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여유의 미학 - 매일매일, 와비사비

글 입력 2019.04.20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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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을 받자마자 든 생각은 "와비사비가 무슨 뜻이지?"라는 의문과 호기심에 가득차 있었다. 곧 책 날개를 펼쳐 보니, 와비사비란 '부족함에서 만족을 느끼는 겉치레보다 본질에 집중하는 서두르기보다 유유자적 느긋함'을 뜻하는 것이었다. 즉, '단순함의 미학과 오래됨의 미학'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 뻔 했다. 최근 들어서 내 인생을 돌아보면, 내가 없는 내 인생을 살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랄까. 겨우 쉬는 날이 되면, 업무로 인해 폰과 노트북을 잡고 있고 퇴근 시간이 될 무렵이면 손님들 때문에 야근을 의무적으로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과연 이게 내가 원하던 삶일까, 이렇게 한다 한들 내 인생에 당장 이득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나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삶을 살고 있는 건지.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예전에 주변 친구가 이런 말을 꺼낸 적이 있었다. 매일 이른 출근에, 야근은 기본이며, 토요일까지 근무하던 친구가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저 차가 날 당장 치고 갔으면 좋겠다. 그럼 출근 안할 수 있을텐데."라고 말이다. 당시에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어떻게 그런 나쁜 생각을 할 수가 있냐, 널 위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잘못된 생각은 접어두어라.'고 전했는데.

막상 나의 일로 다가오니, 나 또한 사는 의미를 모르는 하루들을 보내고 있었다. 분명,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자신감도 넘치고, 무엇이든 시켜만 준다면 감사할 따름이었는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세 달째 부터는 이 일이 나와 맞는 걸까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매일 매일 상사에게 업무 지시받느라 지치고, 손님들한테 치이고, 마지막으로는 유일한 내 시간인 쉬는 날 마저 업무에 빼앗겼다.

대학생 때만 하더라도 '나는 절대 야근하는 곳은 안 갈거야', '나는 절대 월급도 제대로 안 주는 데는 안 갈거야'라고 그렇게 다짐했는데. 막상 현실에 부딪히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당연한 권리인 금전적인 얘기를 꺼내는 것 조차 스트레스였고, 쉬는 날 조차 업무로 연락이 올 때면 내 인생에 나는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거야', '시간이 지나면 노련해질거야' 그 마음으로 열심히 버텨왔지만, 현재의 나는 체력도 없거니와 삶의 의욕 조차 잃어버려서 두 달 후, 더 이상 근무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좋아해서 시작한 일인데, 어느 덧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니 생기없는 삶에 지친 얼굴의 나였다. 당장 휴식이 필요한 시기 임을 직시했다. 돈을 쫓으려다 내 인생이 여기서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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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이 '와비사비'가 아닐까. 느린 단계와 단순한 생각을 가지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그냥 딱 내게 필요한 건 여유였다. 내 생각을 잠시라도 귀 기울여 볼, 그 여유말이다.


요즘 들어 대학생 때가 정말 그리울 때가 많다. 친구들과 한강 가서 치킨을 먹었던 일,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며 바람을 느꼈던 일, 문화초대권으로 대학로 공연과 전시를 마음껏 향유했던 일. 이 소소한 것 조차 못 누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니, 너무 슬펐다. 그래서 나는 한 주간 누구도 만나지 않고 오롯이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계획했다. 아무 것에서도 내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 그저 책에만 집중하며 내 생각을 정리할 그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뭐가 내게 맞는 삶인 건지, 정말 내가 하고 싶어 했던 분야가 맞는 건지. 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인내하며 살고 있는 것 같다. 왜, 먼저 졸업한 친구들이 그렇게 이직을 많이 했는지 나는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것만 같다. 취업되는 것도 어렵지만, 취업되고 나면 더더욱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생각치 못한 회식과 업무들이 내 시간을 잃게 만들었다. 가장 큰 걱정은 과연 이게 내 평생 직장이 될 수 있을까하는 불안함이다.

일을 하면서 자주 들었던 말은 '20대는 왜 그렇게 퇴사가 빠르냐', '20대는 너무 맺고 끊음이 칼 같아서 싫어.'였다. 말 그대로 우리도 이만큼 너한테 투자를 했으니, 너도 그만큼 회사에 온 시간을 쏟길 바란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경험'이라는 말에 질릴대로 질렸다. '이것도, 저것도 다 경험인데 쌓아보면 좋지 않겠느냐.' 초반엔 그 말이 맞는 줄 알았다. 이것도, 저것도 다 내게 도움될 날이 올 줄 알았다.


그러나 그 시간을 할애할수록 내 시간은 점점 사라졌다. 회사는 점점 '이런 경험도 있고, 저런 경험도 있는 나'를 더 찾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가 어딘가 쓰임이 있다는 것에 행복했다. 그러나 내 에너지를 충전할 새도 없이 여기저기 불려다니기 시작하니 현재는 내가 없는 나로 발전했다.

이 글을 보는 20대들이 부디 회사에 대한 환상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모든 회사들이 그렇진 않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시간을 대학생 때 충분히 많이 누렸으면 좋겠다. 사회에 나가면 자신의 에너지를 충전할 새도 없이 여기저기 소비하기 바쁘니 말이다. 운동과 취미는 꼭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버텨낼 힘이 생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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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 베스 켐프턴

옮긴이 : 박여진

분 야 : 자기계발, 라이프스타일, 동양철학

면 수 : 240쪽

정 가 : 13,800원

발행일 : 2019년 3월 20일

펴낸곳 : 윌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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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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