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알폰스 무하를 아시나요? [시각예술]

체코 예술가 알폰스 무하와 그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
글 입력 2019.04.25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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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무하


아르누보의 거장, 체코의 화가

무하의 이야기와 그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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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과 예술이 꽤 동떨어져 있다고 느낄지 몰라도 사실 우리는 삶의 많은 순간에서 예술과의 접점을 발견한다. 중고등학교 미술 시간에 예체능 과목을 위한 하루 또는 두 시간만의 벼락치기 공부에서 뜻밖의 예술가와 작품을 만나기도 하고, 때론 교양 강좌나 전시회 등을 통해 예술과 소통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예전보다 요즘 들어선 예술에 대한 관심과 그를 향유하고자 하는 문화가 훨씬 자연스러워졌을 뿐 아니라, 그에 대한 지원도 대폭 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전에는 예술을 향유하는데 드는 비용부담이 사람들에게 높은 진입하는 장벽을 형성했다면, 이제는 일상 속 많은 부분에서 예술과 소통할 수 있고 이러한 지원정책 덕분에 비용부담도 훨씬 준 것이 사실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예술이 우리 생활의 아주 사소하고 밀접한 부분에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전 벚꽃이 만개한 캠퍼스의 봄을 거닐며 봄 향기를 담은 새 휴대폰 케이스를 장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온라인 쇼핑몰을 두리번거렸다. 캐릭터, 패턴케이스 등 수많은 디자인 중에서 내 눈에 특히 와닿았던 것은 명화케이스들이었다. 고흐, 모네, 클림트, 달리 등 여러 화가들의 작품이 휴대폰 케이스로 출시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예술이 우리의 일상과 아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을 분명히 입증해준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내가 고른 것은 평소 너무 좋아하는 화가 르누아르의 작품이었지만, 쇼핑하며 알게 된 특별한 화가 한 명이 있었다. 바로 체코의 화가 '알폰스 무하'. 그동안 꽤 익숙했다고 느꼈던 인상파 미술작품이나 초현실주의 작품 등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무하의 폰케이스, 정확히 말하자면 케이스를 통해 관심을 가지게 된 그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었다.


몽환적, 부드러움을 휘감은 색채, 일러스트. 무하의 작품들을 보며 연상했던 단어들은 바로 이것들이었고,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내내 사실적 묘사와 추상적 이미지, 미지의 중간점에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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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The Arts>

위에서부터 음악 [Music], 춤 [Dance]

시 [Poetry], 회화 [Painting]



무하의 작품 예술은 인간의 창의성에 대한 4가지 성취를 기리는 것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이 시리즈에서 그는 악기, 붓, 깃펜 등 기존의 관습적 특질들을 과감히 버린다. 대신에 음악에서는 월출과 새들의 지저귐,  춤에서는 아침의 산들바람에 의해 흩날리는 잎사귀를 표현했다. 또한, 시에서는 황혼녘 하늘에 빛나는 별을, 회화에서는 산뜻한 낮 아래 무지개에 둘러싸인 빨간 꽃을 표현했다.


이처럼 무하는 작품 ‘예술’ 시리즈에서 각 예술에 하루의 특정 시간을 의미하는 자연의 모티프로 이루어진 원형 배경을 통해 자연미의 창의적인 영감을 강조했다. 예술이 화려하거나 소위말해 있어 보여야 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그는 예술에 대한 답을 일상 속 자연에서 찾아냈다. 이 작품을 보며 예술의 범주에 속하는 각 영역을 기존의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자연과 연결시킨 무하의 창의적 발상과, 그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네 명의 여인들을 보며 감탄을 연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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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수, Laurel> / <담쟁이 넝쿨, Ivy>



이 두 작품은 ‘월계수’와 ‘담쟁이 넝쿨’이다. 이 작품들이 내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바로 민트색 색채가 풍기는 평온함 때문이었다. 평소 민트색을 특히나 좋아했던 나는 이번 기회에 왜 내가 민트색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생각해 볼 계기를 만나게 되었고, 그렇게 찾은 이유는 바로 맑음, 순수함, 안정감, 은은함, 초록과 푸름의 경계 어딘가에 존재하는 몽환적인 매력 때문이었다.


