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주크박스 뮤지컬의 허와 실 [공연예술]

글 입력 2019.04.24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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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창작 뮤지컬에 있어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있는 뮤지컬 형식 중 하나는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동전을 넣으면 유행하는 노래를 들려주는 기계인 주크박스에서 유래한 '주크박스 뮤지컬'은 과거 인기있던 대중음악을 넘버로 한 작품을 의미하며, 故김광석의 노래를 넘버로 한 <그날들>, 故이영한 작곡가의 노래로 만들어진 <광화문 연가> 모두 '주크박스 뮤지컬'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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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주크박스 뮤지컬은 최근에야 주목받고있는 뮤지컬의 모습은 아니다. 2013년 초연된 뮤지컬 <그날들>은 올해 삼연을 성공적으로 진행중일 정도로 흥행이 보증되는 작품이 되었고, 최근에는 <광화문 연가>,<젊음의 행진>,<브라보 마이러브>,<미인> 등 다양한 주크박스 뮤지컬들이 중,소,대극장을 가리지 않고 공연되었다.


뮤지컬을 처음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 '주크박스 뮤지컬'은 아주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관객에게 익숙한 음악 그리고 향수를 자극하는 음악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처음 접하는 장르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주크박스 뮤지컬'은 뮤지컬을 입문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런 '주크박스 뮤지컬'은 작품을 제작하는 기획사에게도 매력적이다. 작품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거대한 투자자본을 유치하는데 있어서 이미 검증된 '명곡'들을 넘버로 사용한다는 사실은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말한 입문작으로의 가장 적합한 '주크박스 뮤지컬'은 제작사가 항상 고민하고 있는 '신규 관객의 유입 부족' 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한가지 방법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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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김광석의 노래를 넘버로 한 뮤지컬 <그날들>


하지만, 이렇게 흥행보증 수표처럼 보이는 '주크박스 뮤지컬'은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흥행에 무척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첫번째는 개연성 있는 스토리의 부재이다. 뮤지컬은 넘버라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서사가 존재하는 서사예술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주크박스 뮤지컬의 서사는 뛰어난 짜임새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일반적인 뮤지컬이 스토리를 바탕으로 넘버를 구상해 나간다면, 주크박스 뮤지컬의 경우엔 그 반대인 넘버를 바탕으로 스토리가 짜여지기 때문이다. 결국, 자연스레 장면과 장면간의 유기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특정 가수와 작곡가의 히트곡들을 듣기 위해 온 관객들을 위해 러닝타임 내에 모든 히트곡을 집어 넣어야 하는 것도 큰 문제다. 작품의 전체 서사와 어울리지 않는 히트곡을 삽입하기 위해 불필요한 장면이 들어가 몰입도를 떨어트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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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인기있는 가요를 사용하는 '주크박스 뮤지컬'만의 특징은 작품의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단점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주크박스 기계처럼 명곡을 그대로 들려주지 않는다.


원곡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주크박스 뮤지컬은 원곡을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맞게 편곡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이미 검증된 명곡을 변형시키는 것에는 분명 많은 위험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예를들어, 담백함이 매력인 김광석의 음악을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합창이 있는 대극장 뮤지컬의 넘버로 편곡하는 것은 원곡의 느낌을 기대하고 온 많은 관객에게 '원곡을 망쳐놨다'라는 평가를 받게될 수도 있다.


수많은 대중가수들에 대한 주크박스 뮤지컬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지금, 작품의 흥행과는 다르게 작품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무척 아쉽다. 뮤지컬은 드라마, 음악, 안무를 포함하는 종합예술임을 생각한다면 이 요소들을 균형있게 끌고 나가는 것은 '주크박스 뮤지컬'이 해결해야하는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오현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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