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예술가의 '삶'을 이해하는 시선 - 미술관에 간 심리학

도서 미술관에 간 심리학
글 입력 2019.04.3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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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은 '삶'이라는 이유에서

조금 더 공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미술관에서 찾은

예술가의 삶과 심리"



『미술관에 간 심리학』

_윤현희


미술관에간심리학_표지.jpg
 


[PRESS]

예술가의 '삶'을 이해하는 시선






***


Prologue,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미술에 더 깊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미술사로 살펴보는 미술’과 ‘내가 바라보고 감상하는 존재로서의 미술’이라는 모호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경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미술사를 공부하는 나’는 주관적인 작품에 대한 호감이나 감상에서 조금 더 멀어져야 한다. 작품의 가치를 이해하고 찾아내기 위해 어떤 흐름 속에 몸 담그게 되는 학문이고, 그 안에서 흐름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학문인 만큼 내가 작품이 좋건 싫건 원하는 대로 그곳에만 오래 머물거나 무작정 떠날 수 없었다.


하지만 공부를 위해 한 시대와 사조 혹은 그 지역을 두고 수십 개의 작품을 따라가다가도 마음에 드는 작품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뚝. 멈춰버린다. 마치 전시회에서 더 보고 싶은 작품이 있으면 멈추는 것처럼 그냥 더 보고 싶어서. 그러니까, ‘작품과 대면하려는 나’가 또 다른 모습으로 있는 것이었다. 이때에는 가치를 탐구하려는 시선을 잠시 거두고 ‘나’라는 세계가 앞으로 내밀어진다. 이 순간에는 고흐 작품이 후기 인상주의라느니 표현주의의 시작이었다는 등 미술사로서 어느정도 객관화된 가치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저 작품이 말하는 세계와 그 앞에 선 나의 세계가 맞닿아질 때 일어나는 감정을 이해하고 느껴보려는 시간에 빠지게 된다.


당연한 듯 아닌 듯, 미술에 대한 두 가지 갈래의 마음은 같은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두 시선을 합친다면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보려하고 많은 호기심을 채우는 것 같지만 이 둘마저 여전히 잘 닿지 못하는 범위가 있었는데, 바로 이 사이에 있으면서 내가 가장 많이 느끼는 갈증이기도한 "예술가”라는 존재였다. 매번 한쪽의 나는 좋은 작품에 빠질 때마다 그 예술가에 대해 궁금해하는데, 정작 다른 한쪽의 나는 예술가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을 잘 모르고 있었다.


왜냐하면 미술사를 공부하면 예술가의 삶도 함께 살펴볼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빈 백지로 입문한 새싹 미술사학도는 그러기엔 정말 바쁘다. 당장 여러 개의 지역과 장르의 미술사에서 수십 개의 작품을 쫓아가며 시대의 흐름을 이해해야 하니, 오히려 예술가 하나하나 세심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없었다. 후기 인상주의를 배우는 시점에서 만난 고흐는 하루만에 뒤로 밀려났지만 나는 그의 삶이 더 궁금하곤 했고, 초현실주의를 배우기 위해 반짝하고 나타난 르네 마그리트는 단순히 그가 왜 초현실주의 미술가인지 설명해주고는 떠나가버렸지만 나는 그의 작품 세계가 너무 궁금했다. 나는 너무 많은 한 사람, 그리고 한 사람이 궁금했다. 작품 외부에서 논의되는 이야기들 너머, 그 안쪽에서 늘 홀로 작품의 시작부터 끝까지 여정을 이뤄냈던 그들의 삶이 궁금했다.


그렇다면 나는 이미 내가 가진 것과는 조금 더 다른 시선이 필요했다. 작품의 가치를 보려는 방식이 아닌 그들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의 내용을 알고 싶었다. 그리고 이번 프레스를 준비하며 나의 이런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내게 <미술관에 간 심리학>은 내게 필요했던 손길을 내밀어 주었다.



이 책은 심리학과 미술이 공명하는 지점을 발견한 사적인 지도이며, 동시에 심리학과 미술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마음과 내 마음이 공명하기를 바라는 소망의 기록이다. 화가가 그림에 풀어놓은 생각과 감정에 공감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그러한 생각과 감정의 스펙트럼을 형성한 화가들의 인생이 궁금해졌다. 그림 너머에 있는 그들의 삶을 생각해보는 일이 잦아졌다. 이 책에 미술관에서 느낀 화가와 나의 인생에 관한 소회를 담았다.


