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건축물을 즐기는 첫걸음 - 맛과 멋이 있는 도쿄 건축 산책 [도서]

서울의 맛과 멋을 즐기는 건축 산책 추천
글 입력 2019.04.3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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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나라, 일본



학교에서 수학여행으로도 일본 건축 답사 기행을 가곤 할 정도로, 일본에는 유명한 건축물이 많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안도 다다오의 빛의 교회가 있다. 건축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도 지나가다가 들어봤을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자연을 건축에 끌어들이는 방법을 잘 사용할 줄 안다.


위에 빛의 교회 사진을 보면, 교회의 한쪽 벽면을 십자가 형태로 금을 내어, 예배하는 시간에 정확히 태양 빛이 십자가 모양의 금을 통해 사람들에게 비친다.


벽에 십자가를 내어 교회를 상징하게 한다는 게 말은 굉장히 쉽고 단순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직접 설계를 해서 적용을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다. 태양이 어디서 뜨는지 계절마다 그 방위를 고려해야 하고, 건물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효과를 줄지 예측하는 건 기본이다. 거기다 건물이 실질적으로 지어지기 위해 이상은 없는지 현실적인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그 모든 구체적인 계산을 거쳐서 만들어진 빛의 교회에서, 사람들은 빛이 십자가 모양으로 비치는 모습을 보면서 경건한 마음을 갖게 된다. 그야말로, 형태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여러모로 완벽한 건축물이라는 평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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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과 4와 5사이 학년, 휴학생인 나에게 건축은.



어떤 전공을 한다고 하면 대체로 알고 있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꿈이 있어서, 고등학교 시절부터 관련된 동아리 활동과 대외활동을 해서 전공하게 된 부류가 있고, 성적에 맞춰서 그나마 전과하기 쉬운 곳에 들어온 부류가 있다. 둘은 전공을 배우면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열심히 꿈꿔왔지만 매일 밤을 새며 작업을 하고, 대학등록금도 벌지 못할 돈을 받느니 다른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우연한 기회에 재미를 붙여 더 좋은 곳에 갈 수 있는 조건을 가졌는데도 조그마한 아뜰리에를 선택해 매일 밤 야근을 하는 사람도 있다.


건축을 벗어나자는 말을 우리 과에서는 '탈건'이라고 부른다. 나도 건축을 계속 전공하고는 있지만, 설계사무소에 갈 생각은 전혀 없어서 탈건을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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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인생이란 게 어떻게 갈지 알 수 없다고 요즘 들어서 많이 느낀다. 남들은 세련된 직장 앞 카페에서 맑은 하늘 아래에 서서 사원증과 함께 직장인의 상징으로 찍는 아메리카노 샷을, 나는 건축자재와 미세먼지가 가득한 건축 현장에서 찍고 있다. 학교 안에서만 건축 모형을 만들 줄 알았는데, 사회에 나가보니 이제 직접 건축물을 만드는 곳에 서 있다.


어느 날은 사다리를 타고 천정에 있는 전선을 작업하고, 어느 날은 불꽃이 튀는 용접 현장이 되기도 하는 이곳. 귀로 듣기만 했던 외삼촌과 아빠가 하는 일을, 나는 고향과 가장 먼 곳에서 지켜보고 있다. 때로는 아빠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 갓 들어온 것처럼 보이는 직원이 나에게 도면에 관해서 물어본다.


그렇게 벗어나려고 했는데 낯선 누군가가 나에게 묻는 것이 결국은 건축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어린 시절에 막연히 어른이 된다면 가졌을 거로 생각했던 강렬한 카리스마를 왜 나는 가지지 못했나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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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속에서 맛과 멋을 즐기다

내 대학 시절 대부분의 토요일은 서울의 곳곳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가장 자주 갔던 곳이 국립현대미술관과 그 주변의 북촌한옥마을이었다. 지방에서 올라와서 큰돈을 쓰는 게 망설여져서 대부분 시간을 그냥 거리를 걷는 데만 썼던 것 같다. 배가 고파서 식사하고 싶어도, 그런 관광지일수록 가격은 두세 배로 비싸서 엄두를 낼 수도 없는 가난한 대학생이었을 때다.

<맛과 멋이 있는 도쿄 건축 산책>에서는 저자가 도쿄의 지역마다 유명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구경하고, 그 내부에 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식사나 디저트를 하고 정보를 알려준다. 그렇게 건물 안에서 직접 생활하고 맛을 느끼며 저자는 건물을 더 잘 이해한다고 했다.

