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달나라에 사는 여인

글 입력 2019.05.04 03:4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달나라에사는여인_1쇄_자켓_앞표지_도서출판잔.jpg
 

'달나라에 사는 여인'은 현실의 사랑에 안주하지 못하고 환상 같은 사랑을 꿈꾸는 연인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화자는 그녀의 손녀다. 손녀는 할머니의 현실과 할머니가 가지고 있던 성적 환상을 화자의 입장으로 풀어낸다. 비단 그녀의 할머니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 외할머니까지 그녀 가족의 삶도 함께 담고 있다. 100페이지 가량의 짧은 소설로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다 읽고 난 후 생각정리까지는 어려운 책이었다.




책의 줄거리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자의 할머니는 젊은 시절부터 사랑에 목마른, 성적 욕망이 가득한 여인이었다. 청혼하는 남자가 꽤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방문이 뜸해지더니 발길을 끊었다. 증조할머니는 딸이 천박해서 그런 거라며 나무라고, 딸이 음란한 시를 썼다며 손찌검까지 했다. 그런 할머니 앞에 폭력으로 가족을 잃은 할아버지가 나타나고, 결국 둘은 부모님의 강요로 결혼한다.


두 사람은 내외하면서도 육체적 사랑에는 부끄럼이 없었다. 한편 할머니는 평생동안 앓아 온 신장결석을 치료하기 위해 찾아간 온천에서 같은 병을 가진 재향군일을 만나게 된다.




도덕적인 잣대에 대하여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한 생각은 "이래도 되는 걸까?"라는 거였다. 뜨거운 사랑을 갈망하는 할머니. 결혼을 하고 사창가를 다니는 남자들. 자신의 딸이 정숙하지 못하다 생각하여 폭력에 가까운 체벌을 가하는 할머니의 부모님 등등. '과연 이 사람들을 도덕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그들의 행동을 옳다고 할 수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이 이 짧은 책을 읽는 내내 계속하여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결혼을 했지만 신장결석을 치료하러 간 온천에서 같은 병을 가진 재향군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육체적인 사랑을 나눈다. 비록 사랑없는 결혼이었지만 이것은 불륜이 아닌가. (나중에 재향군인과 사랑을 나눈 것이 사실이 아님이 드러나게되지만 할머니는 서로 사랑했다 믿는다) 할아버지의 경우도 사랑없이 결혼을 했지만 할머니가 자신이 창녀대신 잠자리를 갖겠다고 말하기 전까지 유부남의 신분으로 창년촌을 다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겨울 등산을 가게되었을 때 자신의 옷은 오래되고 촌스럽지만 할머니와 아들의 옷은 아주 좋은 것으로 준비하는 모습으로 자신의 사랑을 내보인다. 겉으로 티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사랑을 조용히 드러낸다.


이러한 일들은 비단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재향군인, 할머니의 부모님, 외할머니 등 등장인물들 모두가 어떠한 사람인지 한 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물론 책의 배경은 세계2차대전 이후이니 지금의 기준을 들이댈 수는 없다. 시대상이 달랐고, 당연하다고 받아지는 것들이 달랐으니 말이다. 그러나 2019년을 살아가고 있는 내게 있어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투성이었던 책이었음은 변치않는다.


여자에게 정숙을 요하던 시대에 할머니는 자신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항상 사랑을 갈구했고 그렇기에 부정의 시선과 손짓을 받지만 그럼에도 할머니는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 때문인지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의 사랑과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 역시도 이 부분이 인상깊었다. 더군다나 화자인 손녀가 할머니의 육체적인 사랑을 포함한 할머니의 일생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정말 사랑에 대한 할머니의 삶은 오로지 직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정서적인 차이일 수도 있긴하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나는 할머니의 사랑보다도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책이었다. 앞서 말했듯 등장인물들의 양면성이 느껴지는 글을 읽으며 사람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역시 사람은 판단할 수 없는 존재인지 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이 질문들에 대한 확답은 내리지 못했다. 아마도 오랜 시간 답을 내리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으로도 의의가 있지 않을까.



[김태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