특히 두작품은 민트색을 배경색으로 삼은 공통점과 더불어 표현기법도 상당히 유사하다. 각 인물들의 옆모습을 묘사한 것과 왠지 모르게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상처를 품은 감정, 그리고 배경을 월계수 잎과 담쟁이 넝쿨로 가득 메운 표현방식들은 무하가 이 두 작품을 창조하게 된 특별한 접점이 있을 거라는 강한 확신을 가지게 만들었다.


월계수의 꽃말은 나무가 상징하는 승리, 영광과 잎이 의미하는 죽어도 변함없음, 그리고 불신과 배반을 나타내는 꽃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뉜다. 찾아본 꽃말의 의미가 작품 속에 녹아있는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월계수를 한번 더 관찰했다. 월계수 관을 쓴 그림 속 인물은 승리의 영광을 차지했지만, 그의 얼굴에선 승리에서 비롯되는 성취감이나 기쁨의 감정의 조각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내 상상력으로 미루어 보건대, 그 영광을 차지하기까지의 과정이 불신과 배반으로 가득한 험난한 여정이었고, 마침내 얻은 승리는 죄책감의 무거운 무게에 짓눌리는 듯 보인다.


또한, 담쟁이 넝쿨의 꽃말은 공생과 우정이었는데 작품의 원형 안에 표현된 인물을 향한 5개의 화살은 우정에서 비롯된 상처를 상징하는 듯했다. 자신에게 순차적으로, 어쩌면 한꺼번에 날라온 상처의 화살들 때문에 작품의 여성은 이미 그 상처에 무뎌진 듯 보였고, 최후의 순간에서 담쟁이덩굴의 에메랄드빛에 의해 그것이 치유되고자 바라는 듯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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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 Primrose> / <깃, Feather>



무하의 또다른 작품, ‘달맞이꽃’과 ‘깃’은 월계수와 담쟁이덩쿨과 마찬가지로 쌍둥이 작품인 듯한 생각을 떨쳐내기 어렵다.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두 여성을 표현한 대칭 구조 때문이었는데, 담쟁이 꽃을 든 여인에게선 수줍음, 내성적 성격, 짝사랑 등의 이미지가 연상되었던 것에 반해 깃을 든 여성은 권력, 권위, 귀족, 자신감 등이 느껴졌다.


너무나 다른 이미지의 두 여성을 달맞이꽃과 깃을 이용해 더욱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 인상 깊었고, 이것은 만약 작품 속 두 인물을 서로 바꿔봤을 때 느껴지는 어색한 부조화를 고려해보면 무하의 의도적 표현이 담긴듯 했다. 금발의 올림머리 여성이 달맞이꽃을 들고 있고, 옅은 고동색 머리의 여성이 깃을 들고 있는 작품을 상상했을 때, 왠지 모를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하의 작품들은 이같이 서로 다른 작품들에 대한 연결고리를 찾아보고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무한대로 자극시키는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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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The Flowers>

왼쪽에서부터 백합 [Lily], 장미 [Rose]

아이리스 [Iris], 카네이션 [Carnation]



서로 다른 네 종류의 꽃을 각각 다른 여성들의 이미지로 표현한 이 작품도 평소 꽃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내 마음에 꼭 들었던 작품이다. 백합에선 순결, 세례가 느껴졌고 장미는 강인하면서도 매혹적인 이미지를, 그리고 새로운 탄생과 변화를 의미하는 듯한 아이리스와 당돌한 성격과 다소 냉소적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카네이션까지. 작품 속 꽃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매력에 빠진 후엔, 이어 기존에 내가 이 꽃들에 대해 생각해왔던 이미지들과 작품이 풍기는 이미지들을 비교해보는 재미난 순간도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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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 The Seasons series>

위에서부터 봄 [Spring], 여름 [Summer]

가을 [Autumn], 겨울 [Winter]