- ‘지은이의 말’에서






***


『미술관에 간 심리학』



이 리뷰를 쓰는 필자는 독서를 많이 한다고 자부할 수 없지만, 그나마 하는 독서 중 미술 도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편이다. 그만큼 <미술관에 간 심리학>은 미술 도서라 하면 굉장히 익숙한 만남이었을지도 모른다. 반면 이 도서를 심리학 도서로서 접근한다면 필자에겐 완전히 처음 잡아보는 책이 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익숙한 것을 처음 만나는 시선으로 살펴볼 기회를 잡게 된 것이었다.



심리학으로 미술을 본다면

무엇을 이야기하게 될까.



잠깐 심리학과 관련 없는 삶을 살았던 필자의 심리학에 대한 유일한 경험을 떠올려 보면 어릴 때 호기심 잔뜩 가지고 친구들이랑 모여 해봤던 심리테스트들이었다. 믿거나 말거나 어떤 이유에서든지 흥미로운 테스트였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나도 모르는 나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고 그렇게 ‘나’를 알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이 심리테스트같은 것들이었다.


이런 맥락에서는 너무 어린 정의가 될 수 있겠으나 심리학은 그런 호기심을 가지고 사람을 살펴보는 학문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과 그 사람을 만들어가는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문으로서의 심리학. 그래서 심리학으로 미술을 읽는 <미술관에 간 심리학>의 주된 내용은 예술가와 그의 삶으로 자연스럽게 초점을 두고 있다.



이 책은 그림 속 화가들의 삶을 바탕으로 심리학을 엮어냈다. 심리학 박사인 저자는 화가들이 작품에 담아놓은 생각과 감정에 공감하고 그러한 생각과 감정의 스펙트럼을 형성한 화가들의 인생을 전반적으로 돌아본다.


그림은 위안을 주거나 정체성을 드러내는 삶의 도구다. 따라서 그리는 사람의 삶의 태도나 가치관, 심리 상태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미술작품을 통해 화가의 삶을 돌아보는 것은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대가들의 그림을 통해 긍정심리학, 아들러 심리학, 게슈탈트 심리학 등 다양한 심리학 개념을 떠올린다. 그리고 화가들의 내면에 자리 잡은 상처를 들여다본다. 그 과정에서 저자 스스로도 위안을 얻을 뿐만 아니라 독자들이 삶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을 읽고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이 힘을 얻고 살아나갈 희망을 얻기를 바란다.


- ‘책 소개 & 출판사 서평’에서



<미술관에 간 심리학>은 심리학의 관점으로 형성된 다섯 가지 주제로 스무 명의 예술가의 삶과 그 작품 세계를 따라간다. 책을 읽으며 전체적으로 느낀 부분은 <미술관에 간 심리학>이 다른 미술 도서들보다 더 다양한 내용으로 예술가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술이라면 자주 나오는 미술사적인 가치에 대한 내용에서부터, 전반적인 예술가의 삶, 그의 작품, 이를 두고 삶과 예술가를 이해할 수 있는 심리학적인 접근과 이론에 대한 지식까지의 내용을 조화시키며 전개된다. 이런 점에서 <미술관에 간 심리학>은 누구나 접근 가능한 범위에서 조금 더 입체적으로 미술을 살펴볼 수 있는 도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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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으로 되풀이되는 가족의 죽음을 겪으며 형성된 불안과 공포를 여과 없이 표현한 그의 그림 한 귀퉁이에 드리운 것은 죽음의 그림자였다. 그의 고통받던 영혼이 남긴 성실한 기록으로서의 그림은 우리에게 충격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의 그림에 충격을 받는 이유는 의식의 심층에 도사린 부정적인 감정과 이처럼 처절하게 투쟁을 벌인 기록을 흔히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홀린 듯 공감하는 이유는 그가 표현한 주제인 불안과 공포, 절망, 질투라는 원초아의 어두운 그림자가 우리 의식에도 내재해 있기 때문이리라. 뭉크의 그림은 현실에 구속받지 않는 원초적 사고의 일차 과정(primary process)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220p



