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원한 사랑에 관한 한, [사람]

사랑의 영원성에 대하여
글 입력 2019.04.27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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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이 사랑을 시작할 때 흔히 하는 약속으로 ‘영원한 사랑’이 있다. 그런데 영원한 사랑은 지속 가능한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영원히 기억되는 순간은 있을지라도 관계가 영원히 지속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상황은 사람을 변하게 만들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사람의 감정은 관계에 큰 영향을 끼친다.


결국 같은 기분으로, 같은 마음으로 계속해서 하나의 관점을 바라볼 수는 없다. 방향성이라는 것은 균형 감각 같아서, 한쪽이 기울면 다른 쪽이 조금은 흔들려야 무너지지 않는다. 지진에 강하게 설계된 건물이 흔들림으로써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렇기에 영원한 관계에 대해 고민해볼 때는 영원하지 못한 관계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사랑은 그렇기에 아이러니하다. 영원에 대해 약속하지만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는 결국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끝날 수 있을까, 아름답게 끝맺는다는 것은 무엇을 전제로 하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관계가 아름답지 못하게 끝났을 때는 영원이 지속되지 못했을 때 슬퍼하는 마음보다 훨씬 큰 아픔들이 잇따른다.


지금까지의 기억들을 부정하는 것은 물론, 잘못된 것을 찾기 위해 자기 자신을 부정하기에 이른다. 그렇기에 사랑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은 이토록 어렵고 용기가 필요한 일인가에 생각해 보면, 고민 없이 그렇다고 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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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끝맺자고 말할 때 납득하고 끝낼 수 있는 용기는 그래서 필요하다. 상대를 상처주지 않고 끝낼 수 있어야만 한다. 나는 이별이 두려웠다. 헤어지는 것이, 내가 지금까지 상대에게 주었던 것을 잃을까 두려웠던 것이 아니다. 이별 끝에 가장 두려웠던 것은 내가 주었던 마음을 뱉어내지도, 가지고 있지도 못한 채 서성이다가 분노의 화살을 나에게 돌리는 게 두려웠다.


헤어져주지 않겠다고 집으로 찾아오던 사람, 길거리에서 억지로 포옹을 하려던 사람, 집 문을 열고 들어와 이대로는 헤어지지 못한다고 울던 사람, 절대 너와는 헤어지지 않을 거라고 계속해서 다짐하고 그런 다짐을 나에게 꺼내놓던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나는 두려웠다. 나의 감정을 존중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무서웠다. 나아가서, 그 마음들이 물리적인 힘이 되어 온통 나에게 쏟아져 내릴까봐, 나를 옥죄어 상처 낼까 봐 두려웠다.


나는 이미 그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알려주었고, 나에 대해 알려주는 것은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복수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걸 나에게 퍼붓지 않을 거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자신을 내어주는 게 사랑이라고 믿던 사람들에게 그런 방향성은 어쩌면 무한한 사랑처럼 비춰졌을 수도 있다.


그래서 모든 게 끝이 났을 때, 나는 어마어마한 배신자가 되어야 했다. 그런데 묻고 싶었다. 당신이 쌓아 두던 건 무엇이었냐고. 나를 알아가던 시간들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느냐고.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사랑보다 훨씬 더 큰 힘을 필요로 하는 관계는 모든 걸 내어주지 않고도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은, 사랑을 하는 데에도 자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상처내지 않기 위한 자격. 그러기 위해서 자신을 상처내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 자신을 지킬 줄 아는 단단한 사람만이 지킬 수 있는 게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는 영원이 피어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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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영원한 것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영원이 어딘가에 머무르고 있다면, 분명 사랑 속에서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영원과 사랑은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하나를 언급할 때 다른 하나가 떠오른다. 서로에게 스며드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빛이 어둠을 찢지 않고 떠오른다고 말하듯이. 모든 사람이 사랑을 할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영원을 얻을 수는 없다. 영원은 그래서 희소성이 있다. 희소성이 있는 것은 가치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영원은 내가 찾아 나서야 한다. 유일무이한 것은 불현듯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찾아나서야 하는 거니까. 그게 아름다움이라는 것의 속성이니까. 사랑은 아름다워야 하고, 영원 또한 그러니까. 그래서 사랑은 아무나 할 수 있고, 동시에 아무나 할 수 없다.



[이정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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