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페미니즘으로 막장 코메디를 만들 수 있다고? 연극 - 환희, 물집, 화상

글 입력 2019.04.21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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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view


 

주 고객층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연극계에는 견고한 남성 카르텔이 있었다. 여성 캐릭터는 항상 조연, 서포터의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 여성들이 중요한 역할이라고 해도 그들은 성녀, 창녀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항상 젊고 아름다워야만 했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이 카르텔을 흔들고 있다. 그리고 여기 또 한 번 페미니즘 흐름에 하나 더 일조할 연극 <환희, 물집, 화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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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 물집, 화상>은 그동안 연극에서 거의 주인공이 될 수 없었던 두 중년 여성을 중심으로 세웠다. 거기에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주제를 경쾌하게 풀어낸다. 대학원 룸메이트였던 두 여성, 캐서린과 그웬은 졸업 후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갔다.


캐서린은 꿈을 위해 커리어를 열심히 쌓았고 그웬은 고향에 남아 가정을 이뤘다. 비슷해 보였던 둘은 몇십년이 지나고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환희, 물집, 화상>은 구/신세대 여성의 경험을 대비하여 20세기 페미니즘 이론들과 얽히며 유쾌하게 전개된다.



 

"내 남편, 너가 가질래?"_시놉시스


 

대학원 룸메이트였던 캐서린과 그웬은 졸업 후 서로 다른 길을 선택했다. 캐서린은 더 큰 꿈을 위해 런던으로 떠나고, 고향에 남은 그웬은 결혼을 해 가정을 이룬다. 시간이 흘러, 유명 학자가 된 캐서린은 어머니 앨리스의 심장발작 소식을 듣는다. 문득 불안과 외로움을 느낀 캐서린은 안식년을 맞아 고향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길 결심한다.

 

고향으로 돌아온 캐서린은 그곳에서 페미니즘 강의를 시작하지만 강의를 신청한 이는 그웬과 그녀의 베이비시터인 에이버리 둘 뿐, 전업주부로써 현재 자신의 삶을 부정당하고 싶지 않은 그웬과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에이버리는 수업마다 열띤 토론을 벌인다. 그들과 함께 토론하던 캐서린은 문득 자신이 정말 원했던 삶이 무엇인지 고민에 빠진다. 수업이 진행될수록 서로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한 교감을 느낀 캐서린과 그웬은 결국 위험한 자리 바꾸기 게임을 시작하기로 한다.



 

베리 프리단 vs 필리스 슐레플리, 20세기 페미니즘의 지적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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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속 두 주인공, 캐서린과 그웬은 20세기 페미니즘의 중요한 두 인물인 베리 프리단과 필리스 슐래플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베티 프리단과 필리스 슐래플리. 그들은 과연 어떤 주장을 펼쳤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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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티 프리단은 고전 <여성성의 신화>, <여성의 신비>를 쓴 작가로, 미국 페미니즘의 제2 물결을 견인한 여성 운동가다. 특히 <여성의 신비>는 미국의 여성운동을 촉발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 여성은 살아가면서 엄마, 아내 등 가정에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프리단은 여성 생활의 중심이 가정이라는 이데올로기에 많은 미디어와 남성 중심적 학자들이 부각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여성에게 가족과 가정에 최성을 다하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주부상을 강요하며 여성 개인의 자아 실현을 방해했다.


그러나 프리단의 주장에는 한계 또한 분명 존재했다. <여성의 신비>에서 그는 가정주부의 삶을 깎아내리는 등의 한계를 갖고 있기도 했다. 프리단은 이러한 이데올로기에 깨어나기 위해 여성이 자아 실현을 위해 가정을 떠나야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가사를 남녀가 공동 부감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가정과 직장 모두 잘 해내는 '슈퍼 우먼'을 요구하기도 했다. 몇십년이 지난 후 베티 프리단은 이 주장에 대해 수정을 할 만큼 자신의 한계를 고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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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필리스 슐래플리는 여성은 아내이자 엄마로 집 안에 있을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극우 보수의 퍼스트레이디라 불리는 정치활동가였던 그는 1970년대 미국 수정 헌법의 양성평등조항을 채택하는 것을 저지하기도 했다. 전통적 ‘성 역할론’을 강조하며 양성평등조항으로 여성의 주부가 될 권리와 그와 관련된 각종 사회복지 혜택이 박탈될 것이라 주장했다.  이처럼 프리단과 슐래플리의 이론 속에는 의의와 한계를 모두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를 연극 속 두 인물의 대비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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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인공은 각자의 삶을 바탕으로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에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그 안에서 자신의 모순을 발견하기도 하고 애써 부정하고 있던 것을 마주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이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된다.



 

둘만의 렉처? No, 렉처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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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은 최초의 여성 해방운동부터 1960~70년대의 급진주의 페미니즘, 그리고 오늘날의 페미니즘까지의 흐름을 모두 이야기한다. 그래서 마치 강의를 듣는 듯 지루할 수 있는 것을 렉처 퍼포먼스라는 형식을 이용해 흥미를 유발한다. 강의 부분을 재치 있는 시청각 자료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는 것이다. 이 영상들은 캐서린의 강의가 아니라 극 속 인물들이 상상으로 만들어낸 이미지들이다. 이를 통해 그들의 성격, 행동, 관계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마무리하며



캐서린과 그웬은 각각 1960~70년대를 대표하는 페미니즘이지만 그 모습이 지금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다. 물론 지금과 달라진 주장도 있지만 그 뼈대는 현재 논쟁되고 있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탈코르셋' 운동에도 이들의 주장에 단어만 바꾼다면 현재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특정한 여성성을 바꾸기 위해서는 현재 그러한 것을 보여주는 패션 등을 지양해야한다는 주장과 꾸미는 것은 권리이며 그것을 방해하는 것이 오히려 여성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주장의 대비에서 그러함을 느꼈다. 이들 뿐만이 아니라 페미니즘 속 수많은 논쟁이 이들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역사 속에서 답을 찾아나갔듯, 이 연극 속에서 그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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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 물집, 화상
- Rapture Blister Burn -


일자 : 2019.04.17 ~ 05.05

시간
평일 8시
주말 6시
월 쉼

*
5월 1일 노동자의 날
8시 공연

장소 : 산울림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제작
프로덕션IDA, 극단 기일게

기획
플레이포라이프

관람연령
만 16세이상

공연시간
110분



 


[연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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