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효율의 시대에 일상의 아름다움을 말하다 - 안봐도사는데 지장없는전시

예술은 현대인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글 입력 2019.04.21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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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에 아르바이트에 스펙에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는 날이면 평화로웠던 교환학생 시절이 그리워진다. 수업이 끝나면 자전거를 타며 학교 주변을 돌아다니고, 주말이면 여행을 가고, 쉬고 싶은 날엔 1인실 기숙사 침대 밖에서 나오지 않았던, 대학생이 된 이후 가장 한가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이다. 내 인생에서 그렇게 여유로웠던 시기가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교환학생에서의 삶은 지금 한국에서의 삶과 너무나 달랐다.

 

그럼 그때 그 당시 나는 마냥 행복했을까? 그 질문에는 선뜻 그렇다고 대답을 하진 못하겠다. 지금 이렇게 그리워하면서 그때 당시에는 행복하지 않았다는 게 무슨 모순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의 일상은 순간순간이 다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했다. 하지만 나는 행복해서 더 불안하고 조급했다. SNS를 통해 보이는 한국에 있는 지인들의 바쁜 모습이 한가한 나의 모습과 비교되었기 때문이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지금 이 여유로운 외국 생활은 결국 현실 도피가 아닐까?’ ‘이제 나도 취직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인데 이렇게 시간을 보내도 되는 걸까?’라는 불안감이 나를 찾아왔다. 아마도 그건 우리가 사는 시대가 생산성의 시대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우린 생산성의 시대, 즉 조금이라도 비생산적인 것은 낭비라고 여겨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비생산적인 시간은 곧 죄악이다. 현대사회에서 효율성은 최고 가치로 여겨지며 바쁘지 않은 삶은 질책의 시선을 받게 된다. 그런 시대는 우리에게 바빠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한다. 일을 하거나, 스펙을 쌓거나, 공부를 하거나, 여행이라도 가야지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기분, 그렇지 않으면 뒤처진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 그런 기분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면서 동시에 우리를 옥죄어오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사람들에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결코 헛된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다고 나타내기 위해 살기 시작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효율적이지 않은 시간을 보내면 양심의 가책을 느꼈고 그 효율적이지 않은 시간마저 크게 보면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나를 달래야 겨우 안심했다. 그런 나에게 한 전시의 제목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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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술관  ≪안봐도사는데 지장없는전시≫展



≪안봐도사는데 지장없는전시≫展은 서울미술관 본관 M1 1층 (약 450평)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전시로 서울미술관 2019년 첫 번째 기획전이다. 서울미술관의 2019 전시 기조는 ‘생활의 발견’이다. 서울미술관은 이 전시를 통해 예술과 전시회가 현대인의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탐구하고자 한다.

 

우리는 베스트셀러 목록의 상당수를 자기계발서가 차지하고 학업이나 근무로 바쁜 와중에 무언가를 새로 배우고 있는, 그럼에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 풍경 속에서 비효율적이고 실용적이지도 않은 예술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처럼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이 전시는 그런 예술을 펼치며 당당하게 안 봐도 지장 없다고, 하지만 보면 삶이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 예술이 다루고 있는 대상은 바로 우리의 일상이다.

 

전시는 아침, 낮, 저녁, 새벽 4개의 파트로 구성된 전시장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현대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모든 분야의 현대미술 작품들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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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철’이라 불리는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싣고 학교나 직장으로 향하는 피곤한 아침(이정우, 황선태, 이형준, 유고 나카무라, 노연이)으로 시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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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시각이 지나도 오지 않는 친구를 기다리거나 베스트셀러를 읽거나 핸드폰을 보는 평온한 낮과 (드롤, 문제이, 배달의 민족, 마운틴스튜디오, 김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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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불이 켜진 건물들을 바라보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루를 마무리 하는지 상상해 보는 저녁을 지나 (이오, 요시우키 요코야마, 김혜진, 김태연, 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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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벗어나 꿈속의 세계를 돌아다니는 새벽까지(지호준, 에이미프렌드, 이영은, 열린책들, 빛나는, 채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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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게 다루는 이 전시의 형식은 곧 우리에게 영화나 드라마가 다루는 것처럼 특별한 한순간이 아니어도, 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순간이  예술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안봐도사는데 지장없는전시≫展은 단순히 관람객이 작품과 소화하지 못할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전시가 아니다. 큐레이터와 도슨트의 정규 해설 프로그램, 유아와 초등학생을 위한 체험형 교육 프로그램 『샘 키즈 SAM KIDS』, 10대 청소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샘 유스 SAM YOUTH』을 통해 관람객 한 명 한 명에게 깊은 감상을 이끌어내는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전시다.


또한, 서울미술관에서는 본 전시뿐만 아니라 각 공간의 주제에 따라 다양한 근현대 한국 회화를 전시하는 단편전시회를 포함한 여러 전시와 더불어 흥선대원군의 별서였던 석파정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이 전시를 봐도 우리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전시를 다 감상하고 나면 우리는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돌아가는 발걸음은 보다 가벼워질 것이다. 우리가 돌아갈 그 일상이 곧 예술이 될 수 있음을, 그 예술이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임을 알게 될 테니까.






안봐도사는데 지장없는전시
- Unnecessary Exhibition In Life -


일자 : 2019.04.03 ~ 2019.09.15

시간
10:00 ~ 18:00
(1시간 전 입장마감)

*
월요일 휴관

장소
서울미술관 본관 M1 1층

티켓가격
성인 11,000원
학생(초/중/고) 7,000원
어린이(36개월이상) 5,000원
티켓 구입 당월 한 달간 무제한 입장

주최/주관
서울미술관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진금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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