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섬세함이 뚝뚝 묻어나오는, 맛과 멋이 있는 도쿄 건축 산책

글 입력 2019.05.03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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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과의 시작



나는 내년 2월쯤에 일본 여행을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간 열심히 모은 돈으로, 일본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 다니고, 실컷 스누피 문구를 사는데 탕진할 생각이다.


그런데 일본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엔화가 한화로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고,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비싸다는 것만 알고 있다. 여간 찜찜한 마음이 아니지만 앞으로 차차 알아가야지라는 생각만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가! 정말 우연하게도 이 책을 접하게 되었고, 주저 없이 신청했다. 마침 내가 미술도 전공했으니 뭔가 건축에 대해 미학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것이 좀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와 함께.



도쿄건축산책_표1 300.jpg
 


#2 책을 읽으며



이 책은 일본 각 지역의 명소를 탐방해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느낀 점으로 구성되어있다.


사실 책에 실린 사진 자체가 굉장히 분위기 있고 매력 있는 사진은 아니라고 느꼈다. SNS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소위 '힙한 분위기'는 아니어서 조금 실망했다. 그런데 계속 읽다 보니, 이 책은 홍보 목적이 전혀 없으니, 굳이 분위기 있게 보정할 이유가 없고 그저 저자가 느낀 그대로 전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부분은 충실히 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읽은 <매일 매일, 와비사비>와 상통하는 부분이 몇 개 있었다. 와비사비의 철학이 공간과 결합했을 때, 그 결과는 그림자와 햇빛을 적절히 이용한 디자인, 채우지 않은 단순함, 검소함, 고요한 정취 등이었는데, 글로 읽었을 때는 굉장히 추상적이어서 마음으로만 다가왔을 뿐, 머리로는 확실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책에 실린 건축물들의 사진들을 보니 조금은 이해가 됐다. 공간을 빠짐없이 활용하면서, 남용하지도 않는다. 공간을 설정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고 그 목적을 소화해내도록 꼼꼼히 설계한다. 어느 위치에 서있어도 그림자가 생기지 않는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전시회를 하고 있는 미술관의 경우, 전시를 보고 즐길 디저트까지 디자인 콘셉트에 맞춰 구현한다.


게다가 공간 하나하나에 여유가 굉장히 많이 느껴진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 해도, 본질을 잃지 않는 느낌이었다.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 할 때에도, 무작정 현대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의 건축물을 고수하는 게 아니라, 건축물이 가지고 있던 고유의 이미지를 적절하게 살리면서 업데이트하는 느낌.


그리고 일본의 장인 정신이 정말 잘 느껴진다. 조그마한 부분에도 문양을 새기고, 기하학적 무늬가 있다. 근데 또 조잡하지도 않고, 적절하게 절제한 무늬들이다. 일본이 작고 귀여운, 아기자기한 것들을 정말 잘 만들어내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큰 건축물에도 그대로 적용되는지 몰랐다. 정말 대단하다.



KakaoTalk_20190503_033202348가로축 변환E.jpg

보면서 감탄 했던 사진.




#3 책을 덮으며



책을 읽는 데는 한 세 시간 정도로,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책이 몽땅 사진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면 더 짧게 걸렸겠지만, 사진마다 깨알 같은 댓글이 달려있어서 하나하나 읽느라 좀 더 시간이 걸렸다. (너무 설명적이지 않으면서 신비감을 남기는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일본의 풍경들이 담겨있는데, 그렇게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카페들도 결국 폐점을 하기도 한다는 게 좀 안타까웠다.


읽으면서 좀 아쉬웠던 점은 꼭 빳빳한 책의 형태를 이용했어야 했나 싶다. 사진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을 때가 있는데, 나풀나풀 한 재질의 잡지 형식이면 더 넘기기도 편했을 것 같다.


나는 일알못(일본을 알지 못한다)에 건알못(건축을 알지 못한다) 이어서, 그저 스마트폰 메모장에나 책에 소개된 장소를 리스트업 하며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는데, 나도 내년 즈음에는 이 리스트가 없어지고 사진으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7.jpg

책의 마지막 장.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풍경들로 소개된다.




전예연.jpg


[전예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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