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소설 '달나라에 사는 여인' [도서]

서로 다른 사랑의 면모가 담겨있다.
글 입력 2019.04.30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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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본인의 욕구에 너무나 솔직한 나머지 미친 여자라는 칭호까지 들어야 했던 한 여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오직 사랑만을 바랐던 그녀는 그 시절의 많은 여성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원치 않는 결혼을 통해 물건처럼 팔려간다. 사랑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먼 듯한, 다소 밋밋한 생활이 그녀의 앞에 펼쳐진다. 남편이라는 작자와는 별다른 대화도 나눌 수 없으며 매일 밤은 침대 모서리에 걸쳐 위험천만하게 지새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앞에 다리 한 쪽을 잃은 재향군인이 나타나고. 비로소 그녀의 인생에도 사랑이 드리운 듯하다.

이탈리아에서 출간된 밀레나 아구스의 두 번째 소설, ‘Mal Di Pietre’가 ‘달나라에 사는 여인’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 소개되었다. 제목 ‘Mal Di Pietre’는 작중 주인공과 재향군인의 연결고리가 되는 질병 ‘신장결석’을 뜻한다. 스트레가, 캄피엘로, 스트레사 문학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린 이 소설은 2016년, 마리옹 코티야르와 루이 가렐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은 서술자가 주인공의 손녀라는 점이다. 해서 주인공이 시종일관 ‘할머니’로, 주인공의 남편은 ‘할아버지’로 칭해진다. 멋진 사랑을 꿈꾸며 동화 같은 인생을 살았던 한 여인의 일생이 할머니의 것으로서 조망하듯 서술되기에 옛날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 중 필자가 가장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이 소설에는 대조되는 두 가지의 사랑의 행태가 담겨있다.



재향군인과의 사랑, 화려한 사랑



재향군인은 할머니가 본 사람 중 가장 마르고 가장 잘생긴 남자였고 가장 진하게 오랜 시간 사랑을 나눈 사람이었다.

“공주님, 정말 공주 같은 습성을 갖고 있군요. 당신은 주변 세상을 신경 쓰지 않으니 세상이 당신을 신경 써야겠네요. 당신의 의무는 오직 하나, 존재하는 것뿐이에요, 안 그래요?”


할머니와 재향군인 간의 사랑은 화려하며 열정적이다. 재향군인은 그녀에게 아름답다고 말해 주는 사람이며, 그녀가 아픔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다. 육체적으로도,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해주는 이 사랑은 할머니가 항상 꿈꿔왔던 그것이기에 할머니는 죽을 때까지 재향군인을 잊지 못한다. 하지만 정작 부부의 연을 맺은 남편과의 관계에서 그녀는 항상 고립감을 느낀 듯하다.



할아버지와의 사랑, 조용한 사랑



한 번은 할머니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용기를 내서 할아버지에게 궁금한 사실을 물어보았다. … (중략) … 동정심이 아니라 진짜로 할머니를 좋아하는지 물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헛웃음을 한 번 웃고는 할머니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은 너무나 밋밋하다.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 지조차 의문스러운 무채색의 감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둘은 사랑 없이 결혼했으며 결혼 후에도 관계를 개선해보려는 별다른 노력을 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밋밋하다고 해서 그것이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니다.

비록 재향군인 같은 적극적인 사랑의 표현은 없었을지라도, 한평생을 그녀의 곁에서 보낸 것은 결국 할아버지였으니 말이다. 어쩌면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사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할머니가 받고 싶어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주는 데 미숙했던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목도리조차 빌려 주지 않았는데 할아버지는 그 지역의 감자 라비올리와 돼지고기 꼬치가 얼마나 맛있는지 맛볼 기회를 놓쳐 가며 눈 속에서 얼어붙은 몸으로 할머니를 따라가고 있었다. … (중략) … 할아버지는 얼마나 추위에 떨었는지 동사한 사람의 낯빛이 되어 버렸다.


*

재향군인으로 대표되는 화려한 사랑과 할아버지로 대변되는 조용한 사랑. 둘 중 어느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식의 가치판단은 내릴 수 없다. 사랑이라는 것은 본디 모두에게 다른 모양으로 다가가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재향군인과의 사랑도, 할아버지와의 사랑도 결국 사랑은 사랑이었다는 것이다.





달나라에 사는 여인
- MAL DI PIETRE -


지은이 : 밀레나 아구스(Milena Agus)

옮긴이 : 김현주

출판사 : 도서출판 잔

분야
소설 / 외국소설 / 이탈리아 소설

규격
130×195(mm) / 페이퍼백

쪽 수 : 116쪽

발행일
2019년 04월 15일

정가 : 12,500원

ISBN
979-11-965176-6-3 (0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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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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