얼마전 새롭게 알게 된 예술가 무하의 작품을 급하게 찾아본 터라 아직 그가 남긴 여러 작품들을 감상할 충분한 시간을 갖진 못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바로 ‘사계’이다. 계절이라는 추상적인 존재를 인물로 표현한 새로운 시도와 작품의 몽환적인 분위기, 요정과 여신처럼 보이는 사계 속 인물들의 아름다움은 보는 이들을 매혹시키기에 아주 충분한, 아니 넘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신기한 것은 실제로 내가 사계절 중 가장 좋아하는 가을은 무하의 작품 속에도 여전히 ‘가을’이었던 점이다. 포도처럼 보이는 과일을 따고 있는 여성은 수확의 계절 가을을 잘 묘사하고 있는 동시에 단지 작품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게 편안함과 여유를 전해준다. 이 작품에서 무하는 원색의 강한 색채보다는 파스텔톤 색채를 주로 사용했고 그 속에서도 색의 대비와 조화를 아주 섬세하게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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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페브르 위틸’ 과자상자를 위한 라벨 : 바닐라 웨하스>

<향수 ‘로도’ 광고포스터>



무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것은 바로 파리 연극계의 거장 사라 베르나르를 위해 디자인한 그의 포스터일 것이다. 무하가 디자인한 이 포스터는 기존 파리에 만연했던 포스터들과는 완전히 달랐고 이는 대중들을 매료시켰다. 무하의 포스터를 얻기위해 전단지를 붙이는 이에게 뇌물을 건네기도 한 다수의 수집가들이 존재했고, 심지어 그들은 밤이 되면 몰래 면도칼로 포스터를 뜯어내는 모험까지 마다치 않았다. 이를 계기로 무하는 파리 아르누보의 선구자로서 자신의 스타일을 창조했고, 연극과 광고포스터 뿐 아니라 잡지커버, 엽서와 달력 등 각종 의뢰에 대한 수요가 불같이 들이닥쳤다. 단순 예술 작품뿐 아니라 대중의 수요에 따른 일상 속 생활양식을 자신의 스타일로 디자인 했다는 점도 무하를 조명할 만한 특별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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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몽, Rever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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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브 서사시 연작 NO.1>

[The Slav Epic' cycle No.1 : The Slavs in Their Original Homeland]



이 작품은 체코와 다른 슬라브 민족의 역사에서 주요 20점의 에피소드를 담은 것으로, 고대의 기원으로부터 중세와 종교 개혁, 합스버그 제국, 슬라브 민족에게 독립을 가져다준 세계 1차 대전 여파에 이르기까지 슬라브 문명의 발전을 그린 작품이다.


앞서 보았던 포스터나 사계, 꽃 시리즈들에서 느껴지는 몽환적이고 상징적인 이미지와는 또다른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예술가 무하에 대한 관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무하는 걸음마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미술에 대한 열정을 보였기 때문에, 그의 어머니는 어린 무하가 기어 다니면서도 마루에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목에 연필을 묶어주곤 했다고 한다. 그는 꾸준한 성가대 활동과 주위의 수많은 성당의 예술, 건축 양식들을 보고 자라며 종교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 훗날 그는 말한다.



“나에게 성당과 회화, 그리고 음악의 개념은 너무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성당의 음악 때문에 성당을 좋아하는 것인지, 성당이 내포하는 신비로운 분위기 때문에 음악을 좋아하는 것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그의 성장배경에 대해 찾아본 후 그의 그림을 한번 더 감상하니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신비로운 분위기에 대한 적절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예술가 무하는 이제 내게도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 다른 예술과와 달리 그를 알게 된 특별한 시작점 뿐만 아니라 그의 독특한 작품들은, 무하를 알게 된 지 채 몇 주도 되지않는 짧은 시간 동안 알폰스 무하를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의 후보에 오르게 만들었다.


바쁜 시험기간이 끝난 후 해야 할 리스트에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알폰스 무하와 그의 작품에 대한 책 찾아보기’. 체코 프라하에 가면 무하 미술관이 따로 있다고 하는데 언젠가 유럽여행의 기회가 내게 찾아왔을 때 꼭 가보고 싶은 장소다. 뉴욕여행 때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사진으로만 봐도 좋았던 르누아르의 그림을 직접 마주했을 때의 황홀했던 감동. 언젠가 무하의 작품을 직접 만나게 됐을 때 아마도 나는 감동을 넘어 너무 행복한 나머지 소리를 지를지도 모르겠다.



[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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