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브릿팝을 회고하다 - 맨체스터의 악동, ‘오아시스(Oasis)’ ③편 [음악]

긴 여정 끝에, 이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칼럼.
글 입력 2019.04.28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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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암 바가지 머리 개인적으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0. 시리즈의 마지막, 3편


 

벌써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이 사람들과 시간 여행을 한지 벌써 3주가 넘어간다. 어젯밤에는 꿈에도 나왔다(...) 이정도로 스스로가 열성 팬일 줄은 몰랐다. 오아시스를 두고 할 이야기는 정말 많지만, 그렇다고 칼럼의 주제를 맨날 오아시스로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오늘 스튜디오 정규 2집의 또 다른 네 곡을 소개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나누어야 할 것 같다. 이번에 소개할 네 곡은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감상할 만한 노래들이다. 맥주가 필요해 보이는 노래도 있긴 하나...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커피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디저트로는 스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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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네 번째 노래 : “Cast No Shadow”




Bound with all the weight of all the words he tried to say

그가 꺼내려고 했던 모든 말들의, 무게에 묶인 채로

Chained to all the places that he never wished to stay

그가 단 한 번도 있기를 원한 적 없던, 모든 장소들에 얽힌 채로

Bound with all the weights of all the words he tried to say

그가 꺼내려고 했던 모든 말들의, 무게에 묶인 채로

As he faced the sun he cast no shadow

태양은 그가 그림자를 드리우게 할 수 없지

As they took his soul they stole his pride

그들은 그의 영혼을 가져가면서, 그의 긍지도 가져가버렸어


 

네 번째로 소개할 트랙인 “Cast No Shadow”는 노엘이 더 버브의 보컬인 리차드 애쉬크로프트에게 헌사한 곡이다. 관련된 에피소드를 짧게 설명해보자면 이렇다. 한 때 애쉬크로프트는 자신의 선배인 롤링스톤즈의 곡인 “The Last Time” 가운데 4마디의 가사를 빌리겠다고 요청한 적이 있었다. 그는 “Bittersweet Symphony”라는 노래를 작곡하는 중이었고, 롤링스톤즈는 제안을 수락했다. 완성된 곡은 대중들의 사랑을 크게 받았는데, 그러자 롤링스톤즈 측은 더 버브 측에게 곧바로 표절을 주장하기 시작하며 소송까지 걸었다.


소송의 결과는 어처구니없게도 롤링스톤즈 측의 승리로 돌아갔고, 이후 해당 곡이 창출하는 모든 수익은 롤링스톤즈 측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후일담에 의하면 애쉬크로프트는 롤링스톤즈에게 크게 분노했다고 한다. 더 버브는 본인들의 노래가 상업적으로 쓰이길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소송에서 패배한 이후 해당 곡이 각종 광고를 비롯한 상업 마케팅에 쓰이는 걸 보며, 그들은 분명히 화가 났을 것이다.

 

마치 성장물 만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드는 곡이다. 밴드의 특징인 경쾌한 사운드와 대비되는 냉소적이거나 슬픈 가사가, 한 소년 혹은 소녀의 순수한 열정을 노래에 녹인 결과다. 또한 위의 에피소드를 모르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가진 것이 없음에도, 또는 모든 것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는 사람—일종의 캔디형 캐릭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태양’이라는 단어는 한 사람이 처한 절망스러운 상황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그러한 상황을 꿋꿋이 견디고자 하는 극적인 의지를 강조한다. 그래서 사람별로 번역이 천차만별이다. 자신이 가사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의역의 정도가 달라진다. 수많은 가사들을 분석(?!!)해본 결과, 대체로 “As he faced the sun he cast no shadow, as they took his soul they stole his pride”라는 구절에서 해석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것 같았다. 그림자를 드리우거나 드리우게 하는 주체가 누구인지에 따라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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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사이 좋았던 시절도 있긴 했는데.
지금도 이때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누그러졌다.


  

