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안봐도사는데 지장없는전시

글 입력 2019.04.23 16:4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안 보아도 사는데 지장이 없는 전시라. 어쩐지 이전에 본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한 대사가 생각나는 제목이었다.



난 원체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그런 것들 말이오.


-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대사 中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이들은 돈이 되지 않고 삶을 영위하는 데에 필수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드라마 속 인물, 김희성은 이러한 것들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필요와 효율을 엄격히 따지는 시대 속에서 무용성을 좇는 그의 태도가 참으로 인상 깊었다.


이번 전시 <안보아도사는데 지장없는전시>도 비슷한 맥락으로 나의 흥미를 끌었다. 관람객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모으려고 경쟁적인 마케팅을 하는 시대에 안 봐도 그만인 전시라니. 나 같은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기 위한 마케팅 팀의 한 수였는지, 이 시대의 김희성처럼 정말 무용한 것들을 위한 전시인지 궁금해졌다.



대표 포스터 이미지.jpg
 


<안봐도사는데 지장없는전시>는 국내외 작가 21팀이 참여한 전시로 2019년 4월 3일부터 9월 15일까지 서울미술관에서 진행된다. 서울미술관의 2019년 전시 기조는 '생활의 발견'. 이번 전시는 이 기조에 맞게 현대인들의 일상을 소재로 한 100여 점의 작품들을 통해, 몰라도 사는데 지장 없는 '예술'이 사실 우리의 삶 속에서 얼마나 크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전시의 구성과 설명을 찬찬히 살펴보며 느낀 점은 '이 전시 참 쉽고 재미있을 것 같다'였다. 본래, 현대미술은 비전공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땐 무엇인가 오묘하고 이해하기 힘든 존재였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선 현대미술이 보다 친근하고 편안한 존재로 관람객에게 느껴지길 의도하여 문어체의 딱딱한 작품 설명 대신 따뜻한 에세이 스타일의 작품 설명으로 전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자주 마주했던 '배달의 민족', 도서출판 '열린책들' 등등의 기업들이 함께하여 이들의 작품 또한 만나볼 수 있다.



인트로.jpg


무용한 것들이 무용함에도 계속 존재하는 이유는 유용한 것들만 필요로 하는 삶 속에서 숨을 쉴 수 있는 틈을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길을 거닐다가 본 벚꽃, 바람에 실려온 라일락 냄새, 친구와의 실없는 농담.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숨 가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고 힘을 얻는다. 또 하나의 무용한 것인 예술이 사람들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이번 전시가 어떻게 풀어내었을지 기대해본다.





<기획 노트>


전시는 '아침-낮-저녁-새벽' 총 4개의 섹션으로 구분된다. 관람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시장을 이동하며, 현대인의 일상을 주제로 한 회화, 사진, 영상, 설치, 조각 등 현대미술 전 장르 약 100여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무심코 흘려보냈던 24시간 속에 우리가 어떤 예술 현상을 마주하고 있었는지, 또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예술로 재탄생 되는지 발견할 수 있다.

본 전시에서는 순수미술 외에도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컨텐츠를 소개한다. 일본의 선두적인 웹 디자이너 유고 나카무라의 모션 그래픽 영상, 2019 최고의 모바일 게임상을 수상한 마운틴 스튜디오의 모바일 게임 <Florence 플로렌스>, 그리고 '배달의민족', 도서출판 '열린책들', '빛나는' 등 국내 기업들의 다채로운 디자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에세이 형식의 설명문, 댓글 관람평 등 기존 해석 매체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를 통해 관람객에게 보다 친근하고 편안한 감상 경험을 제공한다. 기존에 미술관의 설명문은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보를 딱딱한 문어체로 서술한 문장들로 구성되었다. 이는 많은 작품을 봐야 하는 관람객에게 때로 이해하기 어려운 필요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며 관람 피로도를 높여왔다. 이에 본 전시에서는 에세이 형식의 친근한 설명문을 통해 어렵게 느껴지는 현대미술의 문턱을 낮추고, 관람객의 실질적인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자 한다.


Part 1
아침

이정우, 황선태, 이형준
유고 나카무라, 노연이


오전 8시 10분, 곧 열차가 도착한다는 소리에 지하철 플랫폼을 향한 걸음을 재촉합니다. 이미 스크린 도어 앞에는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섰지만 이번에 오는 열차를 타지 못하면 지각이기에 비좁은 사람들 틈 사이로 열심히 몸을 욱여넣어 봅니다. 여기저기 짜증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밀고 밀리는 사람들 틈 사이에서 새삼 우리나라에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출근도 전에 피곤해집니다.


노연이_타인들의 세상, 2018, acrylic on canvas, 145.5x112cm.jpg
노연이, 타인들의 세상, 2018
acrylic on canvas, 145.5x112cm


Part 2

드롤, 문제이, 배달의민족
마운틴스튜디오, 김명실


약속 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는 친구를 기다리며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을 관찰해봅니다. 얼마 전 서점에서 봤던 베스트셀러를 읽고 있는 사람도 보이고, 핸드폰을 보고 있는 사람을 보며 괜히 그 내용이 궁금해집니다.


마운틴스튜디오_플로렌스, 2018, Mobile game.jpg
마운틴스튜디오, 플로렌스, 2018, Mobile game


Part 3
저녁

이오, 요시유키 오쿠야마
김혜진, 김태연, 정다운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불이 켜져 있는 건물을 보니 창문 너머의 사람들이 궁금해집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여유로운 저녁을 보내거나 혹은 아직 끝나지 않은 업무를 마무리하는 사람도 있겠죠. 이렇게 창문은 때로 틀 너머의 세계를 상상하게 하며 공간과 공간을 연결해줍니다.


김혜진_Who am I, 2017, Acryilc on canvas, 162x122cm.jpg
김혜진, Who am I, 2017
Acryilc on canvas, 162x122cm


Part 4
새벽

지호준, 에이미프렌드, 이영은
열린책들, 빛나는, 채우승


지난 밤 여러분은 무슨 꿈을 꾸셨나요?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꿈에서는 언젠가 봤던 것처럼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잊은 줄 알았던 오랜 과거의 장면을 보기도 합니다. 이처럼 우리의 깊은 무의식의 세계는 새벽을 지나며 꿈의 시간으로 재구성됩니다.


에이미프렌드(Amy Friend)_I dream of that day, 2019, 디지털 프린트,  60x84cm.jpg
에이미프렌드(Amy Friend), I dream of that day
2019, 디지털 프린트, 60x84cm





+
전시 현장


인트로(1).jpg
인트로

아침1.jpg
아침

낮3.jpg

저녁1.jpg
저녁

새벽1.jpg
새벽





안봐도사는데 지장없는전시
- Unnecessary Exhibition In Life -


일자 : 2019.04.03 ~ 2019.09.15

시간
10:00 ~ 18:00
(1시간 전 입장마감)

*
월요일 휴관

장소
서울미술관 본관 M1 1층

티켓가격
성인 11,000원
학생(초/중/고) 7,000원
어린이(36개월이상) 5,000원
티켓 구입 당월 한 달간 무제한 입장

주최/주관
서울미술관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이영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