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달나라에 사는 여인

글 입력 2019.04.30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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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이다.


처음에는 손녀의 시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둘의 부모님 과 가정사 이야기, 또 아들(화자의 아버지와) 결혼한 여자 (엄마)의 가족 얘기도 따로 나온다. 굉장히 많은 인물들의 가족사가 나오며, 또 문단마다 다루는 주인공(내용의 중심 인물)이 다르다. 주된 이야기는 가족 일원의 각자 인생이다. (가족의 구성원으로써가 아니라 별개의 인물로써) 그리고 어떤 것을 열망하는지, 갈망하는지, 어떤 아픔 속에서 어떤 행동이 나오는지 등.

'손녀'라는 시선만 동일할 뿐 호칭과 내용이 달라져서 (관점도 왔다갔다 하고, 이야기 시작점도 각자 달라서) 처음에는 따라가는게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영화 보듯이 차차 적응하게 됐다. 근데 역시 보고 나서 내가 정리하려니까 잘 되지 않는다. 그저 스토리에 푹 빠져서 끌려갔던 것 같다. 내가 인지하고 따로 생각하는 순간 놓치게 될까봐.

사실 읽고 난 후인 지금도, 아직도 사실과 환상이 무엇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그저 몽롱하다. 잘 모르는 이탈리아 지명과 전쟁 이야기를 제외하고서라도, 나오는 인물들의 감정선에 엄청 휩쓸려다녔다. 대체 이 마음은, 이 감정은 뭐지.

할머니는 환상 속에서 완벽한 사랑을 했고, 현실의 남편에게 충실했으나 항상 부족했다. 그리고 사랑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그렇다고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사랑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저 다른 방식으로 좋아했었지만, 맞지 않았을 뿐이다. 가까워질 수 없는 평행선으로 그렇게 살았고, 환상같은 (환상일지도 모르는) 사랑을 평생 그리워했다.


그리고 '달나라에 사는 여인'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사랑을 간절히 바랬고, 아닐 때는 미쳐갔으며, 현실인지 아닌지 조차 분간이 어려워졌다.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진짜로 사랑했는지 잘 모르겠다. 무뚝뚝하게 표현되지만 사실은 다정한 구색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엄마가 아빠를 좋아하는 이유가 잘 나와있지 않아서 신기했다. 다정한 아빠가 아닌데, 왜 엄마는 모든 시간을 바칠 만큼 사랑하는지. 사실 엄마,아빠,할머니,할아버지 호칭 보다는 한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라고 보는게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미친 여자여도 진심과 진실은 있는 건지, 각자의 사랑 방식이 나와있었다. 외할머니는 임신 후 피해 끼치고 싶지 않아서 부유한 집을 나왔다. 그리고 평생을 힘들게 살았는데, 엄마가 집을 찾아가서 알게 되었다. 외가 가족들이 미워할 줄 알았는데, 사실은 막내 여동생(엄마)의 어린 편지를 보관할 정도로 엄청나게 사랑한다는 것을.

거리를 두고 자는 할아버지는 나중에 사창가도 끊고, 좋을 때는 예쁜 옷도 사다주고 가정에 충실했다. 물론 어떤 마음으로 서로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육체적인 관계는 아주 잘 즐겼다.

'달나라에 사는 여인'이라. 내가 바라는 사랑은 무엇인지, 각자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 가치관으로 인해 사람의 인생이 어띠까지 바뀔 수 있고 미쳐 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 같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이 생각이 났다. 어떤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어느 부분에서 맞지 않았는지를.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고, 그저 그 순간만을 공유할 수 있는 걸까. 나는 아직도 인물들이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다. 할머니는 평생을 제향군인을 그리워하고 사랑한 거 같은데, 할아버지는 무뚝뚝한걸까 다정한걸까, 바라는 사랑이 아니어서 매몰찬 눈으로 보게 되는 걸까. 나는 어떤 필터를 차고 보는 걸까. 드러나지 않은 아빠는 멋있고, 모든 걸 바치는 엄마는 행복해보였다.