무엇보다 심리학이 예술가와 그 작품을 이해하는 데에 정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예술가와 작품이 있었다면 <미술관에 간 심리학>을 읽으면서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심리학을 통한 미술로의 접근은 독자와 예술가를 더 설득력 있게, 어쩌면 더 확실하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연결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는 '뭉크가 가족의 죽음을 많이 겪어서 죽음에 대한 그림이나 어두운 그림이 많았겠지'라고만 생각했다면 심리학은 이제 왜 그런 삶의 경험이 그런 작품을 그리게 했는지, 더 깊이 들어가 살펴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심리학의 이론을 통해 예술가의 삶과 내면을 살펴보는 과정은 이따금씩 동시에 나를 살펴보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한다. 심리학이 사람에게 적용되어 한 개인을 이해하는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만큼, 한 예술가를 이해하기 위해 나온 심리학의 이론을 자신이나 혹은 주변에도 자연스럽게 적용해보는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독서 과정 중 한 켠에 예술가와 ‘나’를 동시에 바라봐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


헤르만 헤세가 수채로 그린 맑고 투명한 풍경화를 무척 좋아한다. 밝은 색의 물감으로 그림 스위스의 조용한 마음 풍경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 환한 햇살 아래 산과 호수 사이를 지나가는 서늘한 바람이 마음 가득 불어오는 듯하다.


헤세의 그림을 감상만 하다가, 그림 속으로 들어가 잠시 쉬다 오고 싶어지는 스위스의 호숫가 동네를 천천히 따라 그렸다. 그려놓고 보니 원작을 말도 안 되게 망쳐놓아서 헤세에게 진심으로 미안할 따름이다. 헤더 여사의 말*을 빌려 무안함을 극복하고 나 자신을 다독여본다. 헤세가 그린 풍경이 내 손끝에서 재탄생한 것이라고. 내게도 예술적 자유가 있으니 말이다.


- 28~30p 일부


*발렌티어 헤더 여사의 말은 진실이었다.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예술적 자유가 있다고, 모든 사람의 그림은 고유한 자기 표현이니 우리는 그저 감상하면 될 뿐이라고, 누군가가 그린 결과에 대해 잘 그린다거나 못 그린다는 평가가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어느날 그녀는 말했다(28p)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본 부분은 바로 글 사이사이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는 저자의 짧은 에세이적인 이야기였다. 저자는 책 속에서 단순히 심리학을 통해 예술가의 삶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의 작품과 자신 사이에 있었던 개인적인 이야기도 함께 담아 냈다. 그런 이야기들은 작품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도, 때론 나만의 감상에서 머무는 데에서 벗어나 저자의 이야기를 함께 보면서 다른 이의 생각도 함께할 수 있는 지점이 되기도 했다.



세잔이 남긴 교훈은 회화라는 2차원의 평면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가 보여준 관점의 다원화는 캔버스를 뛰어넘어 대인관계에도 적용된다. 또한 관찰자가 대상을 바라보는 각도와 방식에 따라 대상의 진실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대상과 주체가 상호작용하는 관계 속에서 진정한 의미가 형성되는 우리의 현실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세잔의 유연했던 시각, 다자적 관점에서 대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껴지는 때다.


- 136~137p



인상 깊게 본 또 다른 부분은 예술가의 의식을 지금의 우리와 시대에 적용하는 내용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정말 좋았다. 예술가가 작품으로 제시하고 남긴 인간의 시선과 감각이 여전히 우리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고 이런 방식의 접근이나 내용을 처음 만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미 지난 감각과 의식이 현대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생각을 더 나아가 본 적이 없었던 터라 이런 내용은 내게 미술을 공부하며 생각해볼 수 있는 사색의 범위를 넓혀준 부분이었다.


작품 앞에서 위안을 받던 저자의 마음 담긴 이야기와 심리학이라는 틀 아래에서 미술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삶의 태도에 대한 내용은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향하고 있다. 책의 내용이 미술을 향해 있으면서도 동시에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향해 있는 것이었고, 이는 삶과 사람을 이해하고 살펴본다는 심리학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미술관에 간 심리학>을 읽으며 편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마 이런 부분 덕분이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심리학을 통해 본 어떤 이의 삶을 살펴보는 과정은 결국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 곧 나를 살펴보는 과정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겐 너무 친근한 미술을 심리학이라는 처음 만난 시선으로 살펴보는 과정은 그렇게 잔잔하고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


