벽주의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높은 완벽주의는 자신감 결여와 소극성, 부담감으로 이어진다. 늘 자신의 행동을 검열하기 급급한 여성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과 자기애일 터다.

그래서인지 Woman은 모든 여성들에게 바치는 헌정곡처럼 느껴진다. 그는 왕처럼 상황을 통제하고 지배할 수도 있고, 슈퍼 히어로 같은 유능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 다른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여성들을 독려한다. 설령 실패하고 무너질지언정 그 점이 나를 약하게 만들 수 없다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는 커다란 응원으로 다가온다.



3. Janelle Monae - Django Jane




hit the mute button. 

Let the vagina have a monologe.


자넬 모네의 3집 [Dirty Computer]은 아프로퓨처리즘과 SF를 알앤비에 녹여냈다고 호평을 받은 2집 [The Arch Android]과 연장 선상에 있다. 기본 골자는 같지만 이번 앨범에 담긴 메시지는 더욱 솔직하고 거침없다. 그중에서도 Django Jane은 흑인 여성인 자넬 모네의 성별과 인종 정체성이 부각된 곡이다. 그는 Django Jane으로 여성주의적 메시지를 폭탄처럼 투하한다. 사람들이 그에게 너무 남성스럽다고 말한 부분에서는 사회적 여성성 수행의 억압이 드러난다. 맨스플레인을 지적하는 가사에선 여성을 계몽 대상으로 간주하는 남성들의 행태를 지적한다.

'We highly melanated(우린 아주 까맣지)' 라는 가사의 뜻을 조금 살펴보자. 직역하면 멜라닌화 되어 있다는 뜻이지만 이것을 의역하면 흑인들의 피부가 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멜라닌 색소는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며 피부의 색을 결정한다. 그리고 흑인은 다른 인종보다 멜라닌 색소를 많이 생성하여 피부가 검다는 점이 특징이다. 자넬 모네는 많은 소수자가 생존 방식으로 터득하게 된 타협과 굴종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본질 그대로 수용한다. 이처럼 Django Jane에는 차별을 견디고 살아남은 이만이 내뿜을 수 있는 희망의 에너지가 담겨 있다.



4. Lianne La Havas - Green & Gold




I'm looking on a life unfold. 

dreaming of green and gold.

 just like the ancient stone. 

every sunrise I know.


greed & gold는 리앤 라 하바스가 모친과 떠난 자메이카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이다. 그가 자메이칸 어머니와 그리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영국인이라는 배경은 음악을 한결 수월하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가사에서 반복되는 green and gold의 뜻은 자메이카 국기의 색깔을 일컬으며 ancient stone은 고대 그리스의 유산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근간을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이 흘러넘치는 자전곡이라 말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기타를 좋아하는 아이가 진정한 꿈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그의 낮고 깊은 목소리엔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기대하고 긍정하는 태도가 묻어 나온다. 어둡고 좁은 공간에서 나지막이 울려 퍼지는 기타 소리와 하모니를 이루는 그의 음색에 귀 기울여보자. 동화책 주인공의 모험담을 듣는 것처럼 포근한 향수가 느껴질 것이다.



5. Nina Simone - Ain't got No/I got life




I've got life, I've got my freedom


니나 시몬이 흑인 인권의 중요성을 설파한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 그를 급진적인 흑인 운동 지지자로 변모하게 만든 사건이 하나 있다. 시몬이 교회에서 공연을 할 당시 그의 모친과 부친은 딸을 가까이에서 보려 앞줄에 자리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곧이어 백인들을 위해 뒷자석으로 옮겨 달라는 불합리한 요구를 받게 된다. 이에 대해 시몬이 항의의 표시로 연주를 거부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의 개인적 경험 뿐만 아니라 6-70년대는 히피 문화와 급진 페미니즘, 흑인 인권 운동이 부상했던 격동의 시기다. Ain't got no/I got life 또한 68년에 발매된 앨범의 수록곡 중 하나로,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곡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시몬이 가지지 못한 것과 가진 것. 1절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무엇 하나 온전히 소유하지 못한 자신을 설명한다. 후렴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목적을 말한다. 그는 누구도 앗아갈 수 없는 삶과 자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소리친다. 온몸으로 차별을 마주한 흑인 여성이 전하는 자유는 어떤 의미일까. 역설적으로 그 안에 담긴 묵직함과 숭고함을 상기시킨다. 그의 노래는 자유를 향한 인간의 열망과 생명력으로 타오르는 화염 같다.



6. Ibeyi - Away Away




I don’t give up

I don’t give up, baby

I feel the pain, feel the pain

But I’m alive, I’m alive


Ibeyi는 요루바어로 쌍둥이라는 뜻을 일컫는다. 또한 요루바는 나이지리아의 요루바 부족이 사용하는 언어를 말한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한 가지. 나이지리안들은 과거 노예의 신분으로 쿠바에 유입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두 자매는 이와 같이 스페인 문화와 흑인 문화가 혼합된 쿠바에서 태어나 생활하다 파리로 이주하게 된다.

음악에는 이들이 자라온 문화적 배경이 고스란히 배어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Ibeyi는 피아노와 카혼이란 육면체 모양의 타악기를 사용하여 아프로쿠반과 요루바의 리듬을 창조한다. 후렴구에서 들리는 요루바어는 이국적인 사운드를 증폭시켜 아프리카 대륙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만든다. 노래의 내면엔 현실에서 마주하는 고통과 어려움에 무너지지 않고 버텨내고자 하는 화자의 강인함이 깃들어 있다.

두 사람이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음악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우리를 절망의 바다에서 햇살이 비치는 표면 위를 쳐다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어쩌면 그 바다를 헤엄쳐 물밖으로 나오게 될 수도 있다. 피곤하고 걱정 가득한 하루를 보냈다면, 잠시 눈을 감고 음악이 들려주는 소리에 몸을 맡겨보자. 상념은 줄어들고 기분은 한결 나아질지니.


[장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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