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오늘은 그림책 - 그림책 NOW 展

'그림책 NOW' 전시를 보고 와서
글 입력 2019.04.3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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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NOW 메인 포스터.jpg
 

그림책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나요?

머리속에 떠오르는 그림책이 있나요? 오늘은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리뷰를 쓰고 싶어졌습니다.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전시에 대한 리뷰니까요. 다양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가득한 그림들을 잔뜩 보고 온 만큼, 분석이나 비평은 내려놓고 감상에 가까운 글을 써보겠습니다.

다시, 그림책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나요? 그림책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그림책을 취미삼아 꾸준히 보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그냥 책을 읽기도 어려운데 그림책이라니,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저 역시 작년에 출판사 서포터즈를 하며 그림책을 많이 보긴 했지만 그마저도 활동이 끝나니까 다시 멀어지더라고요.

물론 마음 깊은 곳에 그림책에 대한 애정을 늘 간직하고는 있습니다. 집에는 아직도 버리지 못한 '피카소 동화나라' 그림책 시리즈가 책장을 차지하고 있고요. 어린 시절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말랑말랑한 뇌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그때 읽은 그림책들은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 오늘날 제 뿌리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림책을 좋아하면서도 보는 게 어려운 까닭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책이나 영화, 전시 등을 보는 건 보편적인 교양이나 취미로 여겨지는 반면, 그림책은 유난히 '어린이용'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레 관심이 없어지고, 관심이 줄어들면 나중에는 보고 싶어도 무엇을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감이 안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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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르 올레니코프(Igor Oleynikov, 러시아)의 작품
'The Unstoppable Trek'_2018 안데르센상 수상자


'그림책 NOW'는 그래서 궁금한 전시였습니다. 안데르슨 상, 나미콩쿠르, BIB에서 수상한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원화들을 감상하며 요즘은 어떤 그림책이 세상에 나오고 있는지 알고 싶었거든요. 300여점의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을 만나볼 수 있는 '그림책 NOW'는 그림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여러 작가의 그림책을 일일이 찾아봐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며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으니 좋고, 그림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림책에 정을 붙이는 계기가 되어줄 수 있는 전시입니다.

특정 일러스트레이터 한 명의 작품들을 전시하거나 비슷한 미술 사조에 속하는 작품들을 모아 전시하는 경우는 많지만, 이렇게 다양한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는 흔치 않습니다. 작가의 국적도, 그림에 사용된 기법도 모두 다릅니다. 300여점의 그림들을 보며 더 좋고 나쁨의 기준은 희미해집니다. 각자의 취향에 맞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을 뿐입니다. 2018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이고르 올레니코프의 원화를 비롯해 2019 나미콩쿠르 수상작들과 2017년 BIB 수상작들까지 2시간 가까이 관람한 후 마음에 남았던 세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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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 레트리아(Andre Letria, 포르투갈)의 작품
‘전쟁(War)'_2019 나미콩쿠르 그랑프리


첫 번째는 나미콩쿠르 대상을 받은 안드레 레트리아의 '전쟁' 입니다. '전쟁' 하면 수많은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림책은 전쟁에 대한 논문이나 역사책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한정된 분량 안에서 독자가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 전쟁이 무엇인지 실감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그려내야 합니다. 그 결과, 안드레 레트리아는 사람의 형태로 전쟁을 그려냈습니다. 큰 덩치에 잿빛 옷을 걸친 '전쟁'은 표정이 없습니다. 아예 머릿속을 짐작해볼 만한 얼굴도 없습니다.

대신 지시를 내릴 뿐입니다. 작가의 일러스트 속에서 표정 하나 없는 이 존재에게 너무 많은 것들이 좌지우지됩니다. 어두운 색채의 그림 속에서 책, 사람, 도시 등 마땅히 각각 다른 모습으로 살아있어야 할 것들은 획일화된 모습으로 파괴되어갑니다. 전쟁의 잔혹함을 담담하게 그러나 충분히 와닿게 표현한 작품이라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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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블랭키나르(Dale Blankenaar,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카피캣(Copycat)'_2019 나미콩쿠르 그린아일랜드상


안드레 레트리아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인 데일 블랭키나르의 '카피캣'은 컴퓨터 그래픽같은 일러스트가 특징입니다. '지구인과 외계인의 조우'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그동안 봐왔던 외계인의 여러가지 모습이 스쳐지나갑니다. 데일 블랭키나르의 그림은 외계인에 입장에서 본 지구를 그리는데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지구인이 외계인처럼 그려집니다. 피부와 근육 아래에 감춰진 뼈까지 훤히 보이는 인간은 낯설게 다가옵니다.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는 나의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에 입장에서 보는 겁니다.

