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은 어떤 모임을 하고 있나요? : 컨셉진 Vol. 64 [도서]

당신의 일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집니다
글 입력 2019.04.26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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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잡지란 그저 미용실이나 비행기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 위한 도구였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잡지를 읽을 때마다 특별한 사람들의 인터뷰, 내 능력으로 절대 살 수 없는 명품광고들을 아무런 감흥 없이 넘기곤 했었다. 잡지 속 완벽하고 화려한 그 세계에 내 자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잡지 속 그 세계는 만지지도 못하고 그저 구경만 해야 하는 박물관 속 귀중품들처럼 느껴졌다. 내게 잡지는 그렇게 잠깐 시간을 보내기에 적당한, 화려하고 반짝거리는, 그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그어져 있는 것 같은 그런 존재였다. 컨셉진을 만나기 전까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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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진 Vol. 64 <당신은 어떤 모임을 하고 있나요?>


 

컨셉진은 '당신의 일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집니다' 라는 모토 아래 매달 다른 주제로 일상을 다루는 잡지이다. 쳇바퀴같이 굴러가는 하루를 보내는 우리, 그래서 쉽게 지치고 무기력한 우리에게 컨셉진은 그 일상을 아름답게 만들어줄 무언가를 찾아낸다. 그 무언가는 절대 특별하고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 평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 가치가 있다.


전혀 특별하지 않은 것, 살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 바쁜 일상에 치여 신경 쓰지 않기 쉬운 것, 그러나 신경 쓰게 된다면 일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것이 컨셉진이 다루는 주제이다. 과일, 아지트, 라디오 등 매달 선정되는 일상적인 주제들은 곧 이 잡지의 성격을 말해준다. 그중에서도 이 글에서 다룰 주제는 바로 컨셉진 2019년 1월호에 담긴 64번째 주제 ‘모임’이다.

 

지금 당신은 어떤 모임을 하고 있는가? 컨셉진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일상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영향을 받는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나’라는 인간을 만든 것은 대부분 주변 사람들의 영향 덕분이었다. 그때 내가 독서 모임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여전히 독서를 게을리 했을 것이고, 영어 스터디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여전히 영어울렁증에 시달렸을 것이다.


나의 관심사에 대해 다른 이들과 이야기 하고 싶다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지인들이 모두 그 관심사에 흥미를 느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을 참게 되고 해소되지 못하는 갈증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낯선 사람일지라도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의 존재는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진다. 사람은 사람으로부터 자극을 얻는다. 그리고 그 자극은 동기부여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모임은 우리의 삶에 아주 중요한 존재라는 것이다.

 

잡지는 ‘투 라이프’ 코너에서 모임에 대한 두 가지 삶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하나는 건축가들의 모임 ‘크로우드’의 사람들, 하나는 ‘남의 집 프로젝트’의 대표 김성용 씨의 이야기다. 크로우드의 멤버들은 크로우드에 대해 “건축을 기반으로 문화와 역사를 탐구하고 콘텐츠를 창작하는 스튜디오.”라고 소개했다. 같은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는 선후배 사이로 만난 이들은 주 1회 만남을 통해 서로의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기도 하고 독서 모임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그들은 입을 모아 크로우드를 만난 뒤 건축을 더 사랑하게 되고 그로 인해 일상이 더 행복해졌다고 했다. 크로우드 모임 시간이 곧 삶의 낙이라고 말하며 웃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모임이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만들어주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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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용 씨가 운영하는 ‘남의 집 프로젝트’의 이야기도 몹시 흥미롭다. 남의 집 프로젝트란 온라인 신청을 통해 원하는 집을 고르고 그 집 거실에 낯선 사람들이 모여 집주인과 집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스템의 회사이다. 그 형태도 다양하다. 호스트의 특징에 따라 어떤 집에서는 1인 크리에이터에 관해서 이야기 할 수도 있고, 어떤 집에서는 청춘에 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 아무런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가장 개인적인 공간인 가정집 거실에 모여 이야기하는 재미를 ‘남의 집 프로젝트’가 아니면 어디서 느낄 수 있을까. 늘 같은 사람들만 만나는 이들에게 ‘남의 집 프로젝트’가 선사하는 낯선 사람들과의 단발성 인연은 새로운 자극이 되어줄 것이다.

 

잡지는 독서 모임 기반의 커뮤니티 서비스 ‘트레바리’라는 곳에 대해서도 다뤄주었다.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라는 비전 아래 최선을 다해 독서 모임을 운영하는 트레바리 직원들의 인터뷰를 읽으며 모임에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모임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에도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노력만큼 신중하게 모임을 운영하는 트레바리의 방식이 인상 깊었다. 인스턴트 같은 자극만 가득한 이 시대에 새로운 지적인 자극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컨셉진을 통해 위의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내가 기존 잡지에서 느꼈던 벽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남의 집 프로젝트’와 ‘트레바리’ 부분에서는 나도 여기에 도전해볼까, 라는 고민도 해 볼 정도였다. 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그 이야기들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건 그 모임 자체가 흥미로운 것도 있지만 그와 함께 책 전체를 아우르는 컨셉진의 따듯한 분위기 덕분이었다. 온화한 색감의 뛰어난 사진들과 더불어 그 모임들을 진정으로 가치 있게 바라보는 게 느껴지는 에디터의 문장들이 잡지가 소개해주는 세상이 곧 나의 일상이 될 수 있음을 일깨워주었다.

 

필자는 컨셉진의 편집장님이 진행하는 ‘컨셉진 에디터 스쿨’을 통해 컨셉진을 알게 되었다. 그 시간을 통해 나는 에디터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소양을 배웠고 그와 동시에 컨셉진이라는 잡지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작은 한 권의 책에 담긴 사람들의 일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많은 이들의 노력이 더 소중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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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책을 덮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컨셉진이 매달 다루는 주제들뿐만 아니라 컨셉진이라는 잡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일상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지 않을까.



[진금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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