그 글을 읽으면서 아쉬웠다. 나도 꽤 많은 건물을 돌아봤는데. 아마 서울사람들보다 서울의 곳곳을 두 발로 걸어 다녔을 텐데 나에겐 그런 기억이 하나도 없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종로에서 오전에 치과를 가고, 오후쯤엔 마포구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날도 역시 중간에 굳이 시간을 내어 상도동에 있는 집에 들러 코코볼을 우유에 타서 10분 만에 삼켜버리고 다시 일정을 지키러 떠났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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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구 공간사옥)> 이미지
출처 : 탑클래스



서울의 맛과 멋을 즐기고 싶은 분께,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우리나라에도 건축물 속에 특색있는 식당이 있는 곳이 있다. 종로에 있는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다. 김수근 건축가가 지은 공간사옥이 경매로 넘어가서,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라는 이름으로 변경되었는데, 건축물 안에 들어가면 좁고 넓은 여러 계단과 연결 통로로 건물 통째로 하나로 연결된 곳이다. 한옥과 붉은 벽돌담이 조화롭게 어울리고, 심지어 화장실마저도 전시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어서 특히 충격적이었다.

건물이 지어질 때는 70년대라서, 막 고층 빌딩이 많이 지어지던 때였는데 김수근 건축가는 인간미를 중요시했기 때문에 낮은 건물을 만들었고, 실제로 내부도 일률적인 계단실이 아닌, 오르내리기 재밌게 만들어진 계단이 있고, 2m에 가까운 낮고 아늑한 방도 있다. 오른쪽에 보이는 유리로 된 건물은 레스토랑이고, 담쟁이로 둘러싸인 건물과 레스토랑 사이에 1층짜리 한옥이 있다. 시대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 보이는 세 가지 건물이 한 공간에 공존하고 있다.

<맛과 멋이 있는 도쿄 건축 산책>의 저자가 서울을 탐방했다면, 아마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를 관람하고 옆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건물을 즐기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니, 돈을 지나치게 아껴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아온 지난날이 너무 아쉬웠다. 만약 이 책을 읽고, 건축물을 답사하고 한 끼 식사하며 건물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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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에 박히지 않은 건축 관련 서적

사실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 중의 하나인데, 아마 저자는 건축을 전공하지 않았을 거라는 추측이다. 이 글의 맨 앞부분에 밝혔듯 건축학도라면 안도 다다오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이 책에는 그런 엄청나게 유명한 건축가나 건축물보다는 정말 사람을 담은 건축물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건축학도들에게도 새롭고,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여행안내서로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또 어쩌면 내가 그동안 너무 대학의 주입식 교육에 적응해버려서 건축이라고 하면, 거장의 작품만을 떠올려왔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반성을 했다.


정면에서 올려다볼 때나 살짝 옆에서 바라볼 때도 참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건축물은 그 안에서 사람이 다양한 활동을 하기 위한 장소다.

'언젠가'가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한 건물을 발로 찾아다니고 경험해보면서 그러지 못한 사람에게 그 매력을 전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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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다니다 보면, 건축물을 작품이라고 생각하게 될 때가 많다. 아니 많은 정도가 아니라 대부분이 그렇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만들 때 커피숍을 넣는 이유는 박물관을 이용하는 목적이 전시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지식으로 머릿속에 들어가버리면, 어딘가를 가더라도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어려워진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지 예측하지만, 늘 기계처럼 한결같은 사람만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학교를 떠나서도 마찬가지다. 일단 공간에 들어서면 그 아름다움을 느끼기보다는 어떤 구조, 어떤 재료, 어떤 방식, 어떤 시공 방법을 적용했는지가 기계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가끔은 비전공자가 하는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 게 신기하다. 최근에는 아트인사이트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30분 먼저 도착해서 기다린다는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공연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먼저 와서 관객도 살펴본다는 대표님 이야기를 듣고 무척 놀랐다. 내가 문화에, 공연에 아직 초보라는 것을 느꼈고, 건축에서도 마찬가지임을 깨달았다. 아마 어느 분야에 숙련된 사람들은 이성적인 사고를 넘어, 그것을 뛰어넘는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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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삶을 즐기는 방식은 다양하다. 일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도 있고, 평일엔 돈을 열심히 벌고 희생하고, 주말에 재미를 찾을 수도 있다. 같은 것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보는 것이 다르고, 재미를 찾아내는 지점도 다르다. 내가 해왔던 것에서 전혀 다른 가치를 찾아내는 사람에게 놀라고, 때로는 감동을 하기도 한다. 얼마나 작은 시야로 보며 살아왔던가를 깨닫는다. 보통은 그 과정에서 자존감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나는 언제나 나보다 뛰어난 재능을 향해 닮아가려던 습관 때문인지 그것은 아주 큰 삶의 동력이 된다.


*

맛과 멋이 있는 도쿄 건축 산책
- 미식과 건축이 있는 도쿄 여행 -


지은이 : 가이 미노리

옮긴이 : 강태욱

출판사 : 시그마북스

분야
일본여행
건축교양/건축이야기

규격
148*210*17(무선)

쪽 수 : 214쪽

발행일
2019년 04월 15일

정가 : 14,000원

ISBN
979-11-89199-83-8 (13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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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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