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달나라에 살던 여인의 사랑 이야기 - 달나라의 사는 여인

글 입력 2019.05.02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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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영원히 만날 수 없다면
적어도 당신의 빈자리를 느끼게 해 줘."

영화 <신 레드라인> 중 어느 군인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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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가 들려주는 할머니의 사랑 이야기

본 책의 화자는 '손녀'다. 손녀가 들어온 할머니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는다. 시간 순서대로, 또는 인물들을 소개하며, 할머니의 젊은 시절을 손녀의 시정에서 풀어간다. 이러하니 이 이야기가 당연히 더욱 신비한 전설을 듣는 듯하게 만든다. 더불어 손녀의 어림짐작, 그리고 미처 채우지 못할 할머니의 생각들을 우리는 막연히 떠올리게 된다. 오랜 전설을 들어오는 것처럼 말이다.

할머니가 젊은 시절엔, 여성이 사랑을 말하는 것이 천박하게 느껴지는 시대였다. 할머니에게 청혼을 해오던 사내들이 그런 할머니의 천박한 모습을 보고 도망쳤다며 할머니의 엄마, 증조할머니가 때렸던 일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한 억압이 할머니에게 자신은 사랑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한 것은 아닐까. 그 이후로도 할머니는 미친 사람, 현실과 벗어난 사람으로 구분되어 왔다. 그런 할머니에게 찾아온 재향군인은 할머니의 의견을 묻는, 미친 것이 아니라 계속 상상하라고 말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할머니가 재향군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 것은 그것이 아닐까. 자신을, 자기 자체로 인정해주는 사람,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런 사람 말이다. 할머니가 재향군인을 사랑하게 된 것은 그러한 배경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신장결석이라는 자신의 아픔과 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 자신의 의견을 물어봐 주는 사람, 미치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사람 말이다. 재향군인이 보낸 마지막 편지 속 문구가 떠오른다.

'상상을 멈추지 마세요. 부인은 미치지 않았어요. 누가 부인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는 일이 부절적하고 사악하다고 해도 믿지 마세요. 글을 쓰세요.'

글을 썼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보여 줄 수 없었던 할머니에게 재향군인이 어떤 의미였을지 느껴지는 부분이다. 사랑하면 안 되는 사람인 것을 알면서도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일, 이렇게 사랑은 의지와는 상관없는 모양이다. 이미 할머니에게 할아버지란 존재가 없었다면 그 둘의 사랑은 참으로 아름다웠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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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그리고 재향군인

그 당시에는 서로의 의사보다는 결혼은 정상적인 것이기에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결혼을 했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서로 고백하면서 말이다. 동시에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사랑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사랑이라는 것은 어떤 이를 사랑해야지라는 다짐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런 할머니에게 찾아온 재향군인이라는 사람, 할머니는 그를 사랑했다고 이야기한다. 이 지점에서 도덕적인 문제에 의해 고민이 들었다. 어쨌든 불륜인 관계에 대해서 선뜻 할머니를 응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란 작품을 봤다. 책으로, 영화로, 뮤지컬로도 엄청난 매력을 가진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매력적이지 않았다. 단순히 불륜이 주제는 아니면서도 그 사랑 자체에 대한 도덕적인 부분이 계속 마음 한 편을 괴롭혔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본 책을 볼 때도 계속 한 편이 불편했다. 이러한 생각 속에서 나는 할아버지와 재향군인이 같은 인물이면 어떨까 싶었다.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하나다. 할아버지 역시 군인이었으며, 재향군인의 묘사와 같이 다리 한 쪽이 없었기 때문이다. 할머니에게는 할아버지, 그리고 군에서도 돌아온 할아버지는 재향군인으로 새로운 사랑을 느낀 것은 아니었을까. 할아버지가 죽음의 위기가 가득 찬 전쟁터로 향했을 때, 할머니에게는 어떠한 균열이 생겼던 것은 아닐까. 전쟁으로 인해 말이다. 또 상상으로 말이다. 이것이 아니라면 재향군인은 있었으나, 그와의 육체적 관계나 사랑은 없었을지 모른다.

편지에서 재향군인은 자신과의 사랑 이야기가 실제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할아버지에게 그를 투영했을지도. 책의 첫 장을 넘기자마자 등장하는 문장인 '당신을 영원히 만날 수 없다면 적어도 당신의 빈자리를 느끼게 해줘.'처럼, 할머니는 진정한 사랑을 계속해서 찾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 이야기의 구체적인 내막은 할머니만 알고 있을 것이다. 그저 우리는 할머니, 그녀의 이야기를 뒤늦게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 듣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할머니, 그녀에게 사랑이라는 가치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달나라에 사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처럼, 그녀는 계속 사랑을 찾았다. 여자는 항상 정숙해야 하며, 사랑을 먼저 말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 속에서 사랑을 찾는 그녀는 달나라에 사는 여인처럼 보였을 것이다.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었고, 재향군인을 통해 그런 사랑을 느꼈을 그녀가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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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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