물론 대부분 남자는 가만히 있고 여자가 매달리는 클리셰라서 아쉽기는 하지만. 내가 사는 행성에서 운명의 상대라고 느끼는 건 어떤 누구일지 궁금해진다. 소설에서도 평생 꽂혀서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는게 참 신기하다. 계속해서 생각난다. 다시 한 번 읽을 때는 구조와 복선을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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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세상 그 무엇보다 그 남자가 좋았다.”


《달나라에 사는 여인》은 현실의 사랑에 안주하지 못하고 환상 같은 사랑을 꿈꾸는 여인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화자는 그녀의 손녀다. 2006년 출간 이후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캄피엘로(Campiello)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2009년에는 국내에도 동명의 제목으로 출간되는 등 전 세계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2016년 마리옹 코티야르, 루이 가렐 주연의 동명 영화로 제작되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다시금 전 세계 수백만 독자를 매혹시켰다. 한 여성이 처한 현실과 그 속에서 피워 낸 성적 환상의 아름다움을 그린 《달나라에 사는 여인》을 원문에 더욱 충실한 번역으로 재출간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의 할머니는 젊은 시절부터 사랑에 목마른, 성적 욕망이 가득한 여인이었다. 청혼하는 남자가 꽤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방문이 뜸해지더니 발길을 끊었다. 증조할머니는 딸이 천박해서 그런 거라며 나무라고, 딸이 음란한 시를 썼다며 손찌검까지 했다. 그런 할머니 앞에 폭격으로 가족을 잃은 할아버지가 나타나고, 결국 둘은 부모님의 강요로 결혼한다. 두 사람은 내외하면서도 육체적 사랑에는 부끄럼이 없었다. 한편 할머니는 평생 동안 앓아 온 신장결석을 치료하기 위해 찾아간 온천에서 같은 병을 가진 재향군인을 만나는데…….



출판 노트



제69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노미네이트

마리옹 코티야르 주연 《Mal de pierres》 원작 소설


할머니가 낯뜨거운 내용을 암시하는 정열적인 사랑의 시를 썼기 때문에 청혼하려던 남자들이 떠났으며, 딸이 본인뿐 아니라 온 가족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을 들은 것이다. 증조할머니는 할머니를 때리고 또 때리면서 “이 사탄! 사탄 같은 것!”이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할머니를 초등학교에 보내 글쓰기를 가르친 날을 저주했다. -본문 중에서


여성에게 정숙함을 우선으로 강요하는 시대였다. 따라서 유별나게 성적 욕망이 강한 여인을 대하는 세상의 시선이 불공평한 건 당연했다. 그 숨 막히는 세상에서 여인이 그토록 원한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육체적 사랑일까, 정신적 사랑일까. 어느 하나로는 절대 채워질 수 없는 결핍, 그 자체는 아니었을까. 그녀가 욕망을 채우기 위해 내뱉는 가쁜 숨소리는 책을 읽는 우리를 육체적 정신적 욕망으로 가슴 뛰게 만든다.


평생 달나라에 사는 여자 같다는 말을 들은 여인

같은 달나라 남자를 만나서 함께 보낸 환상 같은 사랑


여인의 결혼 생활은 육체적으로 부족함이 없었지만 모든 걸 만족할 수는 없었다. 그녀와 남편은 상상을 뛰어넘는 쾌락을 탐했고, 서로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인은 만족하지 못했고, 재향군인을 만나 또 다른 사랑의 감정에 끌린다. 육체적으로 채워지지 않는 마음 한 조각을 그에게 얻은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 사랑은 실재하는 것일까. 그녀가 만들어 낸 욕망의 다른 한 조각은 아닐까. 책 마지막에 숨겨 놓은 ‘상상’이라는 조각은 어쩌면 우리가 처한 모든 불만족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인지도 모른다.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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