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매일매일, 와비사비 [도서]

글 입력 2019.04.2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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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와비사비



처음 책을 들었을 때 '와비사비'라는 단어가 잘 붙지 않았다. '와사비 책이네.' 라고 말하게 된다.


사실 지금도 와사비라고 부르기도 한다. 와사비.. 아니 '와비사비'는 불완전함의 미학? 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다. 이를 형용하는 건 어차피 다 같은 말이니, 내겐 이런 정의가 가능하다. 사실 와사비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와사비는 알싸하다면 이 책은 마치 순두부 같다. 부드럽고 고소하고 담백한 자연적인 느낌.


2. 일본



저자는 동아시아 전공으로 서양인으로써 동양문화를 엄청나게 좋아한다. 특히 90% 이상이 일본 이야기여서, 일본 덕후 같아서 내용이 조금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일본에 대해 엄청난 악감정을 지니거나 불편한 건 아니지만, 한국도 좋은 사상이 많은데, 한국에 맞춰 하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어서 같다. 모든 예시는 일본 이야기이며, 거의 일본 사람만 등장한다. 하긴 와비사비가 일본어이긴 하지만, 모든 표현조차 일어로 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3. 도교. 무위자연



자연을 사랑하고, 덧없음을 사랑하고.. 사찰이 떠오르는 것이 도교 같기도 했다. 무위자연. 자연 그대로를 사랑하라. 책을 읽으니 사찰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고즈넉하게 바람이 부는 풍경이 떠올랐다.


도시 한복판에 살아서 그런지 갑자기 자연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음 내 고향에 있는 직지사라던지.


4. 완전한 불완전함




우리를 독창적으로 만드는 것은 부완전함이며, 우리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저마다 지닌 개성이다.



내가 아트인사이트에서 기고하는 <화가와 모델>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우리는 저마다 다르고, 그 자체가 개성이고, 그게 아름다운 것이다. 모든 사람은 내게 모델이다.

그리고 20살 때 나를 울게 한 작가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내 그림 스타일이 정해지지 않고, '나는 재능이 없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우울 했을 때, 원하는 그림 스타일과 내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이 너무 달라서 한계를 느끼고 바닥을 찍을 때, 한 줄기 빛과 같은 말이었다.


"작가가 만약 감성적인 그림을 그려. 그런데 정밀 묘사를 못해. 그럼 그 작가는 감성적인 자기 그림 스타일만 엄청 강화하고 키우는 거야. 그렇게 작가로써 되잖아? 그럼 그 작가가 묘사를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 다들 못한다고 손가락질할까? 그 사람은 잘 못하는 묘사 실력을 더 키워야할까?


아니야. 그 작가가 감성적인 걸 잘 그리잖아, 그럼 그 작가가 묘사를 못하는 건 그 작가의 '개성'이라고 불리는 거야. 너희는 그렇게 되어야 해. 못하는 걸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그건 이미 너희들의 개성이니까, 잘하는 것만 키워. 그게 너의 개성이야. 너희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해."


5. 실패



책을 훌렁훌렁 넘기다가, 완벽주의와 실패 차트에서 나를 멈추게 했다. 내 오랜 고민들.


삶의 모든 단계는 성장의 시간이다. - 실패를 인정하기. 하긴 나도 요즘은 실패를 실패로 정의하지 않는다. 실패를 결과로 생각하면 거기서 끝이지만, 시행착오, 과정으로 생각한다면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내가 두려워 하지 못했던 것들도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단단한 사람들 특징이기도 하다. 한 번의 실패는 결과의 실패가 하니다. 또 하면 되는 거고, 해서 이루게 되면 그건 더 이상 실패가 아니다.

창작에 있어서 유일한 실패는 두려움으로 인한 회피이다. - 나는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 그리고 내가 원하는 감성을 표현하기 어렵고, 표현해내는 데 자신이 없어서, 상당히, 꽤 많이 회피했다. 하지만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안좋다는 것을 느껴서, 어떻게든지 하려고 한다. 두려움에 피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


6. 완벽주의



완벽, 완성이라는 단어는 없다. 평생 배우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 완벽주의 강박. 나를 가로막게 하고 늘 실패하게 하는 것. 불완전하고 부족한 내 모습이 싫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라니. 나는 공백을 잘 견디지 못한다. 내 꿈은 능력자다. 그리고 계속해서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친구들 사이에선 어느 정도 능력자라고도 불리지만, 나는 전문성에 대한 큰 갈망이 있다. 친구가 '너 아직도 능력에 대한 열등감이 있구나?'라고 했다. 해소되는 날이 올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배우고 싶다. 예전만큼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실패에 대한 마인드를 바꿔서 그런걸까 :)

누군가의 성공이 나의 성취에 방해가 되지않는다. - 유유상종이라고 친구들 대부분도 성취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나도 더 발전하고 싶다. 그런데 그 분위기에 휩쓸려 오히려 나도 모르게 열심히 너무 살고 있었나 싶기도 하다. 누군가의 성공이 내 성취에 방해가 되지도 않고, 지는 것도 아니고, 나는 나만의 속도를 지켜야겠다.

늘 유쾌하게 사세요.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 이해가 잘 안되는(?) 부럽기도 한 친구가 생각났다. 나랑 같은 또래인데, 대학원 다니며, 공백에는 게임을 하거나, 술을 먹거나, 운동을 하거나 여백을 즐긴다. '어떻게 그렇게 아무 것도 안하면서 여유롭게 살지?' 묻게 되지만 그 친구는 반대로 나에게 '어떻게 그렇게 열심히 살지? 안피곤해?' 라고 묻는다. 피곤하긴 하지.. 근데 난 원하는 게 많은 걸. 너무 달라서 신기한 친구다. 각자의 인생은,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내가 끝없는 욕심으로 끝없이 나를 내몰아가게 하나 싶기도 하다. 조금 내려놓아 볼까.