가사의 주인공이 주체가 되는 경우—다시 말해, 자신의 그림자를 태양 앞에서 드리우지 않는 것일 경우에는 “그는 태양 앞에서도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았다”로 번역할 수 있다. 그러나 태양이 주체가 된다면, 즉 태양이 그로 하여금 그림자를 드리우게 하는 것이라면 “태양은 그가 그림자를 드리우게 할 수 없다”로 해석이 가능하다. 어떤 해석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뒤의 구절이 주는 뉘앙스도 상당히 달라진다. 전자를 선택한다면 그들이 그의 영혼을 가져가면서, 긍지까지도 ‘가져가버렸음에도’라고 번역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태양의 짓궂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신의 열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므로. 후자를 선택한다면 그의 영혼을 가져가며 긍지까지도 ‘가져가버렸다’고 번역해야 할 것 같다. 그의 의지가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끊임없이 자신의 위력을 과시하고자 하는 태양의 모습을 부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점의 차이에 따라 어떤 해석을 선택하느냐가 달라질 것이다.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주인공은 온갖 힘을 쓰며 세상의 부조리함으로부터 견디고자 한다. 바람직한 모습이다. 하지만 세상은 개인의 노력을 온전히 받아줄 만큼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그래서 후자가 좀 더 현실적이라고 느낀다. 조금 심술 맞아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노래의 완성도가 뛰어나서 놀라기도 했지만(원래 B사이드용으로 작곡한 노래였다. 그런데 결과물이 생각보다 지나치게 좋아서 A사이드 곡이 된 것이다), 노엘이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곡을 쓰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기에 그 점이 제일 놀라웠다. 오아시스의 음악 철학은 타인에게 그다지 친절하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철저히 밴드 본인들(이라 적고 노엘과 리암이라 말한다) 중심으로—자신들이 부르고 싶은 곡을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이 노래도 노엘이 작곡하고 싶어서 작곡한 것이겠지만 생각보다 따뜻하고 당찬 가사를 들으며, 초반에는 상당히 뭉클했다. 아무리 세상 일이 나에게 불리하게 굴러갈지라도, 나를 좌절시킬지라도 무너지지 않겠다는 포부가 보여서일까.



 

2. 다섯 번째 노래 : “Roll with it”


 


You gotta roll with it

넌 즐겨야 한다고

You gotta take your time

너만의 시간을 가져봐

You gotta say what you say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해

Don't let anybody get in your way

아무도 너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라고

Cause it's all too much for me to take

왜냐하면 나는 그렇게 하기가 힘들거든



경쾌한 로큰롤 음악인 동시에 초반부 가사 내용도 시원시원하다. 그냥 네 마음대로 재미있게 살라는 내용이다. 초반부 내용만 그렇다. 가사와 관련된 이야기는 후술하도록 하고, 우선 곡에 얽힌 역사부터 조금 알아보고자 한다. 본 곡은 해당 앨범의 리드 싱글이었고, 당시 또 다른 밴드 블러와의 경쟁에 밀려 UK차트 2위에 랭크된 노래였다. 그 때 1위를 거머쥐었던 블러의 노래는 “Country House”이었는데, 이렇듯 둘의 차트 싸움을 두고 <브릿팝 전쟁(The Battle of Britpop>이라 흔히들 회자하곤 한다. (기가 막히게도 두 곡은 같은 날 발매되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노래 자체는 이 앨범의 다른 곡들에 비해 엄청난 임팩트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말 그대로 정말 무난하게 중독성 있는 곡이다. 그런데 이 곡을 소개하는 이유는 가사가 상당히 재밌기 때문이다.

 

앞부분까지만 들어보면 그냥 속세의 굴레를 집어던지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라는 가사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말을 하는 본인은 딱히 자신의 마음에 내키는 대로 살 만한 상황이 아니다. 위의 가사에서 ‘Cause it’s all too much for me to take(왜냐하면 난 그러기가 힘들거든)’ 뿐만 아니라, ‘You wanna be who you’d be, if you’re coming with me(넌 날 따라오기만 하면 네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어)’, ‘I think I’ve got a feeling I’ve lost inside, so take me away(난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만 같아, 그러니까 날 데려가)’ 와 같은 구절들을 보면 느낄 수 있다. 화자는 상대방이 잘 살 방법을 알고 있고, 그대로 실천하길 바라지만 정작 본인은 발걸음을 떼지 않으려 한다. 그러고는 후반부에서 자신을 데려가라고 한다. 어쨌든 자기도 그런 삶을 살아보고 싶으니 같이 길을 걸어가자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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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 With It"의 싱글 커버.

  


뭇사람들의 마음을 찌를 만한 노래다. 그런 사람들 많지 않은가, 남한테는 좋은 소리 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한테는 좋은 소리 못하는 유형의 사람들 말이다. 나는 힘들지만 너라도 행복해야 된다는—이타적이라 볼 수도 있지만,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기도 한. 그러한 개인들의 이야기가 담긴 것만 같다. 겉으로는 해맑은 모습을 보이며 본인은 괜찮은 듯이 이야기하면서도, 속으로는 고민을 털어놓는 상대방과 마찬가지로 괴로움에 시달리는 느낌이다. 리암 특유의 순수함이 묻어나는 보컬이 이를 더더욱 부각시킨다.

