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결정 장애’(햄릿 증후군)'를 앓고 있는 우리들 [사람]

선택에 대한 끝없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
글 입력 2019.04.22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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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골라야 하지?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라는 말이 있다.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는 항상 선택(Choice)이 있다는 뜻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햄릿’에서 햄릿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그리고 훗날 이 행동은 ‘햄릿 증후군’이라는 용어가 되었다. ‘햄릿 증후군’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결정하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사람들을 상징하는 말이다.

‘햄릿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써서 낯설어 보이지만, 사실 우리는 ‘결정 장애’ 혹은 ‘선택 장애’라는 용어로 이미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행동을 정신질환의 보는 견해도 있으나 아직은 많은 이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주장인 경우가 많다.  ‘결정 장애’는 물건을 살 때나 식사 메뉴를 고를 때 더욱 심해진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이 아닌 이렇게 사소하고 일상적인 순간에서조차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나 또한 결정 장애를 앓고 있다. 다이어트 음료를 고를 때 몇십분 동안 이 제품, 저 제품을 왔다 갔다 하면서 겨우 고르기도 하고, 식사 메뉴 고르기가 너무 어려워 내가 아닌 상대방에게 결정권을 떠넘기기도 한다. 식사 후 카페에서도 선택은 계속된다. 커피를 마실지, 생과일 주스를 마실지에 대한 고민이다. 그럴 때 결정 장애는 본인이 제일 힘들고 괴롭지만, 주위 사람들까지도 힘들게 한다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한다. 고치고 싶은데, 그게 맘처럼 잘 안 된다.

‘결정 장애’의 원인은 다양하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어 선택의 폭이 필요 이상으로 넓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릴 적 자라온 환경으로 인해 자기주도적 습관이 형성되지 못한 경우도 있다. 반복된 실패의 두려움으로 인해 선택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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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이라는 책에서는 선택의 어려움에 대해 한 실험을 예로 설명한다. 실험은 다음과 같다. 슈퍼마켓 진열대 A의 시식대에는 잼 6종을 놓고, 다른 쪽 진열대인 B의 시식대에는 잼 24종을 놓고 소비자의 반응을 지켜본 것이다. 그 결과, 시식대에 놓인 잼이 많은 B의 쪽으로 사람이 더 몰렸다.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맛 본 잼의 개수는 A, B 둘 다 서너 개 정도로 비슷했다.

그러나 실제로 잼을 구매한 비율은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시식대에 진열된 잼이 적었던 A에서는 시식자들 중 약 30%가 잼을 구입했지만, 진열된 잼이 많았던 B에서는 겨우 3%의 사람만이 잼을 구입한 것이다. <점심메뉴 고르기도 어려운 사람들>의 저자 배리 슈워츠는 이 실험 결과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게 된다.


"선택안이 많으면 소비자는 결정을 내리기 위해 그만큼 더 많이 노력해야 하는 탓에 의욕이 꺾일 수 있다. 그래서 아예 결정을 안 하기로 결정하고 상품을 구입하지 않는다."



이렇듯 선택의 폭이 넓어져 선택하는데 더 어려운 과정들이 반복되면 우리는 ‘선택’이라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아예 선택 자체를 회피하게 된다. 다양한 선택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만큼 고통을 받기도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선택 장애’, 결정 장애’를 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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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시장에서는 이렇게 선택을 어려워하고 결정을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해 소비자의 취향, 성격, 연령 등을 분석한 뒤 최적의 상품을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해 크게 각광받고 있다. 빵부터 속 재료까지 모든 것을 자신이 선택해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 브랜드에서는 선택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아예 어울리는 조합 몇 가지를 선정해 이른바 ‘꿀 조합 샌드위치’를 광고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린 알고 있다. 우린 모든 것을 남이 대신 선택해줄 순 없다는 것을. 그렇다면 나 자신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은 어떻게 길러야 할까?

많은 사람이 말하는 방법으로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물건을 살 때나 일을 할 때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하면 고민하지 않고 순서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용성, 효용성 등을 파악해 우선순위를 정리하는 방법도 결정 장애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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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 선택의 순간에서 이렇게 생각했을 때 그나마 쉽게 무언가를 결정할 수 있었다. 바로 ‘선택에 정답은 없으며, 선택도 후회도 내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보통 선택을 망설이는 사람들은 그것이 잘못되었을 때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선택보단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는 건 생각보다 나의 삶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식과 한식 중 한 가지를 고민해 양식을 선택했는데 정말 맛이 없는 레스토랑이었다면 ‘한식을 선택할걸’ 하고 계속 후회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나를 위해 ‘다음에 양식이 먹고 싶을 땐 이 식당에 오지 말아야지’하고 생각하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이다.

이처럼 선택도 후회도 내 몫이라는 생각으로 무언가를 선택하면 그 일이 좋지 않게 돌아왔을 때도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고 절망하기보단 나아질 수 있는 다른 방도를 더 궁리하게 된다. 선택으로 인한 실패에 두려워하지 말고, 무뎌지는 것 또한 방법이다.

당장 내일의 일도 모르는 인간이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신이 아닌데, 어떻게 항상 옳은 선택만 할 수 있겠나. 인간이면 실수도 좀 하고, 실패도 좀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매사 모든 일에 완벽한 사람을 ‘인간미 없다’고 부르지 않나. 그렇지만 어쩌면 선택은 신이 주신 선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모른 채 무언가를 고를 수 있다는 건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기쁨을 주기도 하니까. 그러니 모두 ‘선택’이라는 굴레에서 조금은 가벼워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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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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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지언
    •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저 에디터님 결정 장애나 선택 장애 라는 말이 장애에 대해 비하하는 말이라서 결정장애 선택장애 라는 말을 대신해서 ‘햄릿증후군’으로 표현을 하자는 취지로 글을 쓰신다면 더 멋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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