7. 현실성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 있어서 좋았다. 피상적인 내용들, 와사비.. 아니 와비사비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질문들이 있었다. 1번, 2번, 3번 등. 청소하는 방법이나 우선순위 정하기, 내가 할 수 있는 일 들 등. 안그래도 해보려고 생각했는데 지침이 나와 있어서 반가웠다. 어차피 인생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주기적으로 나는 내 삶의 방향성을 잘 바라보아야겠다. 현재에 집중하면서.

능력과 한계를 인정하기 - 또 좋았던 점 하나, 무책임하게 '여유를 가지고 와비사비로 사세오'라는 부분보다는 '현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세요'가 좋았다. 어쩄든 삶은 살아가야 하니까. 현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라는 게 좋았다. 나름 현실적인 내용이었다. 명상적인 부분을 더한. 경제적인 부분 포함해서 일단 인정하고, 현실적인 방법을 강구하라는 것이다.

*


고즈넉한 책이다. 틈틈이 삶의 여유를 찾고 싶을 때, '미니멀리즘의 미학'에 강박적으로 빠지지 않게,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불완전한 모습이 가장 완벽한' 우리에게 명상의 시간을 주는 책이었다. 대체로 익숙하면서 조금의 친숙함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와비사비라는 단어는 모르지만, 각자의 와비사비 안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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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노트



와비사비[WABI-SABI]: 부족함에서 만족을 느끼는, 겉치레보다 본질에 집중하는, 서두르기보다 유유자적 느긋한

2019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는 무엇일까? <트렌드 코리아 2019>는 ‘와비사비’를 꼽았다. 그동안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북유럽 삶의 방식이었다면 동양의 라이프스타일인 와비사비는 우리에게 훨씬 익숙하다. 부족함에서 만족을 느끼고, 오래된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와비사비 라이프스타일을 구체화한 사람은 놀랍게도 동양인이 아니라 서양인들이었다. 일본인들의 삶에 녹아 있지만, 너무 자연스러워 언어로 설명하지 못했던 와비사비의 철학에 서양인들은 주목했다. 이성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그들에게 와비사비는 지금 그대로의 나를 긍정하고, 부족하고 모자란 것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매력적인 삶의 지혜였던 것이다.



출판사 서평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는 와비사비를 2019년 트렌드로 주목했다. 오래되고 낡은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트렌드에 주목한 것이다. 이는 복고(레트로, retro)가 아니라 새로운 복고 ‘뉴트로(New-tro)’다. 레트로가 과거를 직접 경험한 장년층에 향수에 기대는 것이라면, 뉴트로는 젊은 세대가 과거의 것에 신선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뉴트로 트렌드에 걸맞는 삶의 방식은 ‘와비사비’다. 오래된 것에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오래된 것 자체가 새로움이 되는 것이다. 과거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새로운 해석을 하면서 ‘지금 이대로 아름답고’, ‘모자라도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이다.

모자란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와비사비는 현대인에게 가장 적합한 삶의 방식이다. 끊임없이 물건을 사고, SNS 속 화려한 삶과 자신을 비교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화장과 시술로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 덜어내는 것, 낡은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와비사비는 지친 현대인의 삶에 답을 줄 수 있다. 남들보다 많이 갖지 않아도, 많은 돈이 없어도, 작은 원룸에서도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는 현재의 삶을 긍정하고 지금의 나로도 만족할 수 있다. <매일매일, 와비사비>에서 이 비밀을 찾아보자.


▷당신은 완벽하게 불완전하다

몇 년 전부터 SNS 해시태그에 언급되던 말이 있다. “완벽하게 불완전한(Perfectly Imperfect)”. 많은 사람들이 꾸미지 않은, 날씬하지 않은, 그대로의 나를 긍정하며 사진을 올렸다. 그들은 말했다. “지금 그대로의 나는 완벽하다”.


우리는 많은 정보와 상품 속에서 산다. 그리고 그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에 대한 욕망,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를 하면서 스스로를 옥죈다. 그리고 아직 나는 내가 원하는 기준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는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의 모습 때문에, 현재의 나를 부정하는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완벽주의에 대해 와비사비는 말한다. “인생은 원래 불완전하다, 불완전함이 삶의 본질이며, 그렇기에 현재의 우리는 완벽하게 불완전하다.”

삶의 불완전함을 발견하는 것에서 “와비사비”는 시작된다. 특히 SNS의 이상적인 타인의 모습들과, 완벽한 가정, 직업,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상업 광고들에 스트레스받던 서양의 여성들은 와비사비에 열광했다. 이는 단지 오래되고 낡은 것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미학의 차원이 아니라, 현재의 나의 삶을 긍정하는 한 철학에 대해 열광한 것이다. 이는 비단 일본의 한 철학이 아니라, 한국의 선비 정신, 풍류, 여백의 미 같은 부족함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동양에서는 익숙했기에 미처 그 가치를 인식하지 못했던 와비사비의 철학은 이제는 라이프스타일 영역에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이 책은 와비사비를 가장 깊게, 그 본질을 이해하고, 단순히 미학적 측면뿐 아니라, 일, 생활, 삶 등 모든 영역에 적용할 수 있는 와비사비의 모든 것이 담긴 책이다.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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