 

그래도 노엘이나 리암이 늘 이야기하는 것처럼, ‘생각 없이’ 쓴 가사일 확률이 상당히 높으니 큰 의미부여는 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주로 과제를 하면서 이 노래를 듣는다. 멜로디가 신나고 박자가 빨라서 과제를 단시간에 처리(?)할 때 효과가 정말 좋다. 별 생각 없이 가볍게 듣는 편이다. 나에게는 계륵 같은 노래이다. 노래가 싫다는 소리는 전혀 아니다...! 어디까지나 동일한 앨범의 다른 곡들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거다.



  

3. 여섯 번째 노래 : “Morning Glory”




Another sunny afternoon

여느 때처럼 화창한 오후에

Walking to the sound of my favourite tune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을 들으며 거닐지

Tomorrow never knows what it doesn’t know too soon

내일 일은 뭐가 일어날지 알 수가 없잖아

Need a little time to wake up

정신 차릴 시간이 조금 필요해

Need a little time to wake up, wake up

정신 차릴 시간이 좀 필요하다니까, 필요하다고

Need a little time to rest your mind

너도 쉴 시간이 조금 필요해 보이는 걸

You know should so I guess you might as well

너도 알잖아, 쉬면 좀 더 나아질 거라는 거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지금은 어때, 또 약 하고 있냐?

Well

답이 없네


 

스튜디오 2집을 대표하는 곡 가운데 하나다. 흥겨운 락앤롤 사운드와 오아시스다운 생각 없는 가사가 일품인 곡이다. 신나게 듣기 딱 좋다. 그런데 가사가 생각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번역을 하면서 다소 애를 먹었다. 이 노래야말로 이들의 ‘생각 없음’을 어느 수준까지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해석이 천차만별이다. 직역을 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으나 노래가 만들어진 배경이나 노엘이 어떤 생각을 하면서 본 곡을 썼을지 나름대로 추측을 한 후에, 의역을 한다면... 충격과 공포가 현존하는 해석이 탄생한다. (사실 위의 해석본도 정말 많이 순화한 것이다. 특히 ‘Morning Glory’ 부분은 더욱이나. 이보다 더 직설적인 해석을 보고 싶다면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 찾아보시길 바란다.)

 

결론적으로, 마약을 하는 것에 관한 노래다. 가사에 관한 설명은 이 정도로 해두고자 한다. 위에서도 말했듯 보다 적나라한 번역을 보고 싶으시다면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보시길 바란다. 오아시스가 왕성한 활동을 벌일 당시, 갤러거즈는 마약에 거부감이 없어서 자주 약을 즐기곤 했다. 한창 날뛸 시절 노엘은 마약은 아침에 마시는 차 한 잔 정도와 같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다. 물론 이 발언에 대해서는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오아시스가 활동하던 시절 East 17의 브라이언 하비가 마약의 일종인 엑스터시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자 퇴출당했던 사건을 보고 이처럼 말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당시의 미국이나 영국인 뮤지션들 중에서 마약에 손을 댔던 사람들이 상당수였기에, 하비를 비난하는 이들을 위선자라고 돌려서 비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그가 잘했다는 소리는 전혀 아니다. 어쨌든 마약은 불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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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바가지 머리가 더 잘 어울린다.



전반적으로 멜로디가 단순한 노래들이 대부분인 이 앨범 가운데에서도, 특히나 단순한 곡이다. 똑같은 가사도 많이 반복된다. ‘Tomorrow Never Knows’라는 구절은 비틀즈의 곡인 “Tomorrow Never Knows”에서 인용하였다. 비틀즈에게 영감을 받은 노래는 한 두 곡 수준이 아니다. 이 당시의 노엘과 리암이 다른 뮤지션을 존경하기엔 상당히 힘들만한 성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그들마저 사랑한 비틀즈란... 또 다른 부분에서 정말 대단한 아티스트라고 느낀다. 여담이지만 노엘의 어쿠스틱 데모 버전도 아주 좋다. 원곡에 비해 훨씬 차분하다.




