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 속 재즈바를 느끼고 싶다면, 달달콘서트

글 입력 2019.04.29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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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6일과 4월 27일 양일간 열린 국악창작그룹 뮤르의 단독콘서트 중 27일 공연에 다녀왔다.

생황과 카혼, 대피리가 만들어내는 색다른 하모니에 많은 기대를 하고 갔는데, 기대 이상으로 특별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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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있는 멤버들이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음악


개성과 조화는 언뜻 보면 모순되는 단어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뮤르는 멤버 개개인의 개성이 뚜렷하면서도, 믹싱이 끝나고 완성된 음원만큼이나 조화로운 음악을 들려주었다.


리더인 허새롬 씨는 극장을 가득 채우는 생황과 태평소로 주 멜로디를 이끌었고, 공연의 중간중간 진행을 도맡아 관객들과 소통했다. 다양한 악기는 물론 보컬 역시 환상적이었다. 팀의 소개에 쓰여 있는 ‘대장’이라는 말이 리더라는 말보다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고, 넘치는 에너지로 공연을 이끌어갔다.


뮤르의 중심, 송니은 씨는 카혼을 맡아 재즈와 국악의 진한 느낌에 신나는 박자를 더해주는 역할을 했다. 핸드팬이라는 특이한 악기로 맑고 청량한 소리를 더해주기도 했다. 솔로 대북 연주였던 Rain Beat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3년간 대북 연주를 쉬었다가 이번 단독 콘서트를 위해 따로 준비한 것이라고 하는데, 3년간 쉰 솜씨가 이 정도라니 앞으로의 뮤르의 음악이 더 기대된다.


뮤르의 막내 지혜리 씨는 대피리 연주로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베이스의 역할을 했다. 앞의 두 멤버가 재즈의 세련됨을 담당한다면, 지혜리씨는 국악의 풍부한 소리를 더해준다. 뮤르가 가진 음악의 특색을 가장 잘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다. 허새롬 씨와는 또다른 매력으로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렇게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으면서도, 하나의 멜로디로 어우러질 때는 서로 장점을 극대화해주며 시너지 효과가 나는 곡을 연주해주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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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낭만적인 음악


진한 국악을 들으면서도, 재즈 클럽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세련된 재즈 사운드였다. 국악이라는 말 때문에 망설였던 것을 후회할 정도로, 남녀노소 즐길만한 낭만적이고 극적인 음악이었다. 보랏빛의 조명과 어우러지니 영화 <라라랜드> 안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특별한 장소에서만 들을 수 있는 진지하고 무거운 음악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관객과 함께 즐기는 ‘꽃타령’, 익숙한 멜로디의 ‘신고산 타령’은 멀리 떨어진 것이라 느꼈던 국악이 사실은 우리의 삶에 녹아 있었음을 깨닫게 한다. 음원으로 재즈를 즐겨 듣지는 않지만 가끔 영상으로 접하게 되면 어쨌든 다른 나라의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고, 새로운 것이라는 느낌이 물씬 난다.


그러나 익숙한 악기의 소리로 듣는 뮤르의 국악 재즈는 이질감 없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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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음악


공연 중간중간 곡마다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는가를 듣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곡은 ‘가리베가스’와 ‘See you in New York’인데, 공교롭게도 모두 미국 지명이 들어간 음악이다. ‘가리베가스’는 뮤르의 작업실이 위치한 가리봉동과 라스베이거스의 합성어라고 한다.


지금의 가리봉동은 오래된 동네라는 느낌이 나지만, 과거에는 많은 젊은이가 모였던 ‘핫플레이스’였다고 한다. 그 시절 라스베이거스처럼 화려했던 가리봉동을 상상하며 음악을 만들었다는 설명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멋진 곡이었다. 재즈 피아노가 흘러나와 어둡고 으스스한 느낌을 주지만, 이내 생황의 멜로디가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화려한 불 켜진 골목길을 연상케 한다.


나 역시도 서울의 오래된 동네들을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곡을 들으며 그곳들을 걸어보고 싶다.





`See you in New York`을 연주하며, 언젠가 뉴욕의 어느 재즈 바에서 곡을 연주하는 꿈을 꾼다는 설명을 듣고 곧바로 머릿속에 장면을 떠올릴 수 있었다. K pop의 인기에 힘입어, 한국의 음악은 물론 전통문화에도 관심을 두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에 뮤르의 꿈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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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대표하는 한국의 재즈


뮤르는 젊은국악오디션 ‘단장’을 통해 탄생한 그룹이다. 청년국악인 양성 및 전통의 확산을 위해 기획된 ‘단장’은 청년 국악인들이 다양한 무대를 경험하며 공연예술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멘토링과 인큐베이팅의 기회를 제공했다. 그 결과 3등을 차지한 뮤르가 우수팀 제작공연으로 남산국악당과 공동제작한 공연이 바로 ‘달달콘서트’이다.


재즈는 흑인의 민속 음악과 백인들의 유럽 음악이 결합하며 탄생한 장르다. 그런 점에서 뮤르의 음악은 진정한 한국의 재즈라고 할 수 있다. 민족의 구성이 오랫동안 다양하지 않았고, 전쟁 이후에는 사실상 섬나라로 지내왔던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직접적인 문화 접촉의 기회가 적었다. 그래서 외부와의 접촉이 있을 때 문화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실체가 없는 것이라는 인식보다는, 원형 그대로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을 더 많이 가졌다.


그러나 이제는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문화와 접촉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 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타 문화를 수용하면서도 개성을 갖는 또 다른 무언가를 탄생시키는 것이 세계화 시대에서 문화가 생존할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뮤르의 음악은 현재의 문화 현상을 대표하고, 이끌어가는 영리한 음악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콘서트를 가지 못했다고 해서 아쉬워할 것은 없다. 뮤르는 2017년부터 매달 싱글앨범을 내는 ‘다달달달’ 프로젝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콘서트만큼의 감동은 아니겠지만, 벌써 팬이 되어버린 관객이나 이 기사를 보고 뮤르가 궁금해진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소식이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들을 계속 지켜보려 한다.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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