to,



프롤로그에 예술가의 삶에 대해 늘 갈증을 느끼던 본인에 대해 이야기하며 리뷰를 시작한 만큼 <미술관에 간 심리학>은 내가 지금까지 알고만 있던 예술가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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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리뷰는 전체적으로 미술 도서로서의 <미술관에 간 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미술 도서를 주로 읽고 좋아하는 본인이라 자연스럽게 그런 초점으로 글이 이어진 것 같다. 반면 심리학에 관심을 두고 있는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아마 작품에 투영된 예술가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어 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고, 아마 나와는 전혀 다른 리뷰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즉 <미술관에 간 심리학>은 얼마든지 두 가지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도서인 것이다. 혹 미술도, 심리학도 관심이 있다면, <미술관에 간 심리학>은 그런 분들께 멋진 도서가 되어줄 것이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심리학이라는 코드는 미술이나 심리학을 잘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모두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으로 작동하고 있다. 미술에 관심이 생겨나기 시작한 지점에 읽어도 좋은 책이고, 단순히 미술과 심리학의 만남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제목에 호기심이 생겨 읽어도 좋은 책인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엔 미술과 심리학이라는 정해진 범위의 관심사 내에서 읽힐 책인 것 같았는데, 한편으로는 직접 읽어보니 누구나 읽어도 좋은 무게의 내용과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어 생각보다 더 많은 범위의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도서였다. 반대로 오히려 이 책을 읽고 나서 미술이나 심리학에 관심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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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마지막에는 책에서 언급된 인물과 미술/심리학 용어에 대한 자세한 해설이 있다. 미술이나 심리학이 처음인 독자들에게 좋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심리학과 미술의 만남이 정말 매력적이었다는 것이다. 한 예술가의 삶을 전반적으로 살펴보지만(아무래도 책 속에 스무 명이나 되는 예술가들이 있으니 하나하나 깊이 살펴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한 예술가, 예술가에게 적용한 심리학은 그 이론만의 단단한 기준을 가지고 그 삶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더 나아가 삶으로 인해 작품에 투영된 언어까지 파고들고 있었다. 즉 <미술관에 간 심리학>은 '예술가들의 삶'에 심리학이라는 통로를 통해 조금 더 깊이 손을 뻗어 그들과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공감하는 지점까지 찾을 수 있는 도서였다고 말하고 싶다.






***


Epilogue,



프레스 리뷰에서 늘 그랬듯이 리뷰를 마무리하며 <미술관에 간 심리학>을 읽는 중 가진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도 함께 남기려 한다. 아래의 내용은 이 도서의 수많은 독자 사이에 있을 어떤 한 사람의 리뷰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



나에게 예술은 나 자신의 정신분석학이자 나만의 공포와 두려움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어떤 것이다. 마찬가지로 당신은 당신에 대해서 직시하고 알아야만 한다. 그런 고찰이 당신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8년 10월 28일 매거진 GQ와의 인터뷰 중에서)



그녀는 마음속 고통과 상처를 철저히 직면하고 성찰하는 일에서부터 자기 이해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상처를 극복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녀는 예술에 임한다.


-319p


“처음 만난 루이스 부르주아”


이번에 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다. 책의 가장 마지막에 만난 루이스 부르주아는 책에 마지막에 다가갈수록 어떤 내용으로 리뷰를 구성할까 고민에 깊이 빠질 무렵의 나를 완전히 무장해제 시켰다. 난데없이 저 멀리서 기다리고 있던 ‘창작하는 나’가 저 멀리 날라오는 충격에 한 대 맞았다.



"상처를 극복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렇구나”



‘나’라는 어린 삶이 조금 더 앞서 삶을 완성한 예술가 앞에서 자신의 이유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내가 왜 굳이 아픈 순간을 그렇게 힘들어하면서 기억으로 남기고 데려오려는 이유를 여전히 모르겠다”던 작년의 나와 그렇게 이어지고 있는 지금의 나를 그녀의 고백 앞에서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구나,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말이라서 어안이 벙벙한 동시에 나의 질문과 그녀의 대답이 얻어내고 건넬수 있기까지의 과정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내가 감히 예술가의 삶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인가, 라는 평소처럼의 의문이 나오기도 전에 머릿속은 이미 빠르게 뛰고 있었다. 정말 잔잔하지만 저 멀리 숨어있던 자아가 갑자기 튀어나올 정도로 충격적인 순간이었다.