4. 일곱 번째 노래 : “Champagne Supernova”


 


Someday you will find me

언젠가 너는 나를 찾으려고 할 걸

Caught beneath the landslide in a champagne supernova in the sky

밤하늘에 터진 샴페인 초신성이 빚은 잔해에 묻힌 나를 말이야

A champagne supernova in the sky

샴페인 초신성이 터져버린 밤하늘

Cause people believe, that they’re gonna get away from the summer

왜냐하면 사람들은 믿거든, 여름을 피해 달아날 수 있을 거라고

But you and I will never die

그렇지만 너랑 나, 우리 둘은 절대 죽지 않을 거야

The world’s still spinning around we don’t know why

세상은 계속 돌아가지만 우리는 그 이유를 모르지

Why, why, why, why

전혀, 절대로, 정말로, 진심으로, 몰라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Champagne Supernova”이다. 어쿠스틱 기타 소리와 파도 소리 효과음으로 시작해서 기타 솔로의 폭주(!)로 끝나는 곡이다. 밴드의 낙관주의적 성향이 그대로 담겨 있는 곡이기도 하다. 본 곡의 싱글이 미국에서 발매되었을 때, “Wonderwall”과 마찬가지로 큰 성공을 거두면서(싱글 기준으로 대략 50만 장 정도를 팔았다.) 브릿팝을 이야기할 때 꼭 언급되곤 하는 노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멜로디 라인이 아름다워서 마치 노래를 듣다 보면 이들이 말하는 초신성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어쿠스틱 기타 선율이 주를 이루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곡 분위기가 나른하다. (밤에 잠 안 올 때 듣기 좋다. 경험담. 대신 원곡을 들을 경우에는 볼륨을 다소 낮추어야 한다. 특유의 시끌벅적한 사운드는 어디 가질 않기 때문이다.) 아예 어쿠스틱 기타 버전인 데모곡이 있는데, 그 버전을 정식으로 발매했어도 큰 인기를 얻었을 것 같다.

 

다만 가사 내용은 가사 자체만 놓고 보면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번역을 해 놓고 보니 정말 단어만 아름답게(?) 나열한 시를 보는 것 같다. 보컬을 악기로 이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노엘이 “가사 중에 일부는 제가 약에 취했을 때 썼어요-”라 말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또 이 곡이 자신들의 “Stairway to Heaven”이라 대답한 적도 있는 걸 보면(영국의 록밴드 Led Zepplin의 명곡 중 하나다. 소설의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라는 서사구조가 노래에 담겨 있는 대곡이다.) 그도 나름대로 노래에 의미를 담고자 노력한 게 아니었을까 싶다. 다만 뭇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가사에 녹여낸 게 아니라, 사운드 그 자체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니었을까. 꼭 말이나 글과 같은 언어로 곡의 의미를 보여주리란 법은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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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진을 보면

문득 그들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브릿팝 밴드였음이 실감난다.


  

실제로 그는 가사의 의미와 관련된 인터뷰어의 질문을 듣고 6만 명의 관중이 노래의 의미도 하나 파악 못하고 이 노래를 따라 부르겠냐며, 각자에게 나름의 의미가 존재할 것이란 대답을 했다. 그런 류의 질문들에 상당히 피곤했던 것 같다. 노엘은 늘, 있는 그대로 음악을 들으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곤 했으니. 가사의 내용 면에서 혹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이 노래를 오아시스의 명곡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 사람들이 다 가사에서 감동을 받았기 때문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노엘이 말했듯이 “각자 나름대로의” 의미가 현존하기 때문인가. 앞선 칼럼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이들의 노래를 듣다보면 가사가 전달하려는 것이 무엇인지와 상관없이, 마음껏 나의 생각을 덧칠할 수 있다고. 그 생각이 쓸모가 있는 것이든, 또는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로 쓸데없는 것일지라도—마음껏 공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노래를 가장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이유도 결국, 밴드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드러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노래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만드는 밴드. 미워할 수 없는 밴드, 추억을 펼칠 때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오아시스라는 이름으로 존재할 밴드.

 


  

5. 언제든 펴 볼 수 있도록 ‘영원하길.’


 

긴 여정을 끝냈다. 시간여행을 하고 온 기분이다. 그동안 노래를 주구장창 노래를 들으며 사색만 거듭했을 뿐 이렇게 글로 풀어낸 적은 없었는데, 마치 그들의 발자취를 오랜만에 다시 좇은 기분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재결합을 안 했으면 좋겠다. 그냥 언제든 펴 볼 수 있는 사진첩으로 남아있으면 한다. 필 때마다 향수를 느낄 수 있게. 이따금 재결합을 점칠 수 있다는 희망적인 기사가 한 번씩 올라오곤 하지만, 난 노엘과 리암이 이전처럼 하나의 밴드 안에서 공존하기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한다. 가끔 각자의 공연에 스페셜 게스트 격으로 출연하는 편이 현실적인 바람인 것 같다. 이미 시간이 흐른 지 너무 오래되었다.

   


*

 


어쨌거나, 항상 낙관주의를 지향하던

그들이 내뱉던 말처럼.

그 자리에 영원하길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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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과도 같은...
인문대학 어느 동 옥상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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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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