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모두에게 우산을 건넬 수 있기를 - 디디의 우산 [공연]

연극 2019 세월호 [제자리] <디디의 우산> 리뷰
글 입력 2019.04.2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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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인 2019년 4월 16일. 아침부터 다양한 추모행사 소식과 한 국회의원의 막말 논란을 접했다. 그래도 별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침 일찍 일어나 씻고 준비한 후 학원에 갔고, 수업을 들었으며 저녁에는 카페에서 지인을 만났다. 대화를 나누다 생일 이야기가 나왔는데, 지인 분이 “아 오늘 친구 생일인데 아직 카톡 한 통 못 보내줬어요ㅋㅋㅋ”라는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웃는 것도 잠시, 이내 “내 친구는 생일인데, 오늘이 그날이죠?”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을 들을 때, 문득 최근에 읽었던 연작소설 <디디의 우산> 중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의 등장인물인 서수경이 떠올랐다. 서수경 또한 4월 16일이 생일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4월 16일이 생일인 사람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올해로 5년째, 대한민국의 4월 16일은 슬픈 날로 기억되고, 추모되고 있다. 자신의 생일날 죽음을 추모하는 뉴스라니, 그 기분은 어떤 말로 형용할 수 있을까. 서수경은? 20대 때 한차례 권력에 짓밟혀 실패한 혁명을 겪었던 서수경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혜화동1번지]2019세월호 포스터_웹용.jpg
      


그로부터 3일이 지난 4월 19일. 공연을 보기 전에 원작소설을 다 읽었다는 뿌듯함과 텍스트를 어떻게 연극으로 풀어냈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공연장을 찾았다. 혜화의 많은 공연장을 다녀봤지만 생소한 위치의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지도를 보고 갔음에도 지나칠 정도로 대충 봐서는 찾기도 힘들 정도였다. 길치인 나를 잘 알기에 여유를 두고 출발해서 다행이었다.

 

아담한 외관처럼 내부와 무대도 조그마했다. 조명이 바뀔 때마다 웅웅거리며 들리는 소음과 전체적인 무대 구성, 배우 분들의 연기 모두 대학 동아리의 연극 같은 풋풋함과 날 것 그대로의 느낌을 품고 있었다. 내용은 예상했던 대로 소설의 내용을 충실히 따랐다. 다만 소설이 두 이야기 ⌜d⌟와 ⌜아무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를 따로 분리시켜놓았다면 연극은 그것을 섞었다는 것이 차이점이었다.

 

그래서인지 소설에 비해 연극이 더 친절한 느낌이었다. 같은 ‘혁명’을 겪고 있음에도 다른 상황 아래 다른 생각을 하는 d와 김소영. d는 dd를 잃은 후 똑같이 무언가를 잃은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를 듣는 반면, 동성연인과 함께하는 김소영은 혁명 중에도, 모두가 혁명이 완수되었다고 믿는 후에도 여전히 ‘아무도 죽지 않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한다. 두 이야기를 섞어놓은 덕에 혁명의 시작과 중간과 끝이 한꺼번에 눈에 보였다.

 


내 사랑하는 사람은

왜 함께 오지 않았나


 

d는 이 말을 몇 번이고 중얼거린다. 지금 이곳, 세종대로 사거리에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그 사람은 어디로 가버린 건가. 그리고 이 수많은 사람들은 무엇에 그리 저항하고 있는가.

 


조금 있으면

모두를 깨워야 한다


 

2017년 3월 10일 오후, 김소영은 이 말을 중얼거린다. 혁명이 끝난 날, 처음으로 혁명의 성공을 경험하는 세대가 된 날, 하지만 일상은 여전히 전과 다름없이 굴러가고 있었다.


 

디디의우산_3_촬영이영건.jpg
      


한국의 혁명은 지금 어디쯤에 있을까. 우리의 제자리는 어디이며, 어디에 서 있어야 하나.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계속해서 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우리는 상실을 겪었을지라도 d처럼 진공(眞空) 속으로 발을 디뎠으며, 김소영과 서수경처럼 누군가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을지라도 그 속을 끊임없이 나아갔다.


한차례 성공을 경험했지만, 여전히 고민해야 할 문제가 만연해 있다. 하다못해 (마치 공연장을 찾을 때의 나처럼) 목적지를 알고 있고 경로까지 친절히 알려주는 지도를 보면서도 그냥 지나쳐버리기도 하는데, 적어도 우리의 제자리, 우리가 가야할 곳이 어디인지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나.

 

어찌 보면 희망차지만 또 어찌 보면 암울한 일이다. 어려운 일이기에, 그래서 계속해서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지나보다. 소설 같은 텍스트로, 그리고 연극 같은 공연으로, 그 외 수많은 방법을 통해서 말이다. 어떠한 일을 접하든, 모두가 돌아갈 무렵에는 우산 하나쯤 들고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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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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