루이스 부르주아와 나는 삶의 모습도, 상처의 모습과 방식도, 창조의 방식도 달랐지만 그녀의 질문과 대답 그리고 그 속의 예술로서 일어난 행위에서 깊은 공감과 위안을 얻었다. ‘나’라는 세계에서 맴도는 작업 방식인 만큼 그 의미와 가치에 대해 숱하게 회의적이었던 나에겐 루이스 부르주아가 말한 그 예술의 이유가 너무나 큰 위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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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그녀의 거미 모티브는 기괴해보일지도 모르나, 그녀의 삶과 예술의 이유를 알고 나서 다시 본 루이스 부르주아의 <마망>에서 나는 오히려 어떤 해방감을 느꼈다. 이토록 거대한 거미에 자신의 어머니를 투영하며 창조해내는, 그 쏟아지는 목소리를 직접 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그만큼 마음 속에 있던 거대하고 깊이 내재하고 있던 존재를 비로소 내 눈 앞에서 만나는 기적적인 느낌이지 않았을까. 정말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이뤄낼 수 있는 꿈의 해방이란 게 이런 것이지 않을까.


거대한 거미와 <마망>이라는 이름만 봐서는 그 작품 앞에서 이해와 공감보다는 질문이 더 많이 쏟아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다시 바라보는 작품은 나에게 예상치 못했던 깊은 공감과 위로를 주었다. 오히려 반대로 내가 그렇게 예술가의 삶의 모습에 대해 궁금해하던 이유가 이거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루이스 부르주아와의 만남이었다.



"삶과 삶으로서

대면한 예술가와 사람"



어떻게 보면 그들의 삶도 예술가라서 특별하기만 한 삶이 아닌 결국 누군가의 삶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느끼는 감정, 불안감, 열망같이 수많은 것들은 우리가 삶 속에서 느끼는 것들과 마찬가지였다. 천재, 혹은 미치광이로 보아지던 그들도 조금 다가가보면 결국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루이스 부르주아에게 남다른 공감을 느끼면서 무작정 떠올렸다. 겉으로는 서로 너무 다르고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무리와 언어 그리고 표현이지만 결국엔 다 삶이라는 것에선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상처의 모습도, 환경도, 저마다의 사는 방식도 다르지만 결국 모두 삶이라는 것에서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문득. 이 글의 제일 처음에 나온 문장도 이런 이유에서 나온 것이었다. 너무 모호한 생각이란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그냥 흘려버리기에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할지 잘 모르겠다.


반면 꼭 예술가의 삶을 알고 그들의 작품을 봐야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어! 라고 하려는 건 아니라고 미련처럼 더 말하며 글을 조금씩 마무리하려 한다. 지식의 양과 수준에 관계없이 누군가는 분명 어떤 작품 앞에서 진한 울림을 느낀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런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런 경험이 작품에 투영된 예술가의 삶의 순간에 공감할 때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그 그림이 그려진 순간은 그 예술가의 삶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 울림이라는 것이 그냥 어떤 느낌일 뿐인 것 같아도, 삶이 그렇듯이 예술가와 나 사이에 있는 공감에 대한 이유가 꼭 언어로 딱딱 정리될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무엇인가 느껴짐은 분명 그 사이에서 일어난 것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이렇게 보니 예술가의 작품 앞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일들은 참 다채롭고, 어떻게 보면 감격적인 것 같고, 정말 많은 감정과 순간이 일어나는 어떤 세계인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계속 작품 앞에서 자신을 두고 서로를 바라보려 하는 걸까. 나의 삶을 다른 삶의 언어로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거울 아닌 거울 같은 것같이 말이다.


삶과 삶으로서 대면한 예술가와 사람. <미술관에 간 심리학>을 만나는 순간부터 이 리뷰를 완성하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예술가의 삶, 그리고 그 앞에 선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해본 시간은 내게 그런 또 다른 정의를 선물해줬다.






[도서 정보]

미술관에서 찾은
예술가의 삶과 심리

위대한 예술작품 속에 숨겨진
심리학을 만나다!

미술관에간심리학_입체표지.jpg
 

저자
윤현희

출판사
믹스커피

발행일
2019년 4월 8일

쪽 수
352쪽

분야
심리

정가
1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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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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