물론 우리는 우리가 속한 몸을 통해서만 감각을 느끼기 때문에 그게 쉽지 않지요. 데일 블랭키나르의 그림은 늘 익숙한 감각에서 벗어나 타인이 느끼는 다른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이 외계인처럼 낯설다면, '그림책이 가진 기존의 형태나 관례 및 시각적 서사방식을 장난스럽게 비틀어낯설고 수수께끼 같은 책을 만들기를 좋아한다'고 말한 작가의 의도는 성공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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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신 사파후(Nooshin Safakhoo, 이란)의
'일곱 마리 말, 일곱 가지 색(Seven Horses, Seven Colors)'
2019 나미콩쿠르 퍼플아일랜드상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왔던 작품은 이란 작가인 누신 사파후의 '일곱 마리 말, 일곱 가지 색'입니다. 앞선 작품들과는 달리 이야기구조가 뚜렷한 게 특징입니다. 몸이 불편해 침대에서만 시간을 보내던 소녀가 꿈속에서 일곱 마리의 말이 살고 있는 세상 속으로 가고, 거기서 홀로 자기만의 색깔, 장소, 생각이 없던 말이 다른 말들의 도움으로 자기정체성을 갖게 되는 모습을 봅니다. 나중에 이 말이 소녀의 방으로 찾아오며 소녀도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는 이야기를 지닌 이 작품은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과연 자신만의 색깔과 장소, 생각을 가진 사람인지, 아니라면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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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라 올레즈니코바(Daniela Olejnikova)의 작품
'The Escape'_2017 BIB 선정작


전시 후반부에는 나미콩쿠르 입선작들 수십 점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작가 이름과 제목이 나와 있을 뿐인 이 작품들은 설명이 있는 작품들과는 달리 감상자가 상상할 여지가 많아서 오히려 더 흥미롭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시만큼이나 좋았던 공간은 그림책이 가득 꽂혀 있고, 자유롭게 앉아 그림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거기서 우연히 '100 인생 그림책'이라는 그림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림책이지만 분량이 무려 200여쪽이였는데, 제목처럼 사람의 삶이 1살부터 100살까지 각 장마다 그려져 있고 각 인생의 시기에 대한 간단한 한 줄 코멘트로 이루어져 있었어요.

가볍게 집어든 책인데 몰입이 잘 되길래 선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었습니다. 사람이 태어나서부터 나이들어가는 모습이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는 이 책을 읽으며 저는 와닿는 게 많았기에, 개인적으로 추천드리고 싶어요. 앞선 전시도 좋았지만 이 그림책을 읽음으로써 비로소 전시가 완결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다른 관람객들도 이 공간에서 각자 그림책을 하나씩 읽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른이 되어서 그림책을 보니 어린이일 때는 알지 못했던 것들이 많이 느껴집니다. '100 인생 그림책'도 어릴 때 봤다면 지금과 같은 느낌은 받지 못했을 거예요. 몰입해서 그림책을 보던 사람들은 무엇을 느꼈을까요?

세상에는 그림책을 위한 상도 많고, 우리가 매일 한 권씩 읽고도 충분히 남을 만큼 많은 그림책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림책은 어떤 분야 못지 않게 활발한, 그냥 모른 채 살아가는에는 아쉬운 예술분야입니다. 누가 아나요. 그 틈새에서 당신의 인생을 바꾸는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지. 그러니 오늘은 추억 속에만 묻어 두었던 그림책에 눈길을 줘 보기도 하고, 새로운 그림책을 찾아 떠나는 일도 괜찮을 거 같아요.

저도 오늘은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공연을 보는 대신, 집에 있는 그림책을 읽어보겠습니다.





<시상식 소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Hans Christian Andersen Award 2018
: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가 수여하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은 어린이문학에 중요하고 지속적인 공헌을 해온 글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를 매년 한 사람씩 선정, 그들의 업적과 공로를 기리고 있습니다.

나미콩쿠르 NAMI CONCOURS
: 201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네 번째를 맞는 국제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공모전 나미콩쿠르는 전 세계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다양한 창작 활동과 발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B) Biennial of Illustration Bratislava(BIB) 2017
: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2년마다 열리는 브라티슬라바 국제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수준 높은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원화를 선정하고 전시하는 52년 역사의 국제적 행사입니다.





그림책NOW


전시기간: 2019.4.12~7.7

전시장소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더 서울라이티움 5관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매표 및 입장 마감 오후 6시)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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