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늘 처음 만드는 우리 이야기 [공연예술]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글 입력 2019.04.24 00:0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대부분 우리는 이미 만들어진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본다.


짜인 각본과 그에 맞춰 구성된 연출, 무대, 조명. 그리고 그에 맞추어 캐릭터를 분석하고 대사를 숙지하여 공연에서 연습의 결과를 보여주는 배우들. 공연은 현장성이라는 특징 때문에 매번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반복되는 큰 틀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공연과 달리 인생은 다시 돌아간 것은 되돌릴 수 없고, 한 번 지나치면 완벽히 똑같은 것을 다시 행할 수 없다.




01.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이제 끝!



그래서 이 공연이 좋았다.



오늘 만든 이 얘긴 다시 못 봐. 오늘 오신 관객들은 좋겠다. 오늘 만든 이야기 잘 간직해. 우리도 꼭 기억할게요.


오늘 오신 여러분의 인생 어쩌면 오늘 만든 이야기처럼 알 수 없어도 어떻게든 흘러와 이 자리에 모여 바로바로 여기서 함께 만들어내지.


좀 이상하면 어때 좀 황당하면 어때 괜찮아. 오늘 만든 이 얘긴 다시 못 봐. 다시 오지 않을 우리 인생처럼. 오늘 만든 이야기 잘 간직해. 우리도 꼭 기억할게요.



극이 시작하면 관객들은 극의 장르, 제목, 인물, 심지어 명대사까지 정하게 된다. 배우들은 정해진 노래 음이나 커튼콜 음악 같이 미리 정해진 소수의 파편만을 가지고 극을 시작하게 된다.


처음에는 모두가 불안하게 무대를 쳐다볼 수밖에 없다. 장르부터 명대사, 인물까지 하나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인데 극이 이어나가질 수 있다고? 심지어 1인 극도 아니고 6명(배우 5명, 연출 1명)이 합심하여 극을 만들어지는데 제대로 나아갈 수 있을까?



141.jpg
 



02. 시작할 땐 죽이 될지 밥이 될지 몰라



관객들도 불안하고 배우들도 불안하지만, 막상 극이 시작되면 우리는 이 공연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내가 보고 싶던 장르와 배역과 대사를 맞춤형으로 연기해주다니.


물론 정할 때 의견을 외치는 관객이 많이 있기에 그 중에서 뽑혀야 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오겠는가.


코미디로 시작했는데 갑작스럽게 감동적인 내용이 나올 수도 있고, 예상과 달리 재미가 없을 수도, 관객들이 정해준 형식에 정석처럼 딱딱 맞추어 완벽한 공연이 나올 수도 있다.


지인이 이 공연을 ‘조금 비싼 뽑기’라고 지칭한 적이 있다. 내가 보고 싶었던 것이 완벽하게 재연되지 않을 수도 있고, 그 이상으로 나올 수도, 다른 것이 나올 수도 있지만, 예측할 수 없는 우리의 인생처럼 우리는 어느새 공연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14.jpg
 


03. 사공이 좀 많으면 어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공연은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배가 산으로 가는 바다로 가든, 여러 사람이 모여 배가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리고 마냥 배가 산으로 가는 것만이 아니라 바다로 가는 길목일 수 있다고.


관객들에 의해 그날그날 정해지는 여러 설정으로 배우와 연출은 그 조각조각을 하나씩 엮어 매일 하나의 이야기를 새로 만들어낸다. 한 인물이 어떤 것을 툭 던지면 다른 인물이 그걸 받아서 이어나가고, 또 다른 인물이 세부 설정을 만들어내어 이야기하고.


사공이 많으면 어떤가, 배가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을.



13.jpg
 

 
김효경.